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연천군 보건의료원에 근무하는 한 공중보건의사가 겪은 사건이 의료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 공보의는 지난달 예방접종을 하던 중 감기 기운이 있다는 주민에게 다음에 오라고 한 후 예진표를 폐기했다는 이유로 민원이 제기돼 주의 처분 및 3개월 치 진료장려금 240만원이 삭감됐다.

해당 공보의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연천군청, 경기도청,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행정처분이 적합하다고 보내온 연천군청의 답변에 불복하고 재민원을 냈다.

또, 보건의료원 측은 주의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공보의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절차상 잘못을 인정하며, 지난 11일 의견서를 제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일은 한 명의 공보의가 일방적인 민원으로 부당한 행정처분을 받고, 처분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건소 예방접종 사업의 총체적인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선심성 행정에 따른 대량 예방접종 환경은 환자안전 측면에서 가장 위험한 문제다. 지방자체단체가 접종률을 높이는 데만 급급해 한 명의 공보의가 하루에 800명~1,000명을 상대로 예방접종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건당국이 지시한 대량 예방접종 시 접종전 주의ㆍ금기대상자 확인 철저, 주사 후 20분 대기 관찰 등의 조항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공보의들에 따르면, 예방접종 장소도 접종 관련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마을회관이나 체육관, 심지어 시장통에서 출장접종을 진행하라고 지시가 내려온다는 전언이다.

힘 없는 공보의 입장에서는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이 무리한 예방접종을 시행하면서 부작용 등의 문제가 생겨도, 감정적인 문제로 민원이 제기돼도 모두 공보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 같은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다. 비슷한 일이 예방접종 시즌마다 반복돼 왔지만, 민원만 무마하는 차원에서 대충 넘어가기 일쑤였다. 실제로 이번 일이 공론화되자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공보의의 제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보건소가 예방접종을 독점하다시피 해 개원가 환자들을 뺏어 가는 점도 지적된다. 의사들은 예방접종은 로컬에 맡겨야 할 부분이라고 항변한다.

지금도 바우쳐 제도 등을 통해 인근 개원가로 분산 시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65세 이상 노인은 무료인 보건소 예방접종을 선호하다 보니 이용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보건당국이 좀 더 적극적인 분산책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자체의 예방접종 사업에서 일어나는 문제점들을 공론화 시키고, 바로 잡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의사협회가 질병관리본부와 업무협의를 통해 각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독감예방접종 사업에 대해 독감예방접종 1일 예진자 수의 한도를 정하는 등의 공보의 복무환경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보건당국도 지자체에 예방접종 사업을 일임하고 포괄적인 내용의 지침만 내릴 것이 아니라, 공보의 1인 당 예진자 수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정해 배포하는 등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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