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현지조사 및 현지확인 시 의료계가 지적해 온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공개한 개선 계획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건보공단이 방문확인 업무처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4월 공개한 ‘방문확인 표준운영지침(이하 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으며, SOP의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정림 의원(새누리당),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는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수술실 압수수색 사건으로 본 환자 건강권 및 의료인 진료권 확보방안-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 및 현지확인 제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정승열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관리실장은 “방문확인 운영과정에서 ▲수진자조회 결과 등 구체적인 부당청구 근거 없이 장기간 자료 요청 ▲부당청구 확인 목적을 벗어난 불필요한 자료 요청 ▲요양기관 입장 고려 않는 일방적인 방문일정 설정 등 SOP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라고 인정했다.

정승열 실장은 또, ▲담당자의 자의적인 지침 해석 ▲부당청구 확신하고 고압적인 자세와 언행 ▲의사의 고유권한인 진료권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 등 과도한 업무추진 의욕으로 인한 무리한 업무 진행도 있다고 토로했다.

정 실장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진료를 방해할 소지가 있는 업무수행에 대해서는 SOP에 반드시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 간호인력 등에 대한 면담 필요시 진료대기 환자 상황, 수술ㆍ처치 상황 등을 고려, 진료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치 ▲요양기관과 사전 협의된 방문일시 준수를 원칙 ▲사전 협의된 일정변경 요청 시 특별한 경우(자료조작 우려 등)을 제외하고 최대한 수용 등의 조항을 SOP에 명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고의적 면담기피 등 정상적인 확인업무 수행이 곤란할 경우 방문확인을 중단하고, 방문확인 거부 기관에 준해 업무처리를 진행해 의료현장에서의 혼란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SOP 준수를 위한 내부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방문확인 절차에 대한 내부교육을 강화, 철저한 지침을 이행하도록 하고, 지역본부ㆍ지사를 대상으로 주기적 방문확인 운영실태를 점검해 부적정 사례 확인 및 재발방지를 계도하겠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이외에도 의약단체와의 간담회 및 업무협의를 통해 방문확인의 문제점과 건의사항을 수렴하고, 이들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수용 가능한 부분은 SOP나 업무처리지침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홍중 보건복지부 보험평가과장도 현지조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지조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청렴 및 친절교육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교육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현재 현지조사 실시 기관으로부터 청렴 설문지를 작성 받아 조사원 태도 등에 활용 중이라는 설명이다.

김홍중 과장은 또, 거짓ㆍ부당청구 사전방지를 위해 의료계 대상 설명회, 간담회 등을 자주 실시하는 등 소통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단체가 ‘자율시정통보제’와 ‘지표연동관리제’ 통합운영 필요성을 제기하는 만큼, ‘지표연동자율개선제’를 통합 시행해 요양기관 업무부담을 해소하고, 조사대상 기관 선정의 합리성과 정확도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 개정을 통해 조사명령서에 ‘요양기관 대표자 자필 서명란’을 신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의료계가 현지조사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사전예고 없이 급습하는 현지조사 행위 및 방문목적 등 사전안내 미비’에 대해 “요양기관의 폐업이나 자료은닉 및 조작, 수진자와의 통모 등이 우려되는 경우 사전통지를 미실시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 판례에서도 현지조사의 밀행성이 요구되는 경우 사전통지 미실시의 적법성을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 패널들은 SOP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지역본부 ‘급여사후 대상기관 선정심의위원회’ 구성에 의료계를 포함시켜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상기관을 선정해야 한다.”라며, “선정기관이 노출돼 증거인멸 등이 우려될 경우 대상기관 선정 심의시 기관명, 지역 등을 제외하고 부당내역에 대한 심사만 한다면 의료계를 포함시켜 논의하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서인석 이사는 또, SOP에 자료제출 요청 근거 및 요청자료를 구체화해 명시하고, 비급여 및 의료급여 자료에 대한 문의와 자료제출 협조요청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법에서도 공단은 보험급여에 대한 관리 및 부당이득 징수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비급여 및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 중인 의료급여에 대한 관리권한은 없다는 주장이다.

서 이사는 “SOP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건보공단은 현지확인시 기본원칙을 준수해 요양기관의 임의적인 협력을 전제로 제한적이고 부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라며,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는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를 지켜 이뤄지도록 해 요양기관의 부담을 감소시켜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요양기관과 환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곧 환자의 안전과 건강권을 지키고 의료인의 진료권을 확보하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박경우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역시 ▲최근 진료분 위주로 최소한 범위 내 실시 ▲요양기관 방문 확인과정 녹음ㆍ녹화는 확인자와 요양기관 대표자가 협의 등의 SOP의 개정 사항이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실제 현장에서는 진료분 3년치 이상의 무리한 자료요구도 다빈도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우 이사는 또, 이번 사건처럼 개설자의 동의 없이 요양기관 및 수술방의 임의적 영상촬영 및 음성녹음이 현지확인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지침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SOP의 가장 큰 문제는 최근 개정된 현지확인 주요지침이 의료계와 별도의 논의 및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체개정을 통해 통보 방식으로 이뤄져 실제 의료현장의 목소리와 개선요구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건보공단의 현지확인 절차와 범위를 복지부의 현지실사와 중복되지 않도록 명확화하고, 행정조사시 진료권 및 환자안전 확보를 위한 자정노력 강화 및 법률 개정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법률적 문제점도 지적돼 눈길을 끌었다.

유화진 변호사는 “아직 사실관계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민간 보험사 직원이 영장집행 과정에 참여했을 경우 해당 직원의 자격과 권한이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보험사 직원이 고발인 또는 고소인이라면 집행을 받는 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참여권자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해치는 것으로, 집행권한이나 참여권이 없는 자가 영장을 집행하거나 참여한 위법한 절차로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 변호사는 또, 수술실에서 환자가 마취상태에 있음에도 수술실에 들어간 것은 국민의 건강권과 프라이버시,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보험업계에 대한 관리와 감독 의무가 있는 해당부처가 오히려 민간보험사 직원을 활용해 의료기관에 대한 조사를 용인했다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건보공단이 SOP를 시행하고 있고, 현지확인의 전제조건도 명시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기준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실시하는 현지조사의 경우도 국민건강보험법에 포괄적 규정과 증표제시 의무만을 규정하고 있다며, 관련법령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의 목적, 범위, 내용, 시기, 방법 등을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하고, 권한을 남용한 조사공무원에 대한 벌칙 규정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변호사는 이외에도 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는 세무조사보다 강력한 제재조치가 내려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국세기본법에 규정된 세무조사로부터 납세자 보호 규정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세기본법은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세무조사권 남용 금지, 세무조사 시 조력을 받을 권리, 세무조사의 사전 통지 등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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