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첫회의를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비대위는 정부가 발표한 규제 기요틴 과제에 대해 회원의 의지를 결집시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꾸려졌다.

하지만 첫회의 결과를 놓고 보면, 비대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먼저 공동위원장 체제가 적절한 지 의문이 든다.

비대위는 4인 공동위원장을 추대하면서, 앞으로 공동위원장들이 협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대로 규제 기요틴 저지가 긴박한 상황이라면 지휘 체계를 단일화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닐까?

비대위가 준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대규모 궐기대회와 집단휴진이다.

하지만 4인 공동위원장 중 김주형 전북의사회장을 제외한 다른 위원장들은 인원 동력 능력이 떨어진다.

강청희 의사협회 상근부회장과 김용훈 정형외과의사회장은 각각 추무진 의협회장과 김일중 대개협회장의 재가를 받아야 하고, 유용상 위원장은 의사협회 산하 TF의 책임자로 활동해 왔을 뿐이다.

특히, 공동위원장 4인 중 2인은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어 의견 조율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김주형 위원장은 지난해 3월 10일 집단휴진 당시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집단휴진을 앞두고 “정부가 각종 행정조치를 취하려는 현 상황에서 회원들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개인형편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길 당부 드린다.”라는 공지 문자를 회원들에게 보낸 바 있다.

마치 집단휴진에 참여했다가 불이익을 당하게 되면 의사회는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전북의사회의 집단휴진 참여률은 1.6%로 가장 낮은 참여율을 보였다. 당시 전체 집단휴진 참여율은 20.9%였다.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시도의사회의 휴진참여율이 1.6%에 불과한 비대위원장의 지시를 과연 누가 따를까.

첫회의에서 향후 투쟁방향에 대해 정리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첫회의에서 향후 일정에 대해 결정한 사항은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일주일마다 회의를 개최하되, 필요에 따라 전체회의를 소집한다’가 전부다.

두번째 회의는 실행위원회 회의로 열리며, 13일 또는 14일이 유력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실행위원장을 선출하고, 비대위의 향후 운영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차기 의사협회장 후보등록일은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이다. 14일부터 선거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각 후보마다 규제 기요틴 저지를 외치기 시작하면 비대위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의 활동이 선거전 때문에 묻히게 될 지, 아니면 비대위가 선거를 핑계로 스스로 소극적인 활동만 할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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