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의사협의회(이하 병의협)는 지난 8월과 9월 두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사무장병원의 심각성을 알렸다. 병의협은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실제 이득을 챙긴 사무장과 투자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진신고의사들에게는 행정처분 면제 혜택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기자회견을 준비한 오종배 병의협 정책이사를 만나 사무장병원 실태와 해결방안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지난 사무장병원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과 후속조치에 대해 궁금해서 왔습니다.

오종배 이사: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약 1,000여명에 이른다면서요?

오종배 이사: 그렇습니다. 전체의사 중 약 1%가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는 셈이죠.

장영식 기자: 사무장병원 적발 시 개설의사에게 진료비를 환수하는데, 근거가 있나요?

오종배 이사: 국민건강보험법(이하 건보법) 제57조제1항은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징수대상을 요양기관, 즉 의료법상 의료기관으로 정한 것이죠. 하지만 사무장병원에서의 요양기관이 의사인지, 사무장인지, 아니면 건물인지는 불명확합니다.

장영식 기자: 건보법상 환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죠?

오종배 이사: 그렇습니다. 게다가 건보법에는 ‘보험급여나 보험급여 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고 규정돼 있어요. 건보공단에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죠. 하지만 공단은 사무장병원에서 실제 진료를 했는지, 의사는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 공단은 어떤 손실을 입었는지 고려하지 않고 예외없이 진료비 전액을 징수하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의사들이 흔히 삼중처벌을 받는다고 하잖아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오종배 이사: 의사들은 의료법에 따른 형사처벌과 면허정치 또는 취소, 건보법에 의한 진료비환수를 당합니다. 의료법을 위반했는데 다른 법률인 건보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체계를 무시한 처사죠.

장영식 기자: 의사들이 형사처벌보다 두려워하는 게 진료비 환수죠?

오종배 이사: 의료법 위반에 따른 벌금은 300만원이고, 징역형도 없어 형사적으로 경범죄에 해당됩니다. 면허정지도 3개월 이하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징수액은 평균 10억원에 이릅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죠.

 
 

장영식 기자: 사무장병원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종배 이사: 복지부나 공단이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공단으로서는 단속을 서두를 이유가 없거든요. 진료비 징수 시효는 민법을 적용해서 10년에 이릅니다. 때문에 늦게 단속할수록 금액이 커집니다.

장영식 기자: 최근 건보공단 변호사가 사무장병원이 점차 진화해서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종배 이사: 언론보도 내용을 봤습니다. 그런데 공단변호사가 왜 병원을 개설한 의사가 자연인 의사를 고용해서 다른 병원을 개설하는 사례를 사무장병원으로 통칭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사무장병원 안에 네트워크병원이 포함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튼튼병원은 네트워크 병원이지 사무장병원이 아니잖아요?

장영식 기자: 그렇죠.

오종배 이사: 또, 지분참여를 통해 의사가 의사를 고용하는 형태도 사무장병원이라고 지적했는데, 지분참여를 통한 개설은 명의를 대여한 것도 아니고 말하자면 합자의 형태여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요. 왜 이런 것까지 사무장병원에 포함시키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장영식 기자: 외형적으로는 의사들이 공동으로 지분참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무장이 투자해 놓고 여러 의사가 투자한 것 같은 형태를 취하는 걸 지적한 게 아닐까요?

오종배 이사: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장영식 기자: 이사님은 공단변호사가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을 혼동했을 수도 있다고 보시는 거죠?

오종배 이사: 사무장병원은 법정 용어가 아닙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어요. 불법형태를 사무장병원으로 몰아가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무장병원의 개념부터 정확히 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을 혼동한 건지, 아니면 다른 뜻으로 설명한 건지 확인돼 봐야겠네요.

오종배 이사: 어쨌든 공단변호사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무장병원이 과거와 달리 양상이 다양해 졌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법이라는 것은 명문화돼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을 다 적을 수는 없으니 사무장병원이 진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장영식 기자: 사무장병원의 양상이 다양해 진다면 그에 대한 대책도 발빠르게 마련해야 할 텐데요.

오종배 이사: 의사로서 하고 싶은 말은 사안이 단순하지 않고 복잡해질수록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의사는 엮이기 쉽다는 겁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해도 법률전문가가 자료 찾아보고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사무장병원인지 잘 모르고 들어갔다는 의사가 상당히 많습니다.

장영식 기자: 사무장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중 모르고 들어간 의사는 얼마나 될까요?

오종배 이사: 상당수 의사는 정보가 부족해 사무장병원에 엮여 들어갑니다. 실례로 의료정의시민연대 카페 게시판을 봐도 “이게 사무장병원이 맞느냐.”는 제목의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장영식 기자: 그래도 일반인들은 똑똑한 의사들이 설마 모르고 들어갔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요?

오종배 이사: 보통 사람들은 사무장병원인지 뻔히 알고 들어가서 변명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불법인 지 뻔히 알고 결탁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대다수 의사가 사무장병원인지 뻔히 알고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사무장병원 사업자는 내 이름으로 등록한다는 것 정도는 알지만, 이 병원의 오너십이 의료법상 문제가 있는지는 모릅니다.

장영식 기자: 공단 쪽 인식은 어떤가요?

오종배 이사: 공단이나 복지부 인사도 의사들이 모르고 들어가는 것을 안다고 하더군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런 식으로 발언도 하구요. 그러나 처벌에 있어서는 그런 부분이 반영하지 않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최근 국회에서 김미희 의원이 적발된 사무장병원 의사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아시나요?

오종배 이사: 네, 알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일반인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사무장병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오종배 이사: 다시 말하지만 의료법 위반인지 알고 들어간 사람도 많아요. 다만, 상당 부분 선의의 피해자가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김미희 의원은 의사들이 어떤 처벌을 당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시 보좌관에게 전화해서 항의했더니 다음에 참고하겠다고 말했어요.

장영식 기자: 어떤 항의를 하신 거죠?

오종배 이사: 의사들이 솜방망이 처벌만 받아 사무장병원 근절이 안 된다고 하는데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지적하고 실상을 설명했어요.

장영식 기자: 전화상으로만 항의했나요? 공문을 보내서 문서로 남겨야 하지 않나요?

오종배 이사: 그렇군요. 지금이라도 보내야겠습니다. 다만, 의원실에서 옳은 이야기도 했습니다. 자수한 의사는 행정처분을 감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더라구요. 현재 사무장병원 의사가 자수해 봤자 면허정지 기간 한 두 달 빼주는 게 고작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공단 진료비 환수액입니다. 그 부분은 감경이 없어요.

장영식 기자: 진료비 환수가 어느 정도인가요?

오종배 이사: 의사가 당하는 처벌에서 진료비 환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입니다. 면허정지를 받으면 한 두 달 쉬거나 여행을 가도 됩니다. 벌금은 전과자가 되는 부분은 있지만 액수가 최대 2,000만원이고, 300만원을 받거나 아예 안받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진료비 환수액은 평균 10억원애 이릅니다.

장영식 기자: 지난 번에는 6억원이라고 발표하지 않았나요?

오종배 이사: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어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자료를 보니 한의원은 평균 7,000만원, 치과는 1억 2,000만원, 약국은 2억 5,000만원, 의사는 10억원이었습니다.

장영식 기자: 1인 당으로 분석한 건가요?

오종배 이사: 한 개 소 당으로 계산한 겁니다. 보통 1인이나 2인이 되겠죠. 건 당 환수금액이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겁니다. 기관 수로 봐도 한 달에 10곳에서 20곳 정도로 늘었어요. 올해 다섯 달 동안 142곳이더군요. 가속도가 붙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자진신고를 안하는 이유는 진료비 환수 때문이죠?

오종배 이사: 자진신고를 해도 환수금액은 똑같아요. 신고하는 순간 10억원이 걸리니 신고할 엄두가 나지 않죠. 신고를 활성화하려면 의사에 대한 환수금액을 면제시켜주고 그 부분은 사무장에게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공단이 사무장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면 됩니다. 민사소송을 하면 판사들이 공단의 손을 들어줍니다. 이미 사례들이 쌓여 있어요.

장영식 기자: 그런데 공단은 왜 소송을 하지 않을까요?

오종배 이사: 그들은 변화의 동기가 없기 때문이죠. 일단 사무장보다 의사들이 관리하기 쉬워요. 의사들은 대한민국에서 병원을 하는 한 공단 통제에 들어 있습니다. 의사는 어느 직장에 있는 지 알 수 있는데, 사무장은 알기 어렵죠. 공단이 옳은 방법보다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죠.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얼마 전에 추무진 의사협회장을 만났죠?

오종배 이사: 네, 정영기 병의협 회장과 함께 만났습니다.

장영식 기자: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오종배 이사: 사무장병원에 연루된 의사들의 숫자도 많고, 피해도 너무 크다고 지적했어요. 현재 1,000여명으로 파악되는데 빠른 속도로 증가중이라고도 전했죠. 의사들이 낙인 찍혀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의료법상 의사들이 큰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니 관심을 가져 달라고 이야기 했어요.

장영식 기자: 추문진 회장은 어떤 입장이던가요?

오종배 이사: 의협 차원에서 대처해야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었다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사무장에게도 진료비 환수를 연대 책임지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요?

오종배 이사: 57조2항이 새로 추가돼 사무장에게도 진료비를 환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사들에게 나이진 건 별로 없어요. 단지 공단입장에서 채무자를 두 명으로 늘린 거죠. 사무장이 안내면 의사가 내야 합니다. 공단에게 도움이 되는 법입니다.

장영식 기자: 사무장이 버티면 의사가 내야 한다고 했는데, 의사가 버티면 사무장이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오종배 이사: 의사가 버티긴 어렵습니다. 공단의 관리체제 하에 있기 때문이죠. 연대책임은 공단이 반기는 조항이고, 사무장병원 의사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요.

장영식 기자: 그럼 57조1항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오종배 이사: 의사에 대한 처벌은 형사처벌과 면허처분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되면 사무장은 도피하는 경우가 많아요. 수 억 원에 이르는 직원 급여와 퇴직금, 세금 체납금 모두 의사가 짊어져야 하죠.

장영식 기자: 57조1항의 요양기관을 ‘사무장’이나 ‘투자자’로 바꿔야 한다는 말인가요?

오종배 이사: 이 법은 1981년도에 나온 법입니다. 2009년에 법 취지를 사무장병원에 갖다 붙인 겁니다. 공단 환수금은 사무장에게 물어야죠.

 
 

장영식 기자: 어떻게 해야 사무장 병원을 근절할 수 있을까요?

오종배 이사: 사무장과 투자자에게 위법행위의 잠재비용이나 위험도를 최대한 높여야만 위법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처벌 수준이 낮아 사무장은 적발되더라도 계속해서 사무장병원을 개설하거든요. 공단이 진료비를 돌려받으려면 사무장병원의 주인인 사무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타당하죠. 또, 사무장병원을 적발하려면 자진신고나 내부고발이 중요하므로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사에 대한 진료비 징수 등 행정처분을 경감해 줘야 합니다.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돌리는 것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약화시켜 사무장병원을 근절할 수 없게 만들죠.

장영식 기자: 앞으로 병의협은 어떤 활동을 고려하고 있나요?

오종배 이사: 국회에 사무장병원의 현실을 알리고, 공청회도 준비할 겁니다. 또, 의사협회를 비롯해 다른 의사단체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사무장병원 외에도 네트워크병원과 의료생협 문제도 함께 다룰 계획입니다.

장영식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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