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행정처분 심의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은 보건복지부가 의사들의 행정처분을 동의해 주는 꼴이 된다. 특히, 리베이트 쌍벌제 폐지를 주장할 명분을 잃게 된다.”

경기도의사회 김장일 대의원(용인시의사회 재무이사)은 지난 2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사협회가 행정처분심의위원회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행정처분심의위는 현재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 시 행정처분규칙에 의해 획일적으로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기구다.

심의위원장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맡고, 법조계 2인, 의료윤리전문가 2인,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위원 2인, 의료인 직역대표 2인, 의료자원정책과장 등 10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간호협회 등 4개 단체에 각각 두 명의 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의사협회는 지난 19일 상임이사회에서 행정처분심의위원회(이하 행심위) 참여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김장일 대의원은 “의사협회가 행심위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무산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행심위의 주요 기능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에 대한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어서, 의협의 참여는 정부의 리베이트 행정처분에 대해 동의하고 허락을 해주는 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리베이트에 대해 불명확한 기준으로 행정처분을 내렸다가 대규모 이의제기나 행정심판 청구 또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이 두려워 이제까지 행정처분 결정을 보류해 왔다는 게 김 대의원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행심위에 참여하는 것은 정부가 리베이트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하고 길을 터준다는 것이다.

또한, 김 대의원은 “의협이 행심위에 참여하면 리베이트 행정처분에 동의한 것이 되므로 의협은 리베이트 쌍벌제 폐지를 주장할 명분과 정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라며, “리베이트 쌍벌제가 오히려 고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의원은 심의위원 구성 비율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복지부는 비의료인 8명, 의사 2명으로 구성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구성 비율로는 의협이 자기 주장을 관철시킬 수 없는 구조이며, 정부의 들러리 노릇만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사법논리는 처벌하려는 쪽에서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복지부는 처벌받는 의사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하기 때문에 행심위 운영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 대의원의 주장이다.

이어 김 대의원은 “복지부라는 행정청이 ‘행정처분 심의’라는 사법부 내지 입법부 역할까지 하는 꼴이 되므로 3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라며, “강연료와 자문료가 리베이트에 해당되는지 아닌지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판단과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행정청인 복지부가 자의적으로 제멋대로 해석하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의원은 “이 외에도 의협 중앙윤리위원회를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고, 의사들의 면허정지와 업무정지 여부까지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돼 의사들 위에 군림하게 될 것이다.”라고 답답해 했다.

그는 “무엇보다 의사죽이기 정책과 거짓말 정책, 조삼모사 정책으로 일관해온 정부의 말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의협의 행심위 참여를 반대한다.”라며, “의협은 지금이라도 행심위를 무산시키는데 앞장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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