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KBS ‘추적 60분’의 ‘얼굴 없는 사람들 – 에이즈환자의 눈물’편이 방송된 직후, 수동연세요양병원이 도마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수동연세병원은 병원의 부주의로 환자가 사망한 게 아니고 방송에서 고발한 내용 모두 무혐의 또는 기각 처분을 받았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합 등도 사실이 아닌 내용을 방송해 여론몰이를 한 KBS 제작진이 환자와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원장님. 추적 60분 논란에 대해 원장님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왔습니다.

염안섭 원장: 안녕하세요.

김소희 기자: 지난 방송 이후 환자들이 퇴원을 했거나 다른 변화는 없었나요?

염안섭 원장: 현재 총 13명이 입원해 있습니다. 2명은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쉼터로 갔고, 2명은 가정으로 복귀했습니다. 가정으로 복귀한 환자들은 병원 입원 당시 상태가 호전돼 가정복귀를 고려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이번 기회로 복귀했죠.

방송 이후 지역사회에서 보건소에 민원을 넣었더라고요. 그래서 와상 상태인 환자가 아닌 치료가 돼 이동이 가능한 분들은 질병관리본부에 의뢰해서 에이즈 환자 쉼터로 옮기게 된 거죠. 많은 분들이 방송을 보고 우려하고 있는데, 남은 분들 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방송에서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염안섭 원장: 그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방송에서 언급된 환자의 차트를 보여주며) 보면 수액처방을 하거나 X-ray 촬영 등 검사도 실시했습니다. 매일 혈당도 측정해서 당뇨병을 관리했고요.

식사 지적도 말이 안 됩니다. 저희 병원 게시판에 일주일 식단이 다 공개돼 있습니다. 그대로 전체 병실과 호스피스 병동에 배식을 하고 있습니다. 차별을 한다니요.

김소희 기자: 에이즈 감염인 단체와 동성애자 단체는 방송에서 병원 측의 부주의로 환자가 사망했으며, 차별행위, 성폭행 등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염안섭 원장: 지난해 사망한 환자는 2001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에이즈와 악성결핵 진단을 받은 후 10년 이상 치료를 받지 않고 지냈습니다. 이 환자의 어머님께서 준 진술서에도 질병이 깊어 사망이 예견돼 수동연세요양병원에 간 것이고 질병을 이기지 못해 자연사하게 된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건 담당 교수님께서 써주신 소견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을 하지 않아 사망한 게 아닙니다.

지금 어머님께서는 연락받은 적도 없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아들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들에 대해 말한 단체 관계자에게도 언급하지 말라고 통보하셨고요.

방송에서 고발한 내용 모두 감사원 무혐의, 국가인권위원회 기각 등으로 결과가 나온 것들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 처리결과 통지서를 보여주며) 의료조치 미흡으로 사망해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따라 사실임을 입증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 기각됐습니다. 감염인 차별과 관련해서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3호의 규정에 따라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않아 기각됐고요.

김소희 기자: 성폭행 건은 소취하네요?

염안섭 원장: 장기요양사업 초기에 간병일을 할 만큼 건강한 에이즈 감염인을 간병사로 채용해 에이즈 환자들을 돌보게 했습니다. 이때 모 남자 간병사와 남자 환자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며, 다른 에이즈간병사가 이모 교수에게 제보를 했죠.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서 피해자로 지목된 에이즈환자는 자신이 성폭행이나 피해를 당한 적이 없다고 했고, 저희 병원 전 간병사들의 인터뷰에서도 성폭행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이모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남양주경찰서로 이송된 이번 사건에 대해 소취하했고요.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모 교수가 소를 취하함으로써 종료됐습니다.

 
 
김소희 기자: 방송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네요. 방송만 본 분들께서는 오해할 수 있을 텐데요.

염안섭 원장: 방송을 보면 국가인권위원회 법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해서 개입을 못하겠다고 자막이 뜹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시면 진정사건 처리결과 통지서에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각하하기로 결정하고, 제32조제2항의 규정에 따라 해당사건을 관할 경찰서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나옵니다. 이 부분은 언급이 되지 않았더라고요.

또 저랑 질병관리본부 등이 함께 한 회의에서 제가 성폭행도 자위행위도 아닌 합의하에 이뤄진 행위라고 말했다고 방송이 됐더라고요. 회의를 한 적은 있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은 절대 없습니다. 녹음파일 공개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다니 억울하네요.

김소희 기자: 환자와 보호자들은 어떤가요?

염안섭 원장: 방송에 병원이 노출되면 자신들이 있을 곳이 없어져 국립병원을 전전하며 다녀야 한다고 걱정하십니다. 그러면서 최근에 일어나는 일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시죠. (환자와 보호자 녹음파일을 들려주며) 병원에 입원한 우리가 가만히 있는데 인권을 운운하며 대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 답답해 하세요. 무엇보다 환자와 보호자의 인권이 중요한데, 오히려 방송 등 대외 활동으로 피해를 입게 되니까요.

김소희 기자: 만약 현재 입원 중인 환자들이 이곳을 떠나게 되면 갈 곳이 쉼터와 가정밖에 없는 건가요?

염안섭 원장: 지금은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경찰병원, 서울의료원이 입원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소희 기자: 그 중에 지정병원이 수동연세요양병원뿐인 거고요?

염안섭 원장: 그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방송에서 우리 병원만 에이즈환자 지정병원이라고 나오는데, 우리 병원은 민간경상보조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에이즈 환자의 간병비만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는 겁니다. 흔히 아는 지정병원, 인증병원처럼 관련 증서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병원에서 에이즈환자를 받지 않고, 우리만 입원을 시켜 치료하고 있으니까 지정병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정이 취소돼 환자를 못 받게 될 테니 국립에이즈요양병원을 설립하라고 하는데, 지금도 환자들을 받고 있습니다. 취소돼서 환자를 못 받고 있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김소희 기자: 그럼 도대체 방송에서는 왜 그런 말들이 나온 걸까요? 예전에 60명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13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치료받고 있는데 말이죠.

염안섭 원장: 치료비 전액과 간병비 전액 모두 받는 건 에이즈밖에 없을 겁니다.

김소희 기자: 암환자들도 산정특례로 95%를 지원받고 있는데, 에이즈의 경우 100%라고요?

염안섭 원장: 치료비는 90%를 건보공단에서 병원에 지원하고, 간병비는 질병관리본부가 병원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10%의 치료비는 환자가 낸 후 영수증을 가지고 보건소에 가서 청구하면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 10%를 낼 수 없는 에이즈환자를 위해 후불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후불제를 선택하면 환자는 치료비를 내지 않고 퇴원해도 병원이 직접 보건소에 신청해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는데, 추가로 환자본인부담금을 정부가 지원하라는 요구는 영양수액이나 기저귀 정도의 비급여까지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소희 기자: 에이즈환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생각보다 많군요.

염안섭 원장: 이뿐만이 아닙니다. 에이즈감염인 단체들은 국립에이즈요양병원을 설립하고 정상활동이 가능한 감염인인 자신들을 취직시켜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미 정부가 국립병원에 감염인들을 취직시키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소득 증가로 탈수급 시 의료급여와 교육급여를 지원하는 이행급여 특례자로 선정해 추가 지원해주고 있고요.

여기에 감염인으로 확진 시 무조건 법정 장애인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장애수당을 또 받을 수 있게 되니까요. 지금은 에이즈감염으로 인해 후유장애가 발생할 경우 수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체는 후유장애 없는 감염인들까지도 법정 장애인 지정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또 보호자가 없어도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원무처리나 문제해결 등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죠.

 
 
김소희 기자: 국립에이즈요양병원도 같은 맥락일까요? 에이즈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시나요?

염안섭 원장: 국립에이즈요양병원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현재 에이즈 확진자만 1만명이 넘었습니다. 이 중 60세 이상이 1,000명이 넘었고요. 보통 비확진자를 확진자의 3배수로 하니 약 4만명 정도가 에이즈감염인입니다. 국립에이즈요양병원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럼 병상 수를 확진자에 맞춰야 하는 건지, 60세 이상으로만 해도 1,000병상이 필요한데 이게 재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재정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어디에서 에이즈요양병원 설립을 허가할 지도 의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이 분명합니다.

김소희 기자: 생각보다 안고 있는 문제가 상당하군요. 알지 못했던 내용들도 많고요. 이번 방송뿐만 아니라 앞서 인권위 진정까지 타격이 컸을 것 같습니다. 법적으로 대응한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염안섭 원장: 지금 변호인단을 꾸렸고, 여러 가지 자료를 취합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물론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강력 대응할 계획입니다.

김소희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염안섭 원장: 저를 비롯해 병원 식구들은 에이즈환자를 돌보는 일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니 속상하더라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에이즈환자들에게는 비밀보장이 중요합니다. 첫째도, 둘째도 환자와 보호자 보호입니다. 환자와 보호자의 신분이 공개되거나 타격을 받을까 우려될 뿐입니다. 아무쪼록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로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랍니다.

김소희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향후 소송 등 일정이 정해지면 연락주세요.

염안섭 원장: 말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 길 조심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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