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는 지난 10일 건강보험 재정누수 책임소재 등을 분석한 13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의원협회는 ‘건강보험 재정누수 분석보고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21조 2,000억원의 건강보험재정이 누수됐으며, 그 중 대부분이 정부와 건보공단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 관련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정리한 김성원 대한의원협회 의료정책 특임고문(서울가정의원 원장)을 만나 여러 얘기를 나눴다.

 
 
조성우 기자: 고문님, 안녕하세요.

김성원 고문: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조성우 기자: 최근 ‘건강보험 재정누수 분석보고서’를 발표하셨죠. 보고서를 만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성원 고문: 네, 우선 한 가지 짚고 갈게요. 이번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윤용선 회장과 의원협회 의료정책 T/F팀이 정말 고생했어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었죠.

건강보험 재정누수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월부터 갖게 됐고,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보고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시기는 지난해 7월이에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재정누수 사례분석집’을 발간했을 때죠. 요양기관과 의사를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범으로 매도하고 있는 공단의 보고서를 본 후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조성우 기자: 보고서 양이 방대한데요. 보고서를 만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성원 고문: 자료 확보가 쉽지 않았어요. 주로 복지부와 건보공단, 심평원에 정보공개요청을 했는데 원하는 자료를 100% 다 받지는 못했어요. 또, 업무 영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주제에 대해 여러 번 민원을 제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답변 제공이 지연된 경우도 많았죠.

조성우 기자: 보고서를 만들면서 재정누수에 대해 특별히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김성원 고문: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원인과 책임을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다 보니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정부와 건보공단이 강둑이 무너져 쏟아져 내리는 것은 놔두고 졸졸 새는 것에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누수가 되는 요인들을 정확히 파악해 누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부터 줄여 나가야 해요. 그렇게 해야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재정누수를 방지할 수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 동안 요양기관과 의사들이 재정누수의 주범으로 너무나 매도를 당했다는 사실이에요. 정말 억울한 일이죠.

이번 보고서에서 전체 건보재정 대비 누수율은 약 8.7%이며, 이를 이해관계자 별 책임률로 따지면 정부에 의한 요인이 59.3%(12조 5,952억원)로 가장 컸고 그 다음이 보험자인 건보공단으로 34.3%(7조 2,889억원)를 차지했어요.

반면, 그 동안 정치권, 언론, 시민단체로부터 건보재정 누수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적돼 온 요양기관의 책임은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죠.

▲김성원 고문의 정보공개청구 민원 일부.
▲김성원 고문의 정보공개청구 민원 일부.

조성우 기자: 대한의사협회도 이번 보고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김성원 고문: 네, 추무진 회장님이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보고서와 관련해 추 회장님으로부터 문자도 받았어요. 회원들의 자존심을 살려줘 고맙다는 내용이에요.

조성우 기자: 일반 회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김성원 고문: 정말 좋아요. 많은 회원들이 응원하고 있어요. 윤용선 회장이 의사커뮤니티 ‘닥플’에 올린 보고서 관련 글에 추천이 정말 많았어요.

아, 최근 열린 의원협회 연석회의에서도 보고서에 대한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의원협회 부천분회에서는 회원들이 자비로 금일봉을 마련해 전달하기도 했어요. 정말 고마웠죠. 제 인생에서 금일봉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어요.

조성우 기자: 현재 건보공단에서 보고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성원 고문: 이번 보고서는 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이 이미 공개한 자료와 정보공개요청을 통한 자료, 그리고 기타 국정감사 자료 등을 취합해 만든 것이에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봐요.

조성우 기자: 향후 보고서 활용 방안은요?

김성원 고문: 보고서를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 각 대학병원 도서관, 국회 보건복지위원실 등에 배포했어요. 또, 최근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 받아 e-북으로도 등재될 예정이에요.

이번 보고서는 건강보험재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라고 생각해요. 개원의사가 주축이 된 임의단체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러나 최초로 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또, 임의단체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의사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다고 봐요.

 
 
조성우 기자: 마지막 질문이에요. 후속 보고서 발간 계획이 있으신가요?

김성원 고문: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업데이트 할 계획이에요. 보고서에서 제기한 여러 문제들이 개선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정부와 공단, 심평원이 어떠한 개선노력을 기울였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약가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꼭 짚고 넘어갈 생각이에요.

조성우 기자: 네, 다음 보고서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성원 고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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