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제약사들은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하는 정책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제약협회 등의 이익단체에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협회 차원에서의 입장표명으로 정책을 비판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협회 차원에서 움직인다고 해도 정부의 정책 시행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 문제는 소통의 부재다. 제약사들이 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내도 정부가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형 실거래가제와 관련해 제약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정부가 우리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였다.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거나 기존 정책을 개선했을 때 제약업계의 전망과 보완책을 제시해도 듣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에 앞서 진행된 설명회에서 직원이 독단적으로 리베이트를 했을 때나 코-프로모션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적발됐을 때 고용주인 회사나 오리지널 보유 제약사를 구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별도의 장치 없이 원안대로 시행한 것이 단적인 예다.

즉, 정책 추진에 앞서 진행되는 설명회나 토론회는 보여주기 위한 통과의례지, 제약업계의 입장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약업계와 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가면에 불과했다.

결국 제약사들은 계속되는 일방적 정책 시행과 소통의 부재에 소송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패소할 경우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소송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선택했다.

최근 들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제약사들이 늘고 있으며, 정부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제약사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어 상처를 입힌 격이다.

보령제약은 일괄 약가인하와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중복적용이 부당하다며 복지부를 상대로 보험약가 인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보령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을 계기로 다른 제약사들도 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제약사들은 부족한 소통으로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고, 일방적인 정책 시행이 아닌 쌍방향 소통으로 최적의 정책을 추진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신 성장동력으로 제약산업을 꼽고 발전을 도모한다고 하지만 정작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제약산업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제약업계의 뜻이 모아져야 한다. 소송이 아닌 소통을 통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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