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직접 겪은 암 치료 경험을 계기로 사이비 의료행위의 폐해를 실감하고, 문제점을 알리는 데 주력해 유명해진 의사가 있다. 그는 사이비 의료행위 비판 활동과 기내 응급환자 구조 공로를 인정 받아 2년 연속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한방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 고소까지 당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충북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44)를 만나 사이비 의료행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최미라 기자: 안녕하세요.

한정호 교수: 네, 안녕하세요.

최미라 기자: 그 동안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활동과 기고글 등을 통해 교수님 소식을 종종 접했습니다. 2013년에는 사이비 의료행위 비판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의사협회 정기총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셨는데, 이런 활동에 나서게 된 계기와 활동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한정호 교수: 제가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고, 다리를 다쳐 수술도 여러 번 받다 보니까 의사로 활동할 때와는 또 다른 부분들이 눈에 보였어요. 환자들에게 사이비 의료를 권하며 접근하는 사람이 많았던 거죠. 병실에 와서 병명을 보고 암환자들에게 ‘기적의 암 치료’라며 다가오는 식이죠. 주변 사람들이 권하기도 했고요.

최미라 기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는군요.

한정호 교수: 네. 별의별 사람들이 다 접근해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한방 뿐 아니라, 사이비 의료 전반에 대해 발견하게 된 것들이 많아요. 병원 밖에 나와서도 주변을 유심히 보니 기적 운운하며 사이비 의료를 권하는 별의별 플래카드가 많았고요. 이런 사이비 광고들이 통제가 전혀 안 되고 있었죠.

최미라 기자: 그런 부분들에서 문제를 느끼고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한정효 교수: 처음에는 그냥 지역 일간지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고, 주위에서 한 번 쓰고 버리기는 아까우니 블로그에 올리라고 해서 올리다 보니 글이 많이 알려지게 된 거죠.

최미라 기자: 특히 한방 쪽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한정호 교수: 사이비 의료 쪽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니 결국 한방과 연결될 수 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한의사나 의사들 중에서도 사이비 의료를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한방요법에 외국의 동종요법이나 사이비 의료들을 짬뽕시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파동진단, 파동치료, 생명수, 카이로프랙틱이 다 그런 아류죠. 검증되지 않았거나, 검증할 수 없거나, 검증을 통과하지 못 하는 것들은 말이 좋아 대체의학이지, 결국 사이비 의학입니다.

최미라 기자: 그런 부분에서 문제를 느껴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게 되셨군요?

한정호 교수: 그렇죠. 이런 부분들은 개인을 공격해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라,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돼 한특위 활동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철저한 검증을 거치도록 제도를 바꿔야 국민들이 그런 정보를 접해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생명이 걸린 암 환자, 특히 소아암환자들의 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기 때문에 검증되지도 않은 요법에 수천만원, 수억원을 쓰는 상황이잖아요. 그렇게 돈을 써서 효과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검증이 안 됐다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최미라 기자: 특히 넥시아 관련 비판을 많이 해서 고발까지 당하셨는데요?

한정호 교수: 사실 처음부터 넥시아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잘 알았던 것은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소변 한 방울이면 암을 구십 몇 프로 진단한다는 한의사의 파동진단과 어혈분석에 관심이 있었죠. 파동진단과 어혈분석에 따르면, 뱀 형상을 한 어혈이 보인다는 둥, 암을 7단계로 분류하는 등 어이가 없어요. 한 언론사가 인터뷰 의뢰를 해서 넥시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죠.

최미라 기자: 교수님이 생각하는 넥시아의 문제는 뭔가요?

한정호 교수: 객관적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죠. 넥시아가 말기암환자를 완치하는 효과가 현대의학보다 훨씬 높다고 홍보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노벨상을 몇 개 타도 부족할 정도 아닌가요? 국가가 나서서 검증한 후 효과 있으면 당연히 국가에서 육성을 해야 하는데, 그런 객관적검증 작업은 거치지 않으면서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요.

최미라 기자: 정확히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넥시아를 먹고 암이 나았다고 홍보를 하는군요?

한정호 교수: 가장 황당했던 부분은 성인 암환자 뿐 아니라, 소아 백혈병 환자들에게도 그 약을 먹인다는 거에요. 이미 골수이식과 항암치료를 받아서 치료가 종결된 환자들,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넥시아를 먹였더니 2년 후까지 재발이 없더라고 주장하는 거죠. 이런 식이면 암 치료 전후에 쌀밥에 고깃국을 먹었는데, 쌀밥 때문에 암 재발이 안 됐다고 주장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최미라 기자: 결국 이 같은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보건당국이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정호 교수: 그렇죠. 복지부와 식약처가 할 일을 안 하는 사이에 국민들이 속는 거에요.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객관적 검증도 없이 이런 제품들이 계속 판매된다는 것 자체가 황당해요. 넥시아 뿐 아니라 아류들도 매우 많습니다. 전국 한의사들이 넥시아를 개량해서 만들었다며 파는 검증도 안 된 제품들은 일반인들은 마치 항암제인 것처럼 오해할 수 밖에 없어요. 저는 최소한 항암제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항암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판매하려면 그것이 현대의학의 약이든, 한약이든 객관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법을 국가가 만들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죠.

최미라 기자: 이런 상황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이 직접 넥시아에 대한 검증을 하겠다고 나섰죠?

한정호 교수: 환자단체 입장에서의 검증은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환자단체연합도 의학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 단체에 객관적 자료를 요구하겠다는 것이거든요. 이건 환자들의 권리고, 나서야 하는 부분입니다. 환자단체, 소비자단체가 먼저 객관적 검증이 된 약에 대해서만 항암제를 붙일 수 있게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잘못이 있으면 제가 처벌 받으면 되고, 효과가 그렇게 좋다면 외국에도 수출하면 되는 거죠. 효과가 없다면 폐기처분 하거나 거기에 돈을 쓴 사람들의 물적, 정신적 피해보상을 해 줘야 하는 거구요.

최미라 기자: 산삼약침 문제도 심각한데, 이 역시 보건당국이 손을 놓고 있죠. 특히 약침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한정호 교수: 식약처 등 보건당국은 비호인지 무관심인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집에서 자기 주전자로 끓여 만들어도 된다는 것인데, 그런 물질을 몸에 주사를 놓는다는 데 어떤 통제도 안 한다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요? 세월호 사태 이후 여객선 안전검사를 한다고 난리인데, 먹는 것도 아니고 인체에 직접 주사하는 주사제의 효과는 고사하고 안전성 등은 검증을 안 해요. 개인이 만드는데 어떻게 균이 안 들어가겠습니까. 그냥 둔다는 것 자체가 국가의 책임 방기입니다.

최미라 기자: 최근에는 기내에서 응급환자를 구한 일화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됐어요.

한정호 교수: 덕분에 2년 연속 복지부 장관상까지 받았습니다.

최미라 기자: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한정호 교수: 50대 한국인 남성이었는데, 비명소리가 들려 가봤더니 심장마비 상태더라구요. 바로 바닥에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해서 다행히 빨리 살릴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닥터콜을 받아서 갔다면 5~10분 정도 지체돼 살리기 힘들었을 거에요. 발견 즉시 조치해서 다행이었죠.

최미라 기자: 환자에게 감사 연락이라도 왔나요?

한정호 교수: 연락 안 왔습니다. 오히려 심폐소생술 도중 갈비뼈를 몇 개 부러뜨렸는데, 환자가 고소 할까 봐 걱정되네요. 선한 사마리아법에서 의료인은 예외로 둔 독소조항도 문제죠. 정부가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을 벌 주고 싶어하는 마음 때문에 국민을 죽이는 거에요. 의료인들이 일반인들보다는 심폐소생술을 훨씬 잘 하고, 살릴 수 있는 확률도 높을 텐데, 법으로 의료인은 면책이 아닌 형사책임을 감면해 준다고 하니 누가 나서겠습니까. 의대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네 인생 살려면 나서지 말라고 가르칠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나서지 않으면 의사를 비난하는 상황인데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길에서 다친 사람들 구하고, 국민들을 살릴 생각을 한다면 정부가 심폐소생술 중에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청구하는 일 같은 건 하면 안 되죠.

최미라 기자: 교수님은 학창시절부터 청주에서 보낸 토박이 출신인데요,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복안은 없을까요?

한정호 교수: 지역 인재전형을 늘려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해당 주에서 세금을 일정 금액 이상 낸 부모의 자녀가 주립대학을 가면 거의 무료이고, 다른 주에서 오면 많이 내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도 그런 정책이 필요해요. 국립대나 도립대라면 해당 지역에 맞춰 인재를 뽑고, 졸업한 후에도 그 지역에 남아 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뽑을 때도 지역민들에게 우선권을 주고, 등록금 등 혜택을 부여해 지역 인재들이 지역 의대를 더 많이 가도록 하는 거죠. 사실 근본적으로는 의료수가가 정상화 돼야 합니다. 지금은 손해를 봐도 안 망하는 아산, 삼성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병원만 유지되는 꼴이잖아요. 국립대도 국가 지원이 있으니 적자를 보면서도 안 망하고 유지되는 것 뿐이구요. 그러면 안됩니다. 제 값을 내고 치료를 해야 의료 왜곡도 없어집니다.

 
 

최미라 기자: 의료계는 줄곧 원가 이하의 수가라고 주장해 왔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죠?

한정호 교수: 가령 피 토하는 환자를 지혈하면 수가가 10만원이에요. 새벽 4시에 나와 지혈했는데 인건비와 재료비가 모두 포함됐다며 더 이상 안 주는 거죠. 심폐소생술 30분 한 수가는 5만 5,000원이에요. 의료진 7~8명이 달라붙어 사람 목숨 살리려고 하는데, 정부가 목숨값 자체를 낮게 책정한 거죠. 심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 목숨은 개 값만도 못해요. 내시경 일회용 클립도 한 개에 2만원인데 클립 5개를 써서 재료비가 10만원 들었어도 청구할 수 없어요. 지혈치료술에서 사용된 재료비는 청구할 수 없거든요. 심평원에 가서 아무리 따져도 소용이 없었어요. 사람이 죽어가는데 가만히 두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그러면서 의사를 처벌하겠다는 규제만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제대로 된 국가라면 보상을 해 줘야 하고, 육성을 해야 옳아요.

최미라 기자: 기피과 문제도 그렇고, 정부가 나름대로 육성책을 내놓는데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한정호 교수: 그렇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앞으로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막기 위해 기초과학을 안 하면 벌금형까지 부과할 판이에요. 기초과학을 육성하려면 그 학문으로 먹고 살 수 있게 해 주고, 나이가 들어도 잘리지 않고 연구직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더 열려야지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겠어요? 그런 문호를 열지 않고 규제만 하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학교 등록금을 낮추고 장학금을 더 준다? 대학교는 20대 초반이면 끝인데, 30년, 50년 후에는 뭐 먹고 살라는 소리입니까. 의사들 기피과 문제도 그래요. 아무리 전공의 때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 봤자, 30대 중반에 전문의 따고 나가서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전공 선택을 안 하는 것인데 공무원, 정치권은 돈 몇 푼 더 쥐어주는 것을 정책으로 내놓으니 다 실패하는 거에요.

최미라 기자: 정책 입안자들의 근시안적 시각이 문제군요. 근본적인 것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많이 들어야 하잖아요?

한정호 교수: 일례로 의료 실비보험이 공보험을 망가뜨리는 진짜 나쁜 제도인데, 도입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했죠. 이 제도는 의료 과소비가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보험업자들은 땅 짚고 헤엄치는 거에요. 의료비 대부분을 국가에서 내 주고, 보험사는 일부 환자 본인부담금만 내주면서 생색 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부분 때문에 사람들의 의료 이용은 급증하고, 결국 공보험을 무너뜨리게 돼 있어요. 환자들이 실비보험에 있는 가입 리스트대로 해 달라며 진단서를 조작하는 일이 다반사에요. 아픈 척 하고 검사했는데, 나중에 보면 실비보험을 타려는 경우가 많은 거죠. 의사들은 알면서도 속고 모르면서 속는 상황이구요.

최미라 기자: 그런 식으로 누수되는 재정이 많은데, 손실분을 의사들을 쥐어짜는 정책으로 보존하려고 해서 더욱 문제 아닌가요?

한정호 교수: 그렇죠. 실비보험 도입 당시에도 실비보험비를 받는 사람은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면 안 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영되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보험회사에 공무원들이 놀아난 거죠. 그렇게 보험재정을 갉아먹으면서 엉뚱하게 의사들은 엄청 삭감하며 옥죄고 있어요. 제도를 부도덕하게 만들어 놓고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최미라 기자: 궁극적으로 교수님이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요?

한정호 교수: 의료에서 정의가 제대로 섰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환자 한 명이 피해를 받았다고 너무 이슈 파이팅 하는 개념이 아니라, 제도와 방향을 제대로 바꿔야 해요. 항암제 검증도, 실비보험 문제 해결도 정의를 실현하고 환자를 위하는 일이잖아요. 정의롭지 못한 제도가 개인을 부도덕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이 부도덕하다고 욕할 것이 아니에요. 검증도 안 된 제품을 항암제라며 파는 것도 애초에 제도가 없으니 부도덕한 행위가 나오는 것이잖아요. 제도를 만들어 주고 사람들이 그걸 지키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그걸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전문가 단체의 역할입니다. 전문가단체들이 욕을 많이 먹는데, 사실 이제껏 목소리를 많이 내 왔어요. 항상 문제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성 정책 때문에 망가지는 것이죠. 정부가 올바른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전문가단체 뿐 아니라, 언론과 환자단체, 국민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최미라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한정호 교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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