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가 의사에게 의약품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금전 등을 제공하면 제공자만 처벌 받던 것에서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 처벌받는 일명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지 4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도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리베이트 쌍벌제를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수 차례 발의했다. 지난 2012년 오제세 의원이 발의한 제공자ㆍ수수자 명단 공표법과 2013년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0년 통과된 리베이트 쌍벌제부터 최근 발의된 개정안까지 내용을 짚어봤다.

▽2010년 4월 191대 0으로 제정
지난 2010년 4월 28일 리베이트 쌍벌제를 담은 의료법ㆍ약사법ㆍ의료기기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194명 중 191명이 찬성했고, 3명이 기권했으며 반대표는 없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 종사자가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의약품 채택ㆍ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자격정지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 안의 경제적 이익 등에 한해 허용했다.

이후 리베이트 쌍벌제가 통과된 지 7개월 만인 11월 28일 개정안이 시행됐다.

당시 의료계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의료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또, 불법 리베이트는 현행 법으로도 처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의료법에 새로 벌칙규정을 두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이 통과된 후에는 복지부가 하위법령을 통해 의료인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행규칙은 규개위와 법제처 심의를 거치면서 복지부 안이 상당 부분 삭제됐다.

특히 해석에 따라 리베이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초기에는 의료계와 제약업계 모두 혼란에 빠졌었다.

복지부는 관련 설명회 등을 연이어 개최하며 현장에서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애썼고, 추석선물 액수 등 지나치게 세부적인 규칙까지 정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리베이트 수수자 행정처분기준 수수액과 연동
보건복지부는 2012년 7월 리베이트 처벌ㆍ처분 제재를 강화한 약사법 시행규칙,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의료기기 시행규칙 개정안 등 강화된 리베이트법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는 리베이트 수수자(의사ㆍ약사) 행정처분기준을 수수액과 연동해 처분 소요기간을 단축하는 방안과 적발횟수에 따른 가중처분 및 가중처분 적용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행정처분 기준이 사법처리 결과(벌금형 금액)에 연동돼 확정 판결시까지 장기간 소요됐지만 수수액과 연동함으로써 빠른 처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재위반시에도 가중처분 규정 부재로 동일 처분이 부과되는 등의 한계도 극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애초 정부가 리베이트 근절책으로 발표했던 ‘리베이트 제공 의약품 건강보험 급여 목록 삭제’, ‘리베이트 금지 대상자 확대’, ‘일정횟수ㆍ금액 이상 적발시 명단 공표’ 등의 내용은 당시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제공ㆍ수수시 정부지원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도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하위법령만 포함됐으며 명단공표 등의 내용을 담은 약사법ㆍ의료법ㆍ의료기기법 개정안은 2012년 안으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라며, “리베이트 제공ㆍ수수시 정부지원을 배제하는 방안은 근거규정이 다양하기 때문에 법령으로 규정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리베이트 제공자ㆍ수수자 명단공표 추진
이후 2012년 11월 1일 당시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민주통합당)은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의 명단을 공표하고 과징금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오제세 위원장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 등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을 제공하는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의약품 리베이트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제재 수단을 강화함으로써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국민 의료비의 감소 및 국민건강의 보호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2013년 4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개정안을 심의하기로 했으나, 의료계의 반발 등을 의식해 6월 국회에서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6월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도 다음 회기로 재논의하기로 연기된 후 아직까지 통과되지 못 하고 계류 중인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시키는 것으로, 다른 직역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잉처벌이다.”라며, “의료인의 불신을 높일 수 있으며, 대다수 선량한 의료인들이 환자 진료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개정안은 리베이트 제재 강화를 위한 규제일변도의 정책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방안이 될 수 없으며, 특정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범죄예방 또는 방지 효과에 일정한 한계를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의 수수자에 대한 처벌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규제일변도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없으며, 불합리한약가제도의 선결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역시 검토의견을 통해 “공표 제도는 일단 공중에 전파되고 나면 실제 위반의 정도나 배경과는 무관하게 대상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위반사실이 중대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충분하고 공표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림으로써 국민들의 추가적인 피해 예방 효과가 큰 경우에 한해 신중하게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리베이트 수수 금지 의무 위반에 따른 면허 취소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 그 처분 내용 및 인적사항을 공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이 문제가 됐다.

개인에 대한 면허 취소 처분의 경우 해당 처분으로 이미 당사자는 면허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계속적인 의무 이행 확보 필요성이 없는 상태이고, 의료기관 개설자인 의료인인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 정지 처분 등에 대한 공표가 가능하므로 개인의 면허 취소 사실의 공표를 통해 추가적으로 얻게 되는 법익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실은 반면, 인적사항이 공표되는 당사자가 입게 될 개인적인 피해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개인에 대한 인적사항 공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한편, 2013년 4월 1일에는 리베이트로 인한 가중처분 적용기간을 종전 1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ㆍ약사 등의 자격정지 기간 리베이트 수수액과 연동, 반복 위반시 가중처분. 법원 판결 이전이라도 행정기관의 조사와 판단으로 행정처분 가능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시행됐다.

▽리베이트 의약품, 요양급여에서 제외 시행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해당 의약품을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 제재 수단을 강화하는 법안도 발의돼 통과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남인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013년 4월 12일 이 같은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남인순 의원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에도 의약품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의료인 등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을 제공하는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라며, “의약품 리베이트 제재 수단을 강화함으로써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국민 의료비의 감소 및 국민건강의 보호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법은 같은 해 12월 31일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2014년 4월부터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리베이트로 적발된 약제는 1년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요양급여 적용을 정지할 수 있다. 이미 정지됐던 약제가 다시 리베이트로 적발될 경우, 전체 정지 기간 등을 고려해 요양급여에서 제외할 수 있다.

만약 리베이트로 적발된 약제가 국민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면 과징금 처분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때 과징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되, 해당 약제의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0분의 40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도 법안 통과의 후속조치로 2014년 3월 24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을 입법예고했다.

내용은 ▲리베이트 관련 약제에 대해 1년의 범위에서 리베이트 금액에 비례해 요양급여의 적용 정지 ▲적용 정지됐던 약제가 정지기간 만료 5년 이내에 다시 정지 대상이 된 경우 산출된 정지 기간에 2개월 가중 처분 ▲정지기간 만료 5년 이내 재위반해 산출한 가중처분기간이 12개월을 초과한 경우 요양급여 제외 등을 담고 있다.

또, ▲ 가중처분 받은 약제가5년 이내에 또 다시 위반(3회째)한 경우 요양급여 제외 ▲요양급여의 적용 정지 또는 제외 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에 대해 과징금 대체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의사가 리베이트 받으면 소속병원도 처벌 추진
의사가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할 경우 그 소속기관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신설하는 방향도 추진 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양승조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9월 16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은 그 행위자인 의사를 벌하는 외에 그 소속된 기관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도록 명시했다.

최근 의약품 거래에서 관행화된 리베이트 수수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1월 28일부터 리베이트의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를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의 경우 소속 약국과 제약회사 모두를 처벌하는 ‘약사법’과 달리, 현행법에서 불법 리베이트에 관한 처벌규정은 의사에게 1년 범위에서의 자격정지나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을 뿐, 양벌규정은 법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라고 양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봉직의가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하는 경우 소속 병원도 함께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양승조 의원은 “부당한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은 그 행위자인 의사를 벌하는 외에 그 소속된 기관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올바른 의약품의 유통질서를 확립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제고함으로써 금지의무 준수의 이행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로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은 약사법과 달리 리베이트 수수자인 의사에 대한 처벌만을 규율하고 있고,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의 목적은 수수자의 소속기관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리베이트 행위에 대한 처벌은 현행 규정만으로도 과도하다며 개정안에 반대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현행 처벌이 과도할 뿐 아니라, 의료행위ㆍ직역의 특수성상 의료인에 대한 지시ㆍ이행관계가 약하며, 고의범인 불법행위자와 과실범인 법인 등을 같게 취급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위배되므로 양벌규정 신설은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검토의견을 통해 “개정안은 리베이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의약품의 유통질서를 확립하려는 취지로서, 리베이트가 근절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 입법취지에 공감할 수 있다.”라며,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양벌규정을 두어 법인 등의 주의의무ㆍ감독의무를 강화하는 것은 그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고, 현행 약사법 규정과의 비교시도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다만, 양벌규정을 통해 법인 또는 개인을 처벌하는 근거는 임ㆍ직원에 대한 선임ㆍ감독에 있어서 법인 등의 과실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책임주의 원칙상 법인 등이 법인의 구성원이나 개인의 대리인 등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는 그 법인이나 개인을 양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편, 해당 개정안은 지난 11월 14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제안설명과 검토보고, 대체토론을 마친 후 소위로 회부된 상태다.

▽목적 상관없이 무조건 리베이트?
현재 판매촉진 목적의 경우 금지된 경제적 이익 제공행위를 목적 여부에 관계없이 안 되는 행위를 규정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을 경우 관련자료를 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1월 1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ㆍ약사법ㆍ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일명 ‘리베이트 방지 3법’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약품ㆍ의료기기를 취급하는 업체가 목적 여부와 관계 없이 의료기관에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행위를 규정했다.

또, 제공 가능한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시 복지부 장관에게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경제적 이익 등을 제공받은 자는 관련된 회계처리 등에 관한 자료를 매년 복지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현행 약사법에서는 의약품의 판매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자, 수입자 및 의약품 도매상이 의약품의 채택ㆍ처방유도 등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약사ㆍ한약사ㆍ의료인ㆍ의료기관 개설자 등에게 금전, 물품, 편익, 노무, 향응,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은 이에 대해 “하지만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이 판매 촉진을 위한 목적인 것인지 판별하기 어려우며, 이는 의료법, 의료기기법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행위에 대해 판매촉진 목적여부에 관계없이 해서는 안 될 행위에 대해 규정한다는 설명이다.

인재근 의원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기관 행동강령’ 개선을 권고했지만, 지난 10월 1일 감사원 감사보고에 따르면 국립병원의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인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제약사 및 의료기기업체의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됐으면 한다.”라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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