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최근 한의사협회장이 엑스레이, 초음파가 과거 ‘투시’의 개념과 유사하기 때문에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 데 대해 의사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김필건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4일 세미나에서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오는 명의 편작이 오늘날 엑스레이, 초음파와 유사한 개념의 투시를 통한 환자 치료를 강조했다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다음날 성명을 통해 투시로 진단이 가능하다는 생각과 초능력을 가진 한의사들이 왜 현대의료기기가 필요한지 궁금하다면서, 초음파, 엑스레이를 투시에 비유한 것은 해외토픽 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 같은 주장은 과거 한의사들이 2000년 전 중국 의서인 ‘황제내경’의 양생법과 유사하니 ‘IPL(Intense Pulsed Light)’을 쓸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맥락이 같다는 지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한의협회장의 발언에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투시의 개념이 있었다면 왜 조선 시대의 평균 수명이 짧았고, 백성들, 심지어 왕마저도 종기를 해결하지 못해 세상을 떠나야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의료계와 한의계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이에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이원화된 의료 및 면허체계를 정비해야만 소모적인 논쟁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간이 걸리고, 그 방식을 두고도 의료계와 한의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겠지만 일단 논의의 물꼬를 트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바람직한 의료일원화를 위해서는 현재 의사, 한의사 면허의 무리한 통합 시도보다는 의대와 한의대의 교과과정 통합교육부터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도 최근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더 늦기 전에 의료일원화를 논의해야 한다면서, 복지부를 향해 논의의 장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제는 정부와 국회 뿐 아니라, 의료계와 한의계도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과 이익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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