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뉴스①]의사들, 14년 만에 총파업 강행
[10대뉴스②]신해철 사망과 환자안전법
[10대뉴스③]아프리카발 에볼라 파동
[10대뉴스④]병원계 떨게 한 3대 비급여 개선안
[10대뉴스⑤]보험사 직원 수술실 습격사건
[10대뉴스⑥]음주 전공의와 음주금지법
[10대뉴스⑦]의사협회 106년 만에 회장 불신임
[10대뉴스⑧]갑상선암 과다진단 논란
[10대뉴스⑨]사회문제 야기하는 쇼닥터
[10대뉴스⑩]의료이슈의 주역으로 나선 젊은 의사들

 
 

①의사들, 14년 만에 총파업 강행
의사들이 지난 3월 10일 하루 총파업을 강행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14년 만이다.

집단휴진은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했다. 의사협회는 올해 2월 21일부터 28일까지 8일 동안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등록회원 6만 9,923명 중 69.88%인 4만 8,861명이 참여한 가운데 76.69%인 3만 7,472명이 총파업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압도적인 찬성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의사들이 불합리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열망이 강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 및 의료기관 영리자회사 반대 카드를 전략적으로 내세웠고, 회원들은 올바른 의료제도에 대한 염원을 담아 총파업에 동참했다.

불합리한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정책의 실례를 보자.

정부의 기능을 위탁 받아 요양급여의 심사와 적정성 평가업무를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수 년 전 의료보험수가가 원가의 73.9%라고 발표했다. 이는 의사들이 정상적으로 진료해서는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의사들이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자로부터 더 많은 치료비를 받아낼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상급병원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각종 검사를 늘리지만, 규모가 작은 의원은 환자로부터 추가로 진료비를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따라서 환자를 끌어 모아 박리다매 진료를 하는 방법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이로 인해 3분 진료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식의 진료 패턴은 당연히 환자의 불만을 야기하며, 의료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을 반기는 의사는 없다. 게다가 병원의 경영난은 3분 진료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개원의가 각종 비급여 진료항목을 만들어 권유하거나, 자신의 전공과목에 대한 진료를 포기하고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미용성형 분야로 진료를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는 양심과 싸워야 한다. 양심을 지키며 정성껏 진료하는 의사는 폐업을 하고, 불성실 진료를 하는 의사는 흥하는 기형적인 의료구조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각종 의료정책들이 의사들을 옭아맨다. 그동안 리베이트쌍벌제, 아동및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의료분쟁조정법 등 의사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법이 쉴새 없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의사들의 희생이 국민들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환규 의협 집행부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 회원 투표를 통해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고, 전공의들의 가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성공적인 총파업이 기대됐다.

하지만 의료계 지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변영우 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은 총파업을 불과 3일 앞둔 3월 7일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사파업은 100% 실패한다. 일단 연기하자.”라고 주장해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다수 시도의사회장들도 회원들의 적극적인 휴진 참여를 독려하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조인성 경기도의사회장은 총파업 직전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와 사정 당국의 압박이 심해짐에 따라 회원에 대한 행정처분 등 큰 피해가 우려된다. 각 시군의사회는 회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강구해 주시기 바라며, 회원 본인도 이러한 내용을 잘 숙지하고 심사숙고 해주기 바란다.”라고 안내했다.

이로 인해 조인성 회장은 3월 30일 열린 경기도의사회 정기총회에서 대의원들로부터 총파업 불참을 독려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총파업 강행 후 의사협회는 2만 8,428곳 중 1만 3,951곳이 휴진에 참여해 49.1%의 휴진율을 기록했다고 밝히고, 단축진료를 포함하면 실제 참여율은 60%에 육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2만 8,660곳 중 5,991곳이 참여해 실제 휴진율이 20.9%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의사협회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사전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76%가 총파업 돌입에 찬성한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이번 파업의 긍정적인 부분은 보건의료 단체들이 의사협회를 지지했다는 것과 과거와는 달리 밥그릇 싸움 논란에서 자유로운 총파업이었다는 점이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 강행과 강경한 대응책이 의사들을 극단적 투쟁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하며,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회도 정부를 향해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고, 언론과 국민도 총파업을 의사들의 이기심이나 타 직역과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폄하하지 않았다.

주요 포털에서도 의사들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글과 댓글이 봇물을 이뤘다.

또, 10일 휴진에 다수 전공의들이 참여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전공의들은 10일 휴진은 불참하되, 24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하는 전면 총파업에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3월 8일 열린 전공의대표회의에서 10일부터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휴진 당일 약 7,200여명의 전공의들이 병원을 나섰고, 이중 1,600여명은 의협회관을 찾아 힘을 보탰다.

총파업 이후에는 2차 의정협상, 합의 결과 수용 및 총파업 유보로 흘러간다. 회원 사이에 책임공방 등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집행부와 대의원들 간 대립이 격화된다.

노환규 회장은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내부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사원총회를 통한 대의원회의 개혁을 추진하다 의사협회 106년 역사상 최초로 대의원들에 의해 불신임되고 만다.

결국 파업의 성과물인 의정합의 38개 아젠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12월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추무진 의협회장은 지난 18일 장옥주 복지부차관을 만나 의정합의 이행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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