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실거래가제도, 일명 ‘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시행된 지 보름이 지났다. 보건복지부는 유통투명화와 R&D 중심으로의 제품경쟁 구조 개편, 건보재정 절감, 국민 약품비 경감 등의 기대효과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제약업계와 도매업체, 약국가의 불평이 만만치 않다. 제도 시행 전부터 우려를 나타냈던 업계는 시행 후 예상했던 것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나오자 제도 자체를 다시 재검토 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란? 달라지는 점들은…
‘시장형 실거래가제’(이하 저가구매제)란 약국이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매하면 그 혜택을 병원ㆍ약국과 환자가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정부에서 정하는 의약품의 상한가격과 병원ㆍ약국이 의약품을 실제 구입한 가격의 차액의 70%를 병원ㆍ약국에 돌려준다.

또 환자들도 차액의 30%만큼 본인부담금을 할인받게 된다.

아울러 종전에는 실거래가 현지조사 내역을 바탕으로 인하한 것과 달리, 전체 의약품 청구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구입금액의 가중평균 가격을 산출한 후 면제범위 20%와 최대 인하폭 10%를 적용해 다음해에 해당 품목의 약가를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기대되는 효과는?
정부가 정한 상한금액 내에서 병원ㆍ약국 등이 해당 의약품을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지불받는 실거래가제도는 사실 종전에도 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상한금액으로 구입금액을 신고해 제도의 효과가 거의 없었고, 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도입, 의약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동기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복지부는 업체는 상한금액과의 차액의 70%를 수익으로 보전할 수 있고 환자도 병원ㆍ약국 등에서 저렴하게 구매할수록 본인부담액이 경감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정착되면 병원ㆍ약국 등이 공식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의약품 구입금액을 투명하게 신고함으로써 유통투명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제약산업 구조가 불법 리베이트 중심의 영업경쟁 구조에서 R&D 중심의 제품경쟁 구조로 재편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병원ㆍ약국 등이 거래한 가격의 가중평균가로 다음 연도 약가를 인하하게 되므로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되고 국민들의 약품비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 문제점도 만만치 않아
그러나 복지부가 기대하고 있는 효과들만큼 문제점도 많이 안고 있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국감에서 몇몇 의원들은 저가구매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원희목 의원(한나라당)은 저가구매제의 문제로 1원 낙찰과 의약품 유찰 사태, 제약사의 공급거부, 원내ㆍ원외처방 약값 괴리, 퇴장방지약 최저가 공급 요구 등을 꼽았다.

주승용 의원(민주당) 역시 “환자의 약제비 부담완화와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 확보라는 당초 도입 목적과는 달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원내 의약품 공급대란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또 일부 요양기관이 약가인하 예외 대상인 퇴장방지약 등에 대해 저가 공급을 강요하고 있다며, 저가구매제가 퇴장방지의약품의 공급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업계의 난색은 더 심하다. 병원의 ‘1원 낙찰’ 등 심한 덤핑 낙찰과 일부 도매업체가 오리지널에 대해서도 저가 낙찰가를 제시하자 몇몇 제약사는 의약품 공급거부 의사를 밝히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특히 대부분 제네릭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은 저가공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는 자연스레 약가인하로 이어져 국내사들만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제약협회는 지난 5일 병원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저가구매제가 많은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저가구매제의 대안으로 바람직한 보험의약품 상환제도 도입을 위한 공동 연구용역 의뢰를 검토하기로 했다.

일선에 있는 약사들의 반발 또한 거세다. 약사들은 저가구매제가 약국간 본인부담금 차이로 불신을 조장하고, 3개월간 가중평균을 내야하는 등 약국의 행정업무 증가로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3일 16개 시ㆍ도약사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저가구매제의 참여 요건으로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의약품의 납품가격 공개와 성분명 처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료기관 입찰의약품은 성분명으로 진행돼 의약품의 선택을 도매업체가 행사하는 꼴이 됐다”면서, “그렇다면 성분명으로 사용할 의약품을 선정한 의료기관에서는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해야 함이 마땅하며, 이를 토대로 약국에서도 시장형실거래가 제도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복지부 “구매가격 같은게 비정상”
복지부는 요양기관 간의 약값차이 발생은 저가구매제 시행으로 새롭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경쟁시장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항변했다.

종전 실거래가제도에서도 요양기관간의 약값 차이를 인정했으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약값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종전 실거래가제도에서는 대부분의 요양기관이 정부가 정한 기준금액의 평균 99.5% 수준으로 의약품 구매를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요양기관마다 구매력이 상이한 상황에서 구매가격이 동일하다는 것이 경쟁시장에서 비정상적인 것이다”면서 투명한 경쟁을 통해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제약산업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의 강한 반발 속에 저가구매제가 어떻게 정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