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가 원격의료와 관련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달 간 양측은 원격의료 저지가 눈앞에 온 것처럼 이야기하면서도 서로의 역할은 깎아 내려 왔다.

원격의료 저지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으려면 갈 길이 먼데도, 마치 익지 않은 열매를 따려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비대위는 추무진 회장이 비대위 파견이사를 철수시키자, 집행부의 비협조가 원격의료 저지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비난했다.

비대위 대변인은 ‘임무를 완수할 것처럼 전망되는 시점이 되자 회계 문제 등을 진실게임 공방으로 몰아, 비대위원들의 도덕성을 훼손시키는 마타도어를 하고 있다’며 집행부를 정조준 하기도 했다.

그는 ‘특공대를 밀림에 보내놓고 임무를 완수하자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싫어한 정치인들이 돌아오는 헬기를 보내지 않는 그런 뻔한 액션 영화의 스토리가 벌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원격의료 저지에 실패하면 그 책임이 집행부에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자 추 회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공조해 왔으나, 투쟁체 조직 구성이나 로드맵 마련 등 여러모로 투쟁 준비가 미흡했다.”라며, “비대위는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투쟁 준비에 매진하라.”고 받아 쳤다.

특히 추 회장은 “집행부의 노력으로 원격의료를 어느 정도 막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발언수위를 높였다.

의사협회장이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저지 단계까지 왔다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는 원격의료 입법저지라는 성과를 비대위로 돌아가게 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분석된다. 집행부와 비대위가 서로 자신의 공을 강조하면서 상대를 폄하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이 기자들과 만나 원격의료 입법저지는 특정 단체나 개인의 공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 회장은 추무진 회장을 향해 ‘원격의료를 거의 막았다’는 협회장의 발언은 회원들이 원격의료를 영구적으로 막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신중한 언사를 당부했다.

또, 비대위를 향해서는 비대위의 존속기간을 오는 12월로 잠정 결정한 것에 대해 ‘원격의료 투쟁을 한시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냐’며 19대 국회 종료일까지 활동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 입법 저지는 한 조직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집행부에서 서울역 집회, 여의도 궐기대회, 비대위 투쟁 등을 이끌었고, 시도의사회도 나름대로 노력해 왔다.”라며, “이런 활동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원격의료 저지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집행부에서 각 지역과 직역 단체는 의사협회 깃발 아래로 모여 의료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외쳤고, 최근에도 다수 지역의사회가 원격의료 성명을 발표하며 집행부와 비대위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또한, 전 집행부가 실시한 회원투표에서도 원격의료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협회는 정부와 팽팽한 힘대결을 벌일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추무진 의협회장과 조인성 비대위원장은 차기 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격의료 저지를 자신의 성과로 삼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원격의료를 막아내면 모두의 공이고, 원격의료를 막지 못한다면 모두의 과이다. 더구나 원격의료 입법은 19대 국회 종료일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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