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인환자 유치를 중점 국정과제로 추진하며 관련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평균진료비가 높은 미용ㆍ성형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바가지요금, 저가요금, 불법 브로커, 연계상품 부족 등 문제점도 산적해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최근 ‘외국인 미용ㆍ성형환자 유치시장 건전화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환자권리보호 대책은 또 다른 환자 유인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환자 유치 상황과 이에 대한 명과 암을 들여다 봤다.

▽지속 성장하는 외국인환자 유치시장
정부가 지난 2009년 외국인환자 유치를 허용한 이후 연평균 36.9%씩 증가해 2013년까지 총 63만명의 외국인환자를 유치했다.

2013년 기준 국가별로는 중국(5만 6,000명, 26.5%), 미국(3만 2,000명, 15.5%) 러시아(2만 4,000명, 11.4%) 순으로 국내 의료기관 이용환자 수가 많았다.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진료수입은 연평균 63.8% 증가해 총 1조원이 발생했으며, 부수적으로 의료통역사,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창출됐다.

특히 최근 외국인 미용ㆍ성형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연 평균 53.5%씩(피부 42.9%, 성형 70.5%)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다 유치국인 중국 환자의 약 40%가 미용ㆍ성형 환자이며, 연평균 97.5%씩 더욱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실제로 중국 미용ㆍ성형 환자의 경우 2009년 1,657명에서 2010년 4,400명, 2011년 8,539명, 2012년 1만 4,531명, 2013년 2만 5,433명 등으로 늘어났다.

외국 성형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345만원으로, 전체 1인당 평균진료비 186만원의 2배 수준이며, 대부분 서울 강남ㆍ서초 소재 성형외과를 이용했다.

정부는 지난해를 ‘2020년 외국인환자 100만명 유치를 위한 퀀텀 점프의 원년’으로 삼고, 범부처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원하기도 했다.

▽불법브로커ㆍ유치업자 관리 부실 ‘해결과제’
이처럼 외국인환자 유치 시장이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부작용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3년 의료관광 유치인원은 약 21만명, 진료수익 3,934억원에 이르지만, 한국 의료관광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다 보니 ▲바가지요금 ▲저가요금 ▲불법 브로커 ▲연계상품 부족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불법 브로커들은 정부에서 인정하는 자격조건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으면서 환자를 소개ㆍ알선하며 수수료를 받고 있어 의료질서를 망치고 있으며, 이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외국인 환자의 발길도 끊어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한국 의료가 그 우수성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저조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의료시설과 장비는 OECD 34개국 중 2위, 의료서비스는 4위, 기술수준은 9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 의료관광산업의 종합경쟁력은 19위에 불과하다.

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 인프라 부문 국가경쟁력은 말레이시아보다 낮은 20위에 위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주요 신흥국들은 의료기관의 선제적 투자와 서비스 혁신 노력, 국가차원의 전략적 육성정책으로 의료관광 분야에서 성과를 보이는 반면, 한국의 경쟁력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기관과 유치업자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부실하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은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의 경우 일정부분 조건만 갖추면 복지부에 등록신청 후 유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치기관이 무분별하게 증가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없으며, 의료기관이 외국인환자 유치 무자격자와의 거래를 통해 외국인환자를 치료하는 경우 시정명령 등 제재조치 조항이 부재하다고 꼬집었다.

이명수 의원은 “앞으로도 외국인환자는 증가할 것이고, 불법 유치업자 등에 의한 피해자 또한 비례하여 증가할 것이다.”라며, “의료법 등 관련규정을 개정해 외국인환자 유치 등록이나 등록취소 사유를 좀 더 구체화ㆍ세분화하고,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일정 기간 동안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이 없거나, 무자격자에게 알선 받은 외국인환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에 대해 시정명령 또는 등록취소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면서, 진흥원이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및 유치업자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철저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촉구했다.

같은 당 문정림 의원은 외국인 환자수 증가에 따른 외국인 환자 의료분쟁 해결을 위해 의료분쟁조정원의 의료분쟁 조정(중재)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책 마련 나선 복지부…미용ㆍ성형 중심
문제제기가 지속되자 복지부는 지난달 13일 외국인 미용ㆍ성형 환자에 대한 불법 브로커 방지 및 의료 안전강화 대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중국 환자 뇌사사건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외국인환자 권리보호 목소리에 대한 대응으로, 관계부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및 외국인환자 유치 지원 협의체’를 통해 마련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 2009년 외국인환자 유치를 본격 추진한 이래, 연평균 36.9%씩 환자가 증가하고 특히, 미용ㆍ성형환자의 증가(연평균 증가율 53.5%)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불법 브로커에 의한 수수료ㆍ진료비 부풀리기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 의료사고 발생 시 원만하지 못한 분쟁해결 등은 외국 미용ㆍ성형 환자의 불만증가 뿐만 아니라, 해외환자 유치시장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번 대책의 주요 추진방향을 살펴보면, ▲불법 브로커 단속ㆍ관리 강화 및 건전한 유치사업자 육성 지원 ▲진료정보 제공체계 구축해 의료시장 투명성 확보 ▲외국인환자 권익 보호 및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분쟁 조정기능이 강화 등이다.

먼저 복지부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명백한 불법행위의 근절이 가능하도록 불법 브로커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ㆍ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 1차 시범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의료법 제27조의2제1항에 따른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등록 유무를 집중 점검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또,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관련근거를 마련해 불법 브로커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고, 의료기관이 불법 브로커와 거래를 금지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직업윤리 강화를 위해 해외환자 유치사업자를 대상으로 주기적(매 3년) 보수교육이 실시되고, 불법브로커 신고센터(보건산업진흥원)의 기능도 더욱 강화된다.

아울러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한국의료 정보제공체계도 구축한다.

환자가 진료비용을 현지에서 쉽게 알 수 있도록 ‘한국 성형시술 진료비 안내서’가 상반기 중 홈페이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배포된다. 성형수술 유형별로 진료비 책정 범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한다.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제가 도입되고, 우수 의료기관을 지정해 그 명단이 공개된다.

유치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질, 외국인환자 편의성, 전문인력 고용 현황, 환자안전 인프라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실시하고, 우수기관에 대한 정보는 ‘메디컬코리아 다국어 홈페이지’, 중국 등 외국 정부에 공유되고, 이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외국인환자 권익보호 및 분쟁조정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의료기관이 외국인환자 진료시 진료의사, 진료비, 부작용, 분쟁해결방법 등에 대한 사전 설명을 하도록 하고, 의료인의 복장에 의료인에 관한 문구 또는 명찰 등의 도구를 통해 정보를 표시하도록 한다.

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분쟁조정절차 자동개시에 동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되며, 보완적으로 한-중 민관협의체를 가동하고, 성형외과의사회를 통한 자율 조정이 활성화 된다.

내년에는 ‘국제환자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해 정보제공 및 영수증 사후 발급, 법률상담 등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일정규모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의료사고 배상보험을 단계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민단체 비판 봇물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이 같은 정부의 대책을 비판했다. 보건의료를 자본의 논리로 다루고 있으며, 분쟁조정 기능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달 17일 논평을 통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를 자본의 먹잇감으로 사유화 하는 정부대책은 비판 받아야 한다.”라며, “성형시장이 활성화돼 국민들에게 득이 되는 것이 전혀 없다.”라고 꼬집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정부가 외국인환자 권리보호가 골자인 듯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 대책의 본질은 성형시장 활성화에 있으며,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한 성형시술 공급자들과 의료자본의 배를 불리기 위한 목적이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들은 또, “외국인 환자 권리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수술실 실명제, 의료분쟁조정제도 활용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권리구제는 수단일 뿐 목적은 성형시장 활성화에 있으므로 외국인 환자권리보호 대책은 또 다른 환자 유인행위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분쟁조정제도 이용에 대한 환자의 사전 동의는 섣불리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라며, 분쟁조정제도가 의료기관의 의료과실에 면죄부를 주는 역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적인 과실을 회피하고 ‘화해’ 방식으로 분쟁조정제도를 악용하는 의료기관의 도덕적 위해를 차단해야지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ㆍ의료사고상담센터 역시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자동개시 동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은 사실상 조정전치를 제도화하는 것이고, 의료사고 배상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법 브로커 방지 및 의료 안전강화 대책 발표는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논의 중인 법 개정의 문제 등이 함께 선행돼야 할 문제이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