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예기치 못한 복지부발 경고장에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복지부가 2010년 11월 28일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기 전에 제약사로부터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의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 1,940명에게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는 소명을 못할 경우 경고처분을 내리겠다는 내용의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것이다.

경고장을 받은 의사들의 명단은 검찰 측에서 범죄일람표 형태로 복지부에 제공됐다. 범죄일람표는 검찰의 수사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명단으로, 사법부 처리가 되지는 않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일정 부분 인정되는 사람들의 명단이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명단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행정처분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어떤 일이든 사건과 관계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사실관계를 따져야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복지부발 경고장의 경우, 또 다른 당사자인 의사들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않고 제약사나 의료기기업체의 이야기만으로 작성된 명단에 따라 행정처분 경고장이 발송됐다. 의사들이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의 경고장 발송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배한 점도 문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재판부가 유죄판결을 내릴 때까지 피고인과 피의자 모두 무죄라는 법의 원칙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을 말한다.

사법부는 검사가 유죄를 입증할 때까지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혐의가 없다는 전제 하에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만약 검사가 유죄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재판부는 무죄 판결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사들에게 무죄를 입증하라고 통보했다. 복지부는 의사들의 유죄를 전제로, 정해진 기한 내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고 소명하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경고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사법부가 혐의는 의심되지만 사법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린 6년 전의 일에 대해, 복지부는 의사들에게 무혐의를 입증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번 경고장이 신중한 검토 끝에 나온 결과물인지 의문 또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다.

의사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조사 없이 범죄일람표만으로도 행정처분을 내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례, 구 의료법 시행령 제1조제1항제5호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린 사례 등 의사들에게 불리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사전통보 대로 행정처분이 내려질 경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한다. 복지부는 차가워진 의심(醫心)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복지부가 경고장 발송을 하기에 앞서 범죄일람표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행정처분을 내리겠다고 통보하는 신중함이 필요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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