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의사가 병원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사례를 소개하며, 의사들의 수술실 환자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신속한 자정노력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 흉부외과 의사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자, 전신마취 돼 수술대에 누워 있는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놓아두고 수술실을 나가버려 수술이 중단됐다.

이 흉부외과 의사는 병원이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리자 이를 취소하라며 병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26일 패소 판결을 내렸다.

환자단체는 화가 난다고 생후 4개월 된 아이의 심장수술을 중단한 의사에게 ‘1개월 정직처분’이라는 경한 징계를 한 병원도 문제지만, 그것이 과하다고 소송까지 제기해 자신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만천하에 알린 해당 의사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기까지는 환자단체로서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동의한다. 하지만 환자단체는 한 발 더 나갔다.

환자단체는 지난 8월 13일 경찰이 서울의 모 이비인후과의원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보험사 직원이 수술실에 난입해 마취중인 환자의 수술이 약 8분 여 동안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던 사례를 언급했다.

환자단체는 이때 의료계는 의사의 진료권 및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한 초유의 사태라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경찰서를 항의방문하는 등 강력히 항의했고,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과 같은 공권력의 집행도 아닌 그냥 동료 의사와의 마찰로 화가 난다며 전신마취된 아이의 심장수술을 중단하고 수술실을 나가 버린 이번 사건은 환자 입장에서는 지난 8월의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 코 수술이 7분 30초 지연된 사건과 비교할 때 인권침해의 정도가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의 이러한 지적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두 수술 간 위험의 정도 차이는 수술이 어떤 상황에서 중단됐고, 몇 분 간 중단됐으며, 이후 대처는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공권력에 의해 중단된 수술은 덜 위험하고, 의사들 간 마찰로 중단된 수술은 더 위험하단 말인가?

당시 이비인후과 원장은 뇌손상이 올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경찰의 강압적인 태도로 인해 환자를 놔둔 채 경찰의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

의사들은 경찰들의 수술실 난입으로 의사의 진료권이 침해받았고, 이로 인해 환자의 생명이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 의사들의 요구다.

의사들이 현재까지 문제제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이런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후 5개월 동안 환자단체연합회가 발표한 11건의 성명서에는 수술실 습격사건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환자단체연합이 환자들을 위하는 단체로서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뒤돌아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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