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800명이 넘는 주민에게 예방접종을 한 공중보건의사가 ‘복무 불성실’로 행정처분을 받아 진료장려금 3개월치(240만원)를 삭감 받은 일이 발생했다. 공보의는 이 같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본지에 자세한 내용을 전해 왔다.

A 공보의는 경기도 B군 보건의료원에서 지난달 20일과 27일 이틀 간 예방접종에 나섰다. 특히 예방접종 첫 날인 20일에는 819명의 환자를 봤고, 27일에도 250여 명에 가까운 환자를 응대했다.

그런데 20일 내원한 한 주민이 감기 기운이 있다며 예방접종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고, A 공보의는 다음에 오라고 대답한 후 예진표를 폐기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민원인은 불쾌감을 느끼고 B군 보건의료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만불손한 의사”라며 민원글을 게시했다.

이 민원인은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오만 불손한 의사를 처음 본다.”라며, “시골 노인일수록 더욱 친절하게 어버이처럼 대해 줘야 하지 않나. 전국 보건의료원은 의사들의 서비스 교육을 새로 시켜서 대인봉사에 나서야 할 것 같아. 또 그런 사태가 일어나면 보건복지부에 정식으로 고발할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A 공보의는 직접 답변글을 통해 “당일 예방접종 첫날이라 아침부터 수백 명의 환자들이 예방접종을 위해 한꺼번에 내원했다.”라며, “한 분 한 분 정성껏 진찰하고 설명해야 마땅하지만, 시간에 쫓겨 충분히 설명하고 응대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의사로서 경험과 소양이 부족해 충분한 설명과 안내를 하지 못하고 불쾌감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더욱더 친절하고 세심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면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B 군 보건소는 A 공보의에게 불친절 민원에 따른 복무불성실 등을 이유로 주의와 경고 처분을 내렸고, 3개월 치 진료장려금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A 공보의는 “예방접종을 하러 온 사람들을 시진, 문진하고 부작용도 설명하고 접종 후 증상도 관찰하는 등 정상적인 진료를 하면 하루에 100명 이상 볼 수가 없다.”라며, “하지만 예방접종 시즌에는 많은 곳은 공보의 한 명이 하루에 3,000명씩 접종한다. 이게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A 공보의는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으로 무리한 예방접종을 시행하면서, 정작 부작용이 발생하면 모두 의사 책임이다. 일이 터지면 공무원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라고 비판했다.

민원인 역시 감기기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을 해 줄 경우 아프면 의사 책임이고, 해주지 않으니 불친절 민원을 제기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원인은 예진표를 폐기한 것이 불쾌하다고 했는데,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있으므로 폐기하는 것이 맞다. 예방접종을 한 사람의 예진표는 보관해야 하는데, 필요 없으니 버린 것이다.”면서, “워낙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번호표와 예진표가 뒤섞여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그 와중에 불친절하다고 민원을 넣은 것은 황당하다.”라고 토로했다.

A 공보의는 이번 행정처분이 일방적이고 과도하다고 판단해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며, 감사기관에서 민원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도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군 보건의료원은 이번 처분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B군 보건의료원 관계자는 “해당 공보의가 자신의 입장만 얘기한 것 같다.”라며, “이번 처분은 A 공보의와 함께 근무한 보건소 행정 직원들의 얘기도 듣고, 민원인의 민원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거듭 “복무불성실에 따른 주의 처분은 문제가 없으며, 한 번 내린 행정처분이 번복될 일은 없다.”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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