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한의계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이번에는 엑스레이 사용가능 여부에 대한 상반된 법률자문 결과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회장 김필건)는 로펌 자문 결과 의료법 개정 없이 규칙만 개정하면 한의사도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 위원장 유용상)는 관련규칙을 개정한다고 해도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양 측은 진실공방을 벌이다가 급기야는 법률자문 결과 전문을 공개하자고 서로 요구했고, 답변 시한에 다다른 한의협은 보건복지부가 공개하라며 공을 넘겼다. 양 측의 공방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봤다.

▽권덕철 실장 “엑스레이는 한의사 면허범위 밖”
이번 논란은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권덕철 실장은 규제기요틴으로 떠들썩하던 지난 1월 21일 언론 브리핑에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허용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엑스레이와 초음파는 한의사의 면허범위 밖이라고 분명히 했다.

당시 권 실장은 한의사의 초음파와 엑스레이 사용은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며, 의료법 개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한의협은 강하게 반발하며, 권덕철 실장 앞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는 의료법 37조에 의한 보건복지부령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서 안전관리 책임자에 한의사에 대한 조항이 없다는 근거로 사법부가 판단을 내린 사건이라는 것이다.

한의협은 질의서를 통해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부가 스스로 관련 규칙에 한의사를 안전관리책임자로 추가하기만 하면 충분히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활용해 국민들의 불편사항을 개선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힘 없는 단체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고, 힘이 있는 단체의 갑질에 신경 쓰며, 국민의 요구는 묵살하는 모습이 마치 복지부 전체의 모습처럼 국민에게 비춰질 수 있다.”라며, 권덕철 실장의 사퇴까지 촉구했다.

▽한의협 “로펌 5곳, 규칙 개정만으로 한의사 엑스레이 가능 자문”
권 실장의 발언에 발끈한 한의협은 2월 1일 법무법인 H, B, A, L, D 등 다섯 곳의 국내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을 구했다며 그 결과를 언론에 배포하고 복지부에도 전달했다.

한의협은 ▲의료법 제37조에 근거해 제정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 별표 6을 개정해 한의원ㆍ한의사를 추가하는 것이 의료법과 판례 등에 부합하지 않는 것인지 ▲동 규칙 별표 6을 개정해 한의원ㆍ한의사를 추가하면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하는 것에 법률상 문제가 없게 되는 것인지 여부를 문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다섯 곳의 대형 로펌 모두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과 관련해 의료법 등 법률개정은 불필요하며, 보건복지부령으로 돼 있는 관련 규칙의 조항만 개정하면 충분하다.”라는 의견을 내놨다고 한의협은 주장했다.

▽한특위 “우리는 상반된 자문결과 받았다” 반박
그러나 한특위는 이후 한 라디오 토론에서 한의협의 자문 결과와 상반된 내용으로 자문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조정훈 한특위원은 지난 6일 KBS 1라디오에서 방송된 ‘공감토론’에서 “의협에서도 로펌에 똑같이 질의를 한 결과, 하위법령이기 때문에 이미 의료법에 근거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서 볼 때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쓰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관리자에는 한의사가 들어갈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조정훈 위원은 “그런데 규칙만 고치면 마치 상위법과 관계 없이 한방에서 현대의료기기를 쓸 수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마치 안전관리자 규칙 하나만 바꾸면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은 거듭 “대법원 판결문에도 나와 있지만, 방사선관리자나 안전관리자 등은 의ㆍ한방의 구별 기준이 아니라 안전 관리를 위해 만들어 낸 규정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즉, 한방에서 엑스레이를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관리자 포함에 안 된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한의협, 라디오 발언에 발끈…법적대응 운운
한의협은 조정훈 위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법률 자문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법적 책임까지 운운했다.

한의협은 지난 9일 “조 위원의 주장은 우리가 국내 유명 로펌 다섯 곳에서 받은 답변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고려할 때 의협을 대표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토론자가 방송에서 인용한 로펌과 자문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이에 대한 진위여부를 스스로 명확히 밝히고, 국민이 이 사항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라며, 11일까지 질의 날짜와 자문 로펌, 질의내용 및 답변 등을 한의협은 물론, 대외적으로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특히 한의협은 “만일 방송에서 주장한 내용에 해당하는 로펌에 대한 자문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의협과 조정훈 토론자는 거짓말로 국민과 언론을 기만한 파렴치한 행위를 한 것으로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한특위 “한의협은 자문 내용 왜곡…상세내용 공개하라”

▲한특위가 입수한 한의협의 로펌 자문내용
▲한특위가 입수한 한의협의 로펌 자문내용

이후 한특위가 한의협이 받았다고 주장하는 다섯 곳의 로펌 자문결과를 입수해 공개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지난 10일 의료계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의협은 다섯 곳의 로펌에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보건복지부)령’을 개정해 (별표6)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한방병원ㆍ한의원ㆍ한의사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의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이에 대해 로펌 ‘화우’ 측은 “현행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규칙을 개정해 별표의 자격기준에 포함 가능”이라고 답했다.

‘바른’ 측도 “규칙 별표6의 자격기준에 포함하는 것은 의료법 개정사항이 아님, ‘대륙아주’ 역시 “규칙 별표 6을 개정해 한의원과 한의사를 추가하는 것은 의료법 기타 법령과 판례에 반하지 않음”이라고 답해 왔다.

로펌 ‘동인’도 “별표6을 개정하더라도 상위법인 의료법에 위배된다거나 그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음”, ‘로고스’는 “규칙을 개정해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에 한방병원, 한의원, 한의사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은 의료법의 입법 목적 및 헌재 결정 등에 부합하는 것임”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특위는 “한의협이 로펌에 한 질문은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에 한방사가 포함되면 한방사가 엑스레이 쓸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에 한방사가 포함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가’이며, 이는 전혀 다른 질문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특위는 “이는 ‘의료법까지는 굳이 개정하지 않아도 규칙을 바꾸면 한의사도 안전관리책임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문 결과를,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로 왜곡해서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특위는 “한의협은 5개 로펌의 법률자문 세부내역을 공개하고, 이 내용이 그 동안 한의협의 주장과 다를 경우, 어떻게 해당 로펌과 의사, 국민들에게 사죄할지 밝히라.”고 촉구하며, “의협의 법률자문이 사실일 경우, 한의협은 어떤 식으로 사죄할지 미리 공개하라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될 경우 한의협이 요구한 법률자문 결과를 공개하겠다.”라고 전했다.

▽한의협, 이미 복지부에 제출했으니 공개한 셈?
하지만 한의협은 지난 12일 자신들은 복지부에 자문결과를 제출했으므로 공개한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법률자문 세부내역을 공개하는 대신 의협과 조정훈 위원을 향한 법적 책임을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한의협은 이날 성명을 통해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의협이 관련 로펌 자문결과 공개를 하지 못한 것은 애당초 해당 내용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라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인데 이 같은 거짓말로 국가정책을 방해하려 한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협은 “우리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요구에 한특위는 오히려 우리 협회가 실시한 법률자문 내용이 잘못됐다며 생트집을 잡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정식 공문에는 변변한 답변조차 내놓지 못하면서 뒤로는 이처럼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하여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와 함께 이러한 사실을 KBS 제작진에도 통보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의협은 또, “우리가 다섯 곳의 로펌에 자문을 구했던 내용은 2월 1일자 보도자료로 공표하고 복지부에도 전달했다.”라며, “이 법률자문 내용에 거짓이나 기타 문제가 있었다면 복지부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특위 “양측 만나 언론 앞에서 전문 공개하자”
양 측은 서로 법률자문 결과를 공개하라며 날을 세우다가 결국 한특위가 언론 앞에서 두 단체 모두 법률 자문결과 전문을 공개하는 안을 제시했다.

한특위는 지난 13일 “한의협이 법률회사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의료법이 아닌 규칙만 개정해도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로펌에 자문한 결과는 정 반대였다.”라며, 이날 복지부에 자문결과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특위는 자신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의협이 로펌에 한 질문은 한의협의 보도자료와 달리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에 한의사가 포함되면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쓸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에 한의사가 포함되기 위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가’였다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이는 한의협의 의뢰를 받은 로펌들은 ‘의료법까지는 굳이 개정하지 않아도 규칙을 바꾸면 한의사가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 정도는 할 수는 있다’고 한 것 뿐인데, 한의협이 ‘의료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 사용할 수 있다’고 로펌이 답변했다며 법률 자문을 허위로 가공해 국민을 기만했다는 지적이다.

한특위는 한의협을 향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심각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해명하고, 사실일 경우 한의협은 국민과 해당 로펌과 의사들에게 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하며, “이 같은 의혹들을 해소하기 위해 양 측이 만나 각자가 받은 법률자문 전문을 교환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자.”라고 제안했다.

한의협이 답이 없자 한특위는 지난 16일 거듭 “한의협은 18일까지 로펌 자료 전문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안을 하루 속히 수락하라.”고 촉구한 후, “양측이 만나서 전문을 공개하는 시간과 장소는 한의협에 일임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특위는 “한의협이 제안을 거부하거나 답변이 없으면 우리는 한의협이 전국민을 상대로 거짓말 한 것으로 결론짓고, 법적인 방법을 위시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한의협의 거짓말을 널리 알리고 응징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한의협, 복지부에 양측 전문 공개 공 넘겨
그러나 한의협은 양 측이 만나 언론 앞에서 법률자문 전문을 공개하자는 한특위의 제안은 거부하고, 그 공을 복지부로 넘겼다.

한의협은 한특위가 못 박은 시일인 지난 18일 “복지부는 의협이 로펌 두 곳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하는 법률자문 내용을 즉각 공개하고, 권덕철 실장의 ‘의료법 개정 없이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뒤집는 한의협의 법률자문 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한의협은 “의협은 복지부에 법률자문 결과를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자문 받은 로펌의 이니셜이나 문구 하나 제대로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한의협과 의협의 로펌 의뢰결과를 법률전문가 입회 아래 국민과 언론 앞에 공개하라.”고 제안했다.

한의협은 의료계를 향해서는 “정식으로 법률자문을 구한 내용이 있다면 왜 그 내용 한 줄 조차, 이니셜조차 떳떳이 공개하지 못하고 있느냐.”라며, “이 같은 행태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제3자가 이 문제에 대해 시끄럽게 왈가왈부 하는 꼴이며,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을 직능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시키려는 얄팍한 꼼수에 불과한 만큼, 복지부는 그 결과를 즉각 공개함으로써 이 같은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복지부가 의협 눈치보기와 슈퍼 갑질에 굴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로펌의 법률적 해석을 애써 무시하고,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목소리가 줄어들기만을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민의 이름으로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의협의 태도에 대해 한특위 관계자는 “의협과 한의협이 만나 언론 앞에서 전문을 공개하면 그만인 것을, 복지부를 붙들고 꼼수 부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일침했다.

결국 공을 넘겨 받은 복지부가 의협과 한의협의 법률자문 결과를 공개해 양 측의 공방을 끝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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