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 회장 김영인)가 최근 예방접종과 관련해 벌어진 공보의 처벌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앞서 A 공보의는 경기도 모 보건의료원에서 하루에 800명이 넘는 주민에게 예방접종을 한 날 한 민원인이 제기한 민원 때문에 ‘복무 불성실’로 행정처분을 받았다.(본지 12월 1일자 보도)

특히 A 공보의는 지난 11월 21일 각각 ‘주의’와 ‘경고’ 행정처분명령서를 함께 받아 3개월간 업무활동장려금 지급 중지라는 처분이 내려졌다.

공중보건의사제도운영지침에 따르면, 12개월 이내에 주의 2회 또는 주의 1회 및 경고 1회의 누적 처분을 받은 경우 3개월간 업무활동장려금 지급 중지 처분을 내린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처분이 법리적 문제가 없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해 항의 공문 등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날 동시에 주의와 경고 조치가 나오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법적 검토를 면밀히 거친 후 공문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려고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또, 이번 처분의 법리적 문제 뿐 아니라, 공보의들의 비정상적인 예방접종 환경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신 대변인은 “공보의들이 예방접종 시즌에는 하루에 1,000명도 본다고 한다.”면서, “이는 결국 환자안전 측면에서 봤을 땐 세월호 사태처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며, 문제가 생기면 모두 공보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라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들은 예전부터 꾸준히 지적돼 왔다.”라며, “이제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에 대해 신중히 논의할 시점이다. 바우처 제도 등도 논의되고 있지만, 일부 이해관계가 걸린 부분이라 어려운 점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공협 역시 이번 사례를 계기로 예방접종 환경 및 공보의들의 권익과 처우 문제를 공론화 할 계획이다.

김영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공보의가 불합리한 처분을 받은 문제 뿐 아니라, 전체 공보의의 업무 적정량과도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영인 회장은 “의사 입장에서는 더 성실히 진료하고 싶어도 예방접종 시즌에는 한 명당 1분도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라며, “그 과정에서 민원이 들어왔으면 보건소도 귀책사유를 객관적으로 따져야 하는데, 민원인의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처분을 내린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회장도 “동시에 행정처분 두 가지가 한꺼번에 나가는 경우가 없는 걸로 알고 있고, 두 처분이 같은 타이밍에 내려졌다는 것 자체가 행정처분 절차상 무리한 듯 보인다.”라며, 이번 처분의 법리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 “제도적으로 봤을 때도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예방접종 건에 대해 공보의를 같은 보건의료원 구성원과 공무원 신분으로 대응해 주는 것이 아니라, 민원인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행정처분을 내리고 끝내 버리는 일종의 책임 전가적인 측면도 있어 협회가 나설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공협은 보건소가 혼잡한 예방접종 과정에서 발생한 일방적인 민원에 대한 처분의 부당함을 항의하고, 처분 절차 상으로도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거듭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보의들의 권익과 처우와도 관련이 있으며, 나아가 지역주민의 보건환경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공보의들은 접종을 많이 하는 것 뿐 아니라, 지자체로부터 접종 관련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곳까지 찾아가 출장접종을 할 것을 강요 받는 경우도 있다.”라고 꼬집었다.

선심성 행정의 일환으로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심지어는 시장통에서까지 예방접종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온다는 것이다.

그는 “공보의 입장에서는 보건소장, 심지어 군수가 나가라고 명령을 내리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안전한 접종환경을 보장받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공보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공보의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하면서 그들의 권익과 처우는 보장하지 않는 이중적인 잣대를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예방접종과 관련해 지자체로 지침들을 많이 발송하고, 특히 출장 예방접종의 경우 관련 공문 등도 있지만 무시되는 부분이 많아서 시정 요청을 할 것이다.”라며,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상황인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보건의료원은 이번 처분에 대해 공보의와 함께 근무한 보건소 행정 직원들의 얘기도 듣고, 민원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것이기 때문에 복무불성실에 따른 주의 처분은 문제가 없으며, 한 번 내린 행정처분이 번복될 일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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