지난해 의료계를 공분하게 했던 ‘진료실 습격사건’에 함께 분노했던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현지조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해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15일 보건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지조사 절차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에 대한 자료제공 요청 절차를 개선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장조사 시, 조사일 7일 전까지 조사목적, 조사기간과 장소, 조사원의 성명과 직위, 조사범위와 내용, 제출자료, 조사거부에 대한 제재 등이 기재된 조사계획서를 해당 요양기관에 발송하도록 하고, 증거인멸 등 현장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를 두도록 규정했다.

또한 공단 및 심평원이 요양기관에 대한 자료제공 요청 시, 자료 제공 요청 근거 및 사유, 자료 제공 대상자, 대상기간, 자료 제공 기한, 제출 자료 등이 기재된 자료제공요청서를 해당 요양기관에 의무적으로 발송하도록 했다.

그간 현행법이 복지부와 공단 및 심평원의 현지조사ㆍ자료제출 요청 관련 규정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사전통지 등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아 이를 남용하거나 절차적 적법성을 위반하는 불시조사 등에 따라 환자의 건강권과 의료인의 진료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대한의원협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단이 최대 6개월 치의 과도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거나 사전 자료제공 요청 없이 방문확인을 시행한 경우가 조사대상 의원의 약 6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수사기관의 수술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단 직원이 협조한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 과정에 공단 직원의 참여가 적법한지, 수술실 압수수색이 절차적으로 정당했는지, 그간 현지조사ㆍ현지확인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문정림 의원은 “복지부의 현지조사나 공단 및 심평원의 자료제출 요구 등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이를 위한 의료인의 진료권과 진료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려돼야 함은 물론, 국민인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자유와 기본권에 제한을 가하는 공권력의 행사이므로 적법절차에 따라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의원은 이어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행정조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행정기관의 장은 조사 전 서면으로 사전통지를 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의 현지조사에서는 이러한 사전통지 절차가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또, 공단 및 심평원의 경우 최대 6개월 치의 자료 등 과도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거나, 사전 자료제출 요구없이 현지확인을 시행하는 등 절차를 남용해 환자를 위한 의료기관의 의료행위와 업무를 위협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문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환자의 건강권과 의료인의 진료권이 한층 두텁게 보호되고, 현지조사 및 자료제공 요청의 합리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공권력이 명확한 법적 근거와 한계를 바탕으로 적법하게 행사되는 법치국가 확립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문정림 의원을 비롯, 김기선, 김용태, 김정록, 박윤옥, 신경림, 이명수, 이종진, 정문헌, 홍지만 의원 등 10인이 함께 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수술실 압수수색사건 관련 국회 토론회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수술실 압수수색사건 관련 국회 토론회

한편, 문 의원은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수술실 압수수색사건’에 대한 복지부 및 공단의 안일한 인식과 대처를 질타한 바 있다.

‘수술실 압수수색사건’이란 지난해 8월 공단직원이 경찰의 수사협조요청에 따라 민간 보험사 직원과 함께 서울시내 A 이비인후과의 수술실에 진입, 수술 중인 마취환자의 수술 장면을 촬영하고, 마약보관 장소, 현금보관 여부 등 긴급성을 갖추지 않은 사소한 질문을 해 환자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위협한 사건이다.

이후 의사단체는 해당 경찰과 건보공단 및 보험회사 직원에 대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공무원자격사칭교사, 공무원자격사칭, 의료법위반 및 업무방해, 직권남용 및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지난해 11월에는 ‘수술실 압수수색 사건으로 본 환자 건강권 및 의료인 진료권 확보방안’ 토론회를 개최해 공권력 행사의 적법절차와 복지부, 공단 및 심평원의 현지 조사ㆍ확인 현황과 개선방안을 검토했다.

당시 문 의원은 “수술실을 포함한 진료현장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최우선으로 보호돼야 할 최일선의 장소이며, 설령 수사라고 할지라도 환자의 생명ㆍ건강권과 의료인의 진료권이 침해ㆍ위협돼서는 안 된다.”면서, “현지조사와 현지확인 역시 환자의 생명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의료인의 진료권에 우선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 역시 “환자 진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수술실에서 뭐 하는 짓인가. 해당 직원을 징계하라.”고 질타하며, “정부는 선량한 의료인은 최대한 돕고, 심사를 할 때도 확실한 근거와 기준이 있어야 한다. 부도덕한 의료인만 징계해야 국민들의 신뢰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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