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부의 규제 기요틴과 관련한 입장을 내놨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규제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카이로프랙틱 자격 및 문신사를 합법화하고, 의료기기와 구분되는 이ㆍ미용기기를 별도로 정의하는 한편,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 추진 등을 포함한 ‘규제 기요틴’을 발표했다.

규제 기요틴에는 의료법 제34조를 개정해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원격진료에도 보험을 적용하는 과제도 포함됐다.

정부에 따르면 규제 기요틴은 비효율적이거나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개선하는 규제개혁 방식을 뜻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규제 기요틴이 비효율적인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허용함으로써 위법을 조장하는 과제가 다수 포함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의사단체들이 앞다퉈 성명서를 발표하며 대정부 투쟁을 경고했고, 회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의료계를 대표하는 의사협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었으니, 그가 규제 기요틴에 어떤 방향으로 대응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추 회장은 규제 기요틴 대응방안으로 회원 홍보 후 의견을 수렴하고, 대국민ㆍ대언론 홍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하다면 대의원총회의 의결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즉, 계단식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협회가 사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정부가 규제 기요틴을 전면 철회하지 않으면 11만 의사의 전면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집행부 삭발‘설’과 전면 투쟁 선포‘설’이 나왔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사실 추 회장이 전면 투쟁을 선포한다고 해서 의료계가 정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노환규 전 집행부가 결행한 집단휴진에 참여한 의사회원은 20%에 불과했다.

또한, 대정부 투쟁을 하겠다며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 조차, 휴진으로 남은 건 패배의식 뿐이라며 서명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의사협회는 곧 차기회장 선거전에 들어간다. 추 회장의 임기는 4월말까지이지만, 의사협회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차기회장 선거공고일은 1월 28일이고, 후보등록일은 2월 17일이기 때문이다.

회장선거가 끝나고 차기 집행부가 들어설 즈음엔 이미 정부는 규제 기요틴에 포함된 정책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 놓은 상태일 것이다.

의사들은 규제 기요틴이 원격의료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변죽만 울릴 때가 아니다. 어느 때보다 추무진 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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