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서 의사협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의협 설문조사를 보면 의협이 생각하는 것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복지부는 상반기까지 한의사들이 쓸 수 있는 의료기기를 정하겠다고 하는데 대책이 뭔가?”

“국민 정서는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데 크게 저항감이 없다. 국민정서를 의료계에 유리하게 어떻게 돌릴 것인가?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한의사협회는 국민들을 내세워서 설득력이 있는 반면, 의사협회는 근거가 없이 그냥 반대한다고 하니 설득력이 없는 것 아닌가?”

지난해 12월 31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의 브리핑 당시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이다.

이에 대해 추무진 회장은 “복지부가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의료행위는 의사들만 할 수 있는 것이고, 우리는 원칙을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정부가 규제 기요틴 정책을 발표한 이후,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논쟁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재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국민 절대 다수가 원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면허된 행위가 아니라며 원칙론을 들어 반박한다. 의사협회장의 기자회견에서처럼 말이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과연 한의사협회가 발표한 국민설문조사가 믿을 만 하느냐는 거다.

한의사협회가 제공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한의학정책연구원이 전국 20대에서 7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 88.2%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이 자료를 반복 보도하면서 자연스레 국민 다수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의 문항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번째 질문은 한의사가 한의과대학에서 현대과학을 필수교육과정으로 이수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이고, 두번째 질문은 한의사가 관련 과목을 교육받았음에도, X-ray,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기기를 활용해 진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이다.

뒤를 이어, 한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X-ray, 초음파, 혈액검사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설문 문항을 보면 한의사들은 이미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았는데, 현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고 호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 설문 문항을 보면 ‘기본적인 의료기기’라는 단어가 수차례 반복된다. 마치 X-ray와 초음파기기가 매우 단순한 기기여서, 한의사에게 허용해도 문제될 게 없는 것처럼 암시한다.

만약, 설문 조사를 할 때,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의료법상 면허 범위를 벗어난 위법행위라고 언급하거나,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했다가 45일간 면허정지처분을 받은 사례를 먼저 언급했다고 치자. 그 후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여부를 물어봐도 국민 10명 중 9명이 찬성하는 결과가 나올까?

참고로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한 한의약정책연구소는 지난 2006년 문을 연 한의사협회 산하 연구소이다.

정말 국민들이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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