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의사회는 지난 4월 2일 단국대병원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중앙대의원을 모두 직선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모든 시도의사회가 의장에게 당연직 중앙대의원 자격을 주기로 정한 마당에, 충남의사회는 의장에게도 중앙대의원을 할당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김영완 충남 의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선거를 통해 중앙대의원이 되는 것이 떳떳하다며 회원들에게 선택을 받겠다는 각오를 다졌고, 실제로 직선 대의원으로 당선됐다. 김 의장은 4월 26일 열린 의사협회 67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부의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충남의사회 3선 의장이기도 한 김 의장을 직접 만나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의장님?

김영완 의장: 먼길 오느라 수고했어요.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충남인데도 생각보다 머네요. 언제 개원한 건가요?

김영완 의장: 1989년 2월 15일에 병원을 열었어요. 고향은 대전인데 그때만해도 대전과 충남은 분리가 안됐기 때문에 같은 충남이었죠.

장영식 기자: 장항과는 어떤 인연이 있었나요?

김영완 의장: 젊었을 때 낯선 곳에 와서 의술을 펼쳐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또, 낯선 곳에서 생활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고요. 호기심반 포부반으로 왔는데 눌러앉게 됐네요.

장영식 기자: 왜 의사가 되려고 했나요?

김영완 의장: 특별히 그런 건 없었어요. 그냥 부모님 권유였죠.

장영식 기자: 의대를 두 번 다니셨죠?

김영완 의장: 네. 76년도에 충남대의대를 수석으로 들어갔어요. 장학금도 받았고요. 당시 유신정권 시대였고, 그 때만해도 대학생이 교복을 입고 다녔어요. 당시 교련이 1학점이었는데 과대표를 하면서 교련 반대운동을 했어요. 서슬퍼런 시대에 교련 반대운동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장영식 기자: 용감하셨네요.

김영완 의장: 결국 교련 학점이 안나왔어요. 의대는 1학점이라도 부족하면 바로 유급이에요. 의대를 그만두면서 의대를 안다니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부모님이 의사의 길이 가장 보람있는 길이 아니겠느냐고 권유해서 마음을 다잡았죠. 이후 순천향대에 시험보고 들어갔는데 6년 어린 후배들과 같이 공부하게 된 거죠. 그래서 의사면허번호가 나이에 비해 늦어요. 그 때 철이 좀 들었죠.

장영식 기자: 교련 반대 운동은 왜 한 건지요?

김영완 의장: 대학생으로서 억압받는 게 싫었어요. 교과과정을 보면 1시간 수업은 1학점, 2~3시간 수업은 2학점이었는데, 교련은 4시간이나 쏟아부으면서도 1학점만 주니까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장영식 기자: 주 당 4시간 수입인데 1학점이라고요?

김영완 의장: 네. 주 당 4시간을 받았어요. 당시 대학생이 학업에 몰두해야 하는데 교련복을 입고 군사훈련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의대 졸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전문과가 없어요. 레지던트를 조금 하다가 중단했는데, 그때 지금하는 병원 원장님으로부터 2개월만 봐 달라는 요청을 받고 내려왔는데, 27년이 됐네요.

장영식 기자: 선거 이야기 좀 해볼게요. 중앙대의원을 모두 직선으로 선출하는 것으로 결정됐을 때 심정이 어땠나요?

김영완 의장: 솔직히 중앙대의원을 평회원의 뜻을 물어 선출하기로 했을 땐 당혹스러웠어요. 결국 후보등록을 하고보니 정원보다 후보가 많아 경선이 진행됐죠.

장영식 기자: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떤 점을 느꼈나요?

김영완 의장: 충남 지역을 반 이상 다녔어요. 회원들의 무관심이 상당해서 놀랐어요. 직접 회원들과 접촉해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정서를 알게 됐어요. 의협, 대의원회에 무엇을 원하는지를 직접 체감하게 됐죠. 단순하게 지역에서 뽑힌 대의원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직접 회원의 이야기를 듣는 건 차이가 있어요. 지금까지는 간선으로만 해왔기 때문에 직선으로 가야한다는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됐어요. 직선제의 장점에 대해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장영식 기자: 주로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주세요.

김영완 의장: 일반 민초 회원과 대의원들이 하는 이야기 사이에 많은 괴리감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왜 불협화음을 내느냐는 지적도 많았고, 회장과 의장이 왜 싸우느냐는 지적도 많았어요. 대의원회가 우리를 대변하는 곳이 맞느냐는 말들도 많았고, 우리는 준비가 돼 있는데 왜 오히려 말리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장영식 기자: 준비가 됐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거죠?

김영완 의장: 파업을 한다면 파업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이죠.

장영식 기자: 의장만 3선을 했는데, 2000년 이후엔 드문 경우죠?

김영완 의장: 과거에는 모르겠지만 최근 3선 의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대전과 충남이 같이 있을 땐 회장도 몇 대를 하곤 했는데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히고 대전과 충남이 분리된 이후에는 없는 것으로 알아요. 전국적으로는 자료를 찾아보지 않아 모르겠어요. 의장 선거보다는 대의원 선거 때 신경을 많이 쓰게되고 역량을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장영식 기자: 현직 의장이어서 대의원 당선도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영완 의장: 전임 의장과 회장이 당선된 지역이 많지 않았나요? 사실 나가면 알아서 맞춰줄 지 알았는데 그런 게 없더라고요.

장영식 기자: 16개 시도의사회 의장 중 유일한 직선의장이라 더 감회가 새롭지 않았나요?

김영완 의장: 이번 의사협회 대의원총회를 하면서 직선 출신 의장이라는 꼬리표를 뗐으면 해요. 다른 대의원들과 동등한 자리에서 서로 협력했으면 합니다. 굳이 직선이다, 간선이다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대의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영완 의장: 지난 대의원회는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노환규 전 회장이 탄핵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일어났고,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불협화음과 갈등이 이어졌죠. 이번에 추무진 회장이 회원들의 선택을 다시 받아 연임에 성공하는 사건이 일어났어요. 추 회장도 임기를 시작했고, 대의원회도 다시 시작했어요.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가장 저변에 있는 회원들의 정서가 무엇인지, 바람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해서 회원들의 아프고 가려운 곳을 만져줄 수 있어야 해요. 대의원회는 회원을 대변할 수 있는, 대의원회의 대자가 ‘큰 대’자라로 생각되는 대의원회가 아니라, 대신할 수 있는 ‘대신할 대’자로 생각되길 바랍니다.

장영식 기자: 임수흠 의장이 대의원회 상임위원회를 구상하고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김영완 의장: 임 의장으로부터 구체적인 복안에 대해 들은 바가 없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코멘트하긴 어렵습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 회장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대의원회가 고유권한이라며 반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임 의장은 여전히 추진해 볼 생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영완 의장: 일단 여러 가지 복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듣고 이야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좋은 아이디어라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죠. 어떻게 보면 그 방법도 좋은 방법일 수 있을 것 같네요. 국회가 이렇게 움직이잖아요? 임 의장이 의장단 밴드를 만드는 등 의욕적으로 출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뜻이 같다면 함께 생각하고 함께 행동할 겁니다. 지난 회장 선거에서 1, 2등을 했던 두 분이 의료계를 대표하는 회장과 의장을 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협조가 이뤄지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겁니다.

장영식 기자: 임수흠 의장과는 언제부터 인연이 있었는지요?

김영완 의장: 대한의사협회 산악회라고 있어요. 줄여서 대의산이라고 하는데 8~9년 정도 활동을 해 왔고, 거기서 임수흠 의장도 만났어요.

장영식 기자: 산을 좋아하시나요?

김영완 의장: 산을 좋아합니다. 백두대간은 거의 찍었어요. 이제 3~4개 코스만 남았죠. 등산이 취미입니다.

장영식 기자: 올해 직선제를 치르면서 대의원이 절반 이상 바뀌었습니다. 지난 정기대의원총회 이후 많이 바뀌었다는 의견과, 그렇게 바뀐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는데, 의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거와 달랐다고 생각하나요?

김영완 의장: 구성 인원이 다가 아닙니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모든 게 바뀐 건 아니에요. 대의원을 선출하는 형식만 바뀌어선 안된다고 봅니다. 회원들의 뜻을 제대로 해석하는 대의원들이 많아져야죠. 오후 회의때 정관개정 의결정족수가 부족해서 개정안이 자동 폐기 됐어요. 매년 반복된 것인데 이번도 그것이 반복됐어요. 일반회원들이 ‘직선제가 되도 바뀌는 건 없더라’ 하고 생각하는 사태가 반복돼선 안됩니다. 대의원총회가 열리는 날은 대의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행사하는 하루가 돼야 해요. 그런 기본적인 생각이 몸에 배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지방이라서 일찍 가야한다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봐요.

김영완 의장: 옛날 의쟁투 투쟁할 때는 저녁 늦게까지 한 적이 많아요. 밤 12시 넘어서 집에 들어간 적이 많았어요. 그런 열의와 정성을 가지고 했는데 자신을 중앙으로 보내준 회원들이 수십, 수백명입니다. 그 시간은 대의원의 시간이 아니라 회원들의 시간이에요. 끝까지 자리를 지킬 책임이 있는 거죠.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안됩니다.

 
 

장영식 기자: 대의원회에서 제2분과심의위원회를 맡게 됐는데요, 보험분야를 심의하죠? 앞으로 계획은요?

김영완 의장: 오늘 보험국장에게 보험이사 명단과 연락처를 달라고 했어요. 분과위원장으로서 같이 일을 하고 협조해야 합니다. 그래서 임명된 분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드릴거고요. 요즘은 ‘내가 멀리 있으니까 네가 와서 해’라는 건 없어요. 대의원회 간사에게 2분과 토의 대의원들의 단체 카톡방을 만들라고 했어요. 카톡방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하고 보험이나 안건 논의도 하려고요.

장영식 기자: 보험이사에게 먼저 인사하려고 하는 것이나, 분과 대의원들의 대화방을 만드는 것은 좋아보입니다. 주변에서 대의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김영완 의장: 그동안 중앙대의원을 하면서 법정관을 해왔어요. 기획이나 정책분야는 상임이사 외에도 자문위원이 있더군요. 보험 분야에서도 자문위원과 단체카톡방에서 같이 대화를 나누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항상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체제를 생각하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회비납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김영완 의장: 맞아요. 회비 납부율이 저하되고 있어요. 회원들은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지 말고, 자신이 닭이 되고 달걀이 되면 됩니다. 먼저 회비를 내고 집행부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지적해야 해요. 잘못하기 때문에 회비를 안내겠다는 논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본인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쓰러져가는 의사협회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장영식 기자: 대의원과 회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영완 의장: 충남 출신이다보니까 충남 회원들에게 먼저 감사드리고, 그 다음으로 이번에 부의장으로 선출해준 대의원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올립니다. 의협의 발전과 미래를 서로 연구하고 고민하고 힘을 모았으면 해요. 그래서 우리 세대가 아닌 후배 세대에서는 참다운 진료를 할 수 있는 진료풍토를 조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역과 직역을 떠나서 힘을 합쳐서 의사협회를 일으켰으면 좋겠어요.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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