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26일 직선제로 선출된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67차 정기총회를 열었다.

변영우 의장은 개회사에서 처음 선출된 대의원이 절반이 넘는다며, 내부에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변 의장은 변화의 상징인 대의원 직선제가 성공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하고, 직선제로 선출된 대의원들이 개혁을 완성해 달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만난 대의원 중 상당수는 의욕에 차 있었고, 일부는 눈에 보일 정도로 들떠 있었다. 대의원총회에 처음 참석하다보니 사명감과 의욕이 앞섰을 게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이날 정기총회는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인해 정관개정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이는 개회 당시 인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오전 본회의 개회 당시 재적대의원 244명 중 218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의장, 부의장, 감사 등 선거를 끝내고, 분과심의위원회 토의를 거쳐 오후 5시경 본회의가 속개될 때는 참석자가 138명으로 줄어 있었다.

정관 개정 사항은 재적대의원의 3분의2 이상의 대의원이 참석해야 의결 가능하다.

법령 및 정관심의분과위원회에서는 의사협회의 의료정책이 집행부가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도록 정관에 KMA policy 제ㆍ개정에 관한 사항을 신설하는 안을 가결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본회의에 상정하지 못했다.

또, 법정관위원회에서 통과된 ‘협회의 시설을 회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정관상 명시하는 안’과 ‘회원으로 하여금 각종 회의를 방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안’도 자동폐기됐다.

회원에게 협회의 시설을 이용하게 하고, 각종 회의를 방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과거 의장들이 회원들의 참관을 막기위해 경호인력을 동원해 반발을 샀던 점을 감안하면 회원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었다.

이밖에 ‘대의원 겸직 금지 범위를 현행 회장ㆍ부회장ㆍ상임이사에서 협회 임원으로 확대하는 안’도 폐기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안은 그동안 논란이 돼 온 대의원과 집행부를 분리하는 안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점을 개선하는 안이었다.

분과위원회에서 가결된 안이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자동폐기되는 절차를 밟는 건 과거 대의원총회에서는 자주 일어나던 일이다.

올해는 직선으로 선출된 대의원들이 다수 참석한 만큼 끝까지 자리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올해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연출됐다.

당장 간선으로 선출된 대의원과 직선으로 선출된 대의원 사이에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고, 한 발 나아가 직선제가 정답이 아니라는 회의론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 대의원 중 과반수는 정기총회를 처음 경험한 대의원들이다. 회의 진행방식이나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을 것이다.

다음 총회에서는 의결정족수 미달이라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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