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전원 사임의사를 밝혔다.

그 동안 원격의료 저지에 전력투구해 오느라 피로도가 최고조에 달해 더 이상의 업무 수행이 어려운 처지에 이르렀다는 게 비대위원들이 밝힌 사임이유다.

비대위가 내놓은 사임의 변을 보면, 자신들의 활동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듯 한다.

비대위 위원들은 이번 투쟁에서 고소고발, 법정공방, 회원들의 경제적, 법률적 피해를 남기지 않고 파업이나 휴진 등으로 인한 내부분열 없이 수임된 임무를 완수했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의료정책을 둘러싼 대정부 투쟁이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이번 투쟁이 하나의 이정표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비대위의 자평에 동의하는 의사회원들이 얼마나 될까? 비대위의 어떤 활동이 이정표가 됐다고 하는 걸까?

비대위는 지난 10월 5일 기자회견 당시, 그동안은 투쟁의 준비단계였으며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들어간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략상 노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던 비대위다.

비대위가 기자회견 이후 진행한 일이라곤 국회 앞 1인 시위와 회원을 상대로 한 설명회와 서명을 진행한 것이 전부다.

게다가 비대위에는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위원이 활동했다. 해당 위원은 개인의 신념과 다르게 활동했다는 것인데, 이런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또,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한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지난해 3월 집단휴진 당시 회원들의 불참을 유도하는 문자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당시 조인성 회장은 집단휴진 직전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와 사정당국의 압박이 심해짐에 따라 회원에 대한 행정처분 등 큰 피해가 우려된다.”라며, “각 시군의사회는 회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 주기 바라며, 회원 본인도 이러한 내용을 잘 숙지해 심사숙고 해주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이는 회원들에게 집단휴진 참여를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것이어서, 집단휴진 불참을 유도하는 글로 비쳐진다. 실제로 일부 경기도의사회원들이 3월말 경기도 정기총회에서 이를 문제 삼은 바 있다.

또, 조인성 회장은 지난 2012년 포괄수가제에 해당하는 4개 과가 수술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도, 어떤 이유에서든 수술 중단은 안 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가 이틀 만에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회원들이 경제적, 법률적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면 얻은 건 또 무엇인가?

갈만한 곳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말이 있다. 대가 없는 성공은 없다는 말이다. 비대위가 홍보활동과 서명운동을 대정부 투쟁이라고 둔갑시키는데 할애한 시간의 일부만이라도 투자해서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행동했는지 뒤돌아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