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신과 의사가 TV 프로그램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전문의 급여를 상세히 공개해 의료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현실적으로 그 정도 수준에 미치지 못 하는 의사들도 많을 뿐더러, 해당 수치가 맞다고 해도 굳이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tvN ‘택시’ 캡쳐, 왼쪽이 양재진 원장
▲tvN ‘택시’ 캡쳐, 왼쪽이 양재진 원장

앞서 양재진 진병원 대표원장은 지난 21일 방송된 tvN 프로그램 ‘택시’에 출연해 “전문의 자격증 취득 후 페이닥터로 근무할 당시 4대보험과 세금까지 합치면 한 달 급여가 1,500~1,800만원 사이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양 원장은 또, “(의사) 초봉은 기본 1,000만원 이상이다. 의대 졸업하면 인턴부터 시작하는데 그때는 월 150만원 정도 받고, 레지던트 4년간은 180만원 받는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다음 날 많은 매체를 통해 기사화 됐고, 양 원장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동료 의사들은 대부분 그런 얘길 왜 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사의 급여를 구체적으로 공개해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A 의사는 “어느 직업군이 TV에 나와 이 정도 번다고 말하느냐.”라며, “특히 사회적으로 부르주아라는 인식이 강한 의사가 나와서 그런 말을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양 원장이 밝힌 액수에 못 미치는 수입을 올리는 의사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개원 16년차라는 한 개원의는 “난 월 7~800만원 번다. 자리 옮기라고 말하겠지만 이전이 그렇게 간단했으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라고 토로했고, 요양병원 봉직의는 “월 수입 800만원인데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라고 일침했다.

또, 양 원장이 운영하는 병원의 봉직의 급여는 당연히 그 정도가 될 것이냐고 반문하는 의견도 나왔다.

B 의사는 “지금 수도권은 양 원장이 말하는 기본 페이 1,000만원을 받기 위해 당직을 한 달에 8번 포함해야 하는 병원도 있는 마당에 그런 말을 하다니 경솔했다.”라며, “그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모두 월급 올려 달라고 하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문제 역시 결국 쇼닥터의 고질적인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C 의사는 “소위 말하는 ‘쇼닥터’들은 병원이 다 잘되니 만나는 사람도 그런 부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의사들이 더 많다.”라며, “자기가 그렇다고 남들도 다 그런 줄 아나보다.”라고 전했다.

D 의사도 “TV에 출연해 연예인, 한의사와 어울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쇼닥터들이 의사라는 존엄한 직업의 위상을 깎아 먹고 있다. 일부 쇼닥터가 잘못 말하면 욕은 전체 의사가 먹는 것이 문제다.”라며, 의협 차원에서 회원 제명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쇼닥터 문제가 지속되자 지난 3월 26일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한 바 있다.

의협은 쇼닥터 대응 TFT를 구성해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한편, 일부 문제가 되는 쇼닥터들의 경우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소하고 그 결과에 따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의협은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은 크게 ▲의학적 지식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할 것 ▲시청자들을 현혹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할 것 ▲방송을 의료인, 의료기관 또는 식품ㆍ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을 것 ▲방송 출연의 대가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 받지말 것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 등, 다섯 가지 기본원칙과 그에 따른 세부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의협은 “앞으로 쇼닥터 대응 TF 위원들과 언론인, 윤리 전문가 등을 포함시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규정을 제정할 예정이다.”라며, “심의위원회에서는 문제되는 쇼닥터에 대한 심의와 조치를 진행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규정에는 징계를 받고 있는 회원들에 대한 방송 출연 금지 항목을 포함해 방송사에 해당 의사들의 방송 출연 자제를 요청하는 근거로 삼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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