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대학병원의 비윤리적인 의ㆍ한 협진사례를 모아 공론화 시키겠다고 선언해 주목된다.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은 26일 “대학병원에서 고가 비급여 한약 처방을 권유하는 등의 사례를 제보해 달라.”면서, 향후 사례를 모아 공론화 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의총은 이 같은 계획을 소개하며, 서울 모 대학병원의 사례를 들었다. 전의총에 따르면, 한 뇌성마비 환아가 이 대학병원 소아과에서 간질약을 지속적으로 처방 받고 있었으며, 중증질환자 혜택을 받아 약값이 한 달에 1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아과 교수가 한방신경과와 협진 후 한 달에 30만원에 달하는 한약을 먹으라고 해서 반강제적으로 먹었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요양병원에서도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대학병원에서 벌어진다면 더욱 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대학병원에서 의ㆍ한 협진을 통해 고가 비급여 한약 처방을 권유 하는 사례에 대해 인터뷰를 해 줄 환자와 2차의료기관, 요양병원 급에서 의ㆍ한 협진을 통해 불필요한 한방 비급여 치료를 권유하는 사례 등을 제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인석 전의총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로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이 모두 있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하며 한약을 권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라며, “이런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사례를 접수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실태를 확인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인석 대표는 “의사 입장에서는 과학적 근거도 없는 한방치료를 환자에게 권한다는 것이 의사윤리에 위배될 뿐 아니라, 치료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한약 등을 권해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까지 주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러한 사례들을 몇 개 접하다 보니 전국적으로 그런 일이 많은지에 대해 우려가 됐다.”라며, “대학병원 뿐 아니라, 최근 의ㆍ한 협진을 표방하는 일반병원도 많은 만큼, 이 같은 일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향후 구체적인 공론화 방법이나 계획을 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의ㆍ한 협진의 효과성 등에 대한 의문은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월 민주통합당 전정희 의원이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공동으로 하나의 장소에서 면허 종별에 따른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당시, 의료계는 한의사들이 의사를 고용해 현대의학을 기반으로 한 진료를 하는데 악용할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조정훈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서로의 장ㆍ단점을 보완한다는 협진 주장 근거는 과학과 현실을 무시한 지극히 ‘뜬구름 잡는 문과’적 마인드에서 나온 생각이다.”고 꼬집었다.

특히 조 위원은 현대의학과 한방은 학제 자체가 서로 상호보완작용의 기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협진이 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협진을 하는 몇몇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들도 좋은 결과물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패러다임이 전혀 다른 현대의학과 한방에게 협진하라고 하는 얘기는 전혀 과학을 바탕에 두지 않은 탁상공론 행정에 불과하다.”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 뻔한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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