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규제 기요틴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새로 구성됐다. 하지만 규제 기요틴 저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대로 작동할 지 미지수다. 의사협회장 선거와 맞물려 별다른 활동을 못해보고 표류할 가능성이 큰 데다, 구성원도 미덥지 않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비대위 구성과정과 앞으로 활동방향을 전망해 본다.

▽임시대의원총회서 구성 의결된 비대위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1월 25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규제 기요틴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재구성하기로 의결했다.

의사협회 집행부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규제 기요틴 저지를 위한 대응의 건’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의원회는 지난해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구성을 의결한 비대위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만큼,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지 말고 기존 비대위를 재구성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대의원회는 비대위에 회장의 참여여부를 놓고 표결에 붙였고, 표결 결과 ‘참여한다’ 99표, ‘불참한다’ 26표, ‘기권’ 3표가 나와 추무진 회장의 비대위 참여를 결정했다.

변영우 의장은 표결 후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를 구성해 규제 기요틴과 원격의료 등 모든 투쟁을 막아 달라.”고 당부했고, 이를 두고 참석자들은 위원장으로 추무진 회장을 낙점한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임시총회 직후 변영우 의장은 일부 기자들에게 “위원장은 추무진 회장으로 결정된 게 아니라, 비대위가 구성되면 위원들이 결정할 것이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와 관련, 추무진 회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장은 비대위원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결정될 것이다.”라면서도 “회장이 회무의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위원장 밑으로 갈수는 없다.”라고 말해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비대위, 4인 공동위원장 체제 확정

▲추무진 의협회장과 김일중 대개협회장
▲추무진 의협회장과 김일중 대개협회장

대한의사협회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비상대책특별위원회(이하 비대위)’가 4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비대위는 지난 7일 오후 5시 의협회관 3층 회의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비대위 운영방안의 건과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했다.

먼저 비대위원장에는 김주형 전북의사회장, 김용훈 정형외과개원의사회장, 유용상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등 4인이 함께 맡기로 했다.

4인 공동위원장 체제가 확정되면서 비대위원장직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추무진 회장은 배제됐다.

이날 추무진 회장은 지난 25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사협회장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의결됐다며 자신이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차기 의협회장 선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배제됐다.

이날 회의에서 비대위 부위원장과 간사는 선출하지 않기로 했으며, 비대위 운영 방안을 마련할 실행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비대위 실행위원회는 4인의 공동위원장과 공동위원장이 추천하는 4인, 공보의ㆍ전공의ㆍ의대생 대표 각 1인, 대의원회 1인 등 12인으로 구성되며, 비대위 규정과 운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비대위 전문위원 위촉은 실행위원회가 구성된 후 논의하기로 했다.

▽비대위, 첫 회의부터 삐걱삐걱

▲한방특위 유용상 위원장과 위원들
▲한방특위 유용상 위원장과 위원들

비대위 첫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보면 비대위의 향후 활동이 우려된다.

먼저, 공동위원장 체제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를 구성하고, 규제 기요틴을 막아야 한다’고 결정한데다, 추무진 회장도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돼 왔다.

하지만 비대위 첫 회의가 의협회장 선거가 회원 권익을 위한 투쟁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원장직에서 배제됐다.

이날 회의에서 추무진 회장은 본인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거로 인한 회무 공백에 대해서는 후보등록 이후 대행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추무진 회장의 발언이 ‘의협회장 자리에 대행을 세우고 자신은 비대위원장으로서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비대위원장 자리에 대행을 세우고 자신은 의협회장으로서 회무를 보겠다는 것이어서 참석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앞서 추무진 회장은 단식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가진 기자회견과, 임시총회 후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 규제 기요틴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거듭 밝혔다.

따라서 추무진 회장의 발언은 그가 투쟁보다 선거를 의식해 비대위원장직을 원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여지가 다분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이름만 걸어 놓고, 의협회장으로 회무를 보는 상태에서 회장선거에 나가겠다는 주장은 욕심이 과한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공동위원장 체제를 결정하고는 누가 공동위원장 자리를 맡을 지가 논란이었다. 당초 참석자들은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이 직역 대표를 맡아주기를 희망했지만 결국 김용훈 정형외과개원의사회장이 낙점됐다. 김일중 회장은 본인이 비대위원장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형, 김용훈, 유용상 위원장이 낙점되고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전공의 회장과 공보의 회장을 놓고 저울질 했으나, 전공의 회장은 첫 회의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공보의 회장은 공무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최종 결정을 하지 못했다.

이때 강청희 의협 상근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겠다고 자청하자, 참석자들이 동의했다.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원장에서 배제되면서 집행부 인사의 공동위원장 참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이날 회의가 시작될 때 비대위원 43명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공동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대근 안과의사회장은 공동위원장보다는 단일 위원장으로 가야 제대로 투쟁을 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향후 비대위 활동 ‘기대보다 우려’
비대위 첫회의는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비대위원장 선출과 비대위 운영 방안을 결정하고,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회의 참석자는 화상으로 참석한 3명을 포함해 24명 뿐이었다. 총 위원이 43명인 점을 감안하면 회의 성립 요건인 과반수를 겨우 넘긴 셈이다.

관심이 집중된 첫회의에 위원 다수가 불참함으로써 비대위의 입지가 시작부터 흔들리게 된 것이다.

▲비대위 첫회의에는 위원 43명 중 24명만 참석했다.
▲비대위 첫회의에는 위원 43명 중 24명만 참석했다.

회장이 비대위원장에서 배제된 점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추무진 회장이 위원장에서 배제된 이유는 의사협회장 선거가 비대위 투쟁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출된 공동위원장을 보면, 오히려 추무진 회장이 배제된 것이 비대위 투쟁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주형 전북의사회장의 경우, 지난해 3월 10일 집단휴진을 앞두고 “집단 휴진을 강행하면 회원 개개인이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정부가 각종 행정조치를 취하려는 현 상황에서 회원들의 피해가 우려되므로 개인형편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길 당부드린다.”라는 공지 문자를 회원들에게 보낸 바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집단휴진 참여율은 의원급 의료기관 2만 8,660곳 중 5,991곳이 참여해 20.9%를 보인 반면, 전북의사회의 집단휴진 참여률은 1.6%로 타 지역보다 낮았다.

이에 대해 비대위 한 관계자는 “비대위 활동이 장기화될 수 있어 유임이 확정된 시도의사회장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라며, “박양동, 김주형 카드 중에 그나마 나은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김용훈 위원장은 정형외과의사회장이어서, 김일중 개원의사협의회장보다 대표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김용훈 위원장은 투쟁방향을 논의할 당시, 비대위원의 국회앞 릴레이 1인 시위(안)에 대해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다른 위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유용상 위원장에 대해서는 한방특별대책위원회를 장기간 이끌어 왔기 때문에 한의사 관련 현안은 꿰고 있지만 인원 동원 능력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 지도부에서 배제된 것은 대한한의사협회의 결정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의사협회는 지난 4일 의료계의 비대위에 해당하는 ‘제1회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범한의계 대책위원회’를 열고, 김필건 회장을 상임위원장으로 두고, 최재호 대의원총회 의장을 비롯한 5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범대위를 출범시켰다.

이 밖에, 비대위는 첫회의에서 차기 일정에 대해 명확하게 확정짓지 못했다. 첫회의에서 향후 일정에 대해 결정한 사항은 ‘12인으로 구성되는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일주일마다 회의를 개최하되, 필요에 따라 전체회의를 소집한다’가 전부다.

한 비대위 참석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대로 투쟁이 되겠습니까? 갑갑합니다.”라는 말로 현재 심정을 표현했다.

비대위는 대정부 투쟁을 위한 기구다. 투쟁을 시작하기 전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확정돼야 한다. 물론, 위원장과 참여위원의 사심없는 열정은 기본이다.

복지부는 상반기중으로 규제 기요틴의 실행방안을 마련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의사협회가 차기회장 선거를 마무리 하는 3월 말쯤이면 지금보다 더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