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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감염병 대응체계, 이대로 괜찮은가전문가들, 격리병상ㆍBL-4 실험실 등 대응시설 확충 강조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4.11.10 6:10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높은 치사율로 전세계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보건의료인력 파견을 결정해 2차감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격리병상과 BL4 실험실 등의 부재를 지적하며, 체계적인 대응책 구축을 강조했다. 특히 에볼라 뿐 아니라 과거 사스나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의 유행과 더불어 향후에도 신종 감염병 창궐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사스, 조류독감, 에볼라까지...
일명 ‘사스’로 불리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은 사스-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의 호흡기를 침범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유행해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774명이 사망했다.

사스의 진원지는 중국 광둥성으로 추정되며, 이후 벨기에를 제외한 유럽 각국과 미국ㆍ캐나다 등 북미, 한국ㆍ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 등 세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사스는 잠복기를 거쳐 38℃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기침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감염자의 90%는 1주일 안에 회복되지만,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허약자는 중증으로 진전돼 약 3.5%가 사망한다. 사스에 특이적인 치료법은 없으며, 효과가 있는 백신도 개발돼 있지 않다.

2003년 말부터 2008년 2월까지 유행한 ‘조류독감’은 닭, 오리, 야생 조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며, 드물게 사람에게서도 감염증을 일으킨다.

이 기간 동안 고병원성(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A, H5N1)가 인체에 감염된 사례가 640건 이상 보고돼 있다.

이 중 많은 경우는 조류독감의 원인이 된 조류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에서 발생했으며, 사람 사이의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체에 감염된 경우 높은 사망률을 보여, 향후 조류독감이 사람의 전염병으로 바뀔 가능성에 대해 세계 각국의 의학계가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에서 H7N9이 유행해 400명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올해 국내에서 H5N8이 조류에서 문제가 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

신종 인플루엔자 A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새로운 바이러스로, 2009년 전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킨 호흡기 질환이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2009년 3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서 발열, 기침 및 구토로 내원한 10세 소아의 비인두 흡입 검체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214개국 이상에서 확진됐고, 2009년 4월부터 대유행(pandemic)이 종료된 2010년 8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1만 8,5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최근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에볼라출혈열’은 필로바이러스과(Filoviridae family)에 속하는 에볼라바이러스(Ebola virus)에 의한 감염증으로, 감염 시 사망률이 90%에 이르는 중증의 치명적 질환이다.

에볼라는 1976년 처음 발생했으며, 첫 발생지역 근처의 강 이름을 따서 이름 지었다. 바이러스의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과일박쥐’가 바이러스의 숙주로 예측된다.

에볼라출혈열은 보통 8일에서 10일의 잠복기를 거쳐 갑작스러운 발열, 두통, 근육통ㆍ관절통, 인두통, 쇠약감, 식욕부잔이 시작되며, 피부출혈, 안출혈, 내부장기 출혈, 다장기부전 및 쇼크로 보통 10일 이내에 사망한다.

에볼라바이러스는 감염된 동물의 혈액, 분비물, 장기 또는 체액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서 인체에 감염된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 또는 체액 또는 분비물에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현재 효과가 확인된 예방백신 및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없어 보조요법이 최선이다.

올해 에볼라출혈열 유행은 2월 서부아프리카에서 시작됐으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0월 27일 현재 에볼라 사망자는 4,920명이다.

▽한국, 에볼라 확산 방지 노력 동참
우리 정부는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서아프리카 3개국 중 시에라리온에 보건의료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파견인력 공모 결과 의사 35명, 간호사 57명, 임상병리사 23명 및 현장안전관리자 30명 등 총 145명이 지원했으며, 파견인력 후보군은 향후 서류전형, 심층면접 등을 통해 선발할 예정이다.

정부는 민간 자원인력 중에서 각 분야별로 후보자까지 고려해 2배수인 총 40명 내외를 후보군(의사 10여명, 간호사 20여명, 기타 10여명)으로 선정하고, 이중에서 최종 파견대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파견지 현황점검 및 본대파견 준비차원에서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정부합동 선발대를 시에라리온으로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발대의 주요 임무는 우리 보건인력이 활동할 지역의 전반적인 정세 점검, 파견시 구체 활동 내용 확인, 본대 인력의 숙소 등 현지 활동에 필요한 각종 지원 확보 방안 및 감염시 안전대책 점검 등이다.

정부는 우리 보건인력에 대한 수요, 소규모 의료인력 중심으로 구성될 본대의 특성 및 안전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시에라리온이 우리 보건인력의 활동지로서 보다 적합한 것으로 판단해 이번에 선발대를 파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에라리온에는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이미 소규모 보건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우리 인력과 함께 에볼라 치료소(ETC)에서의 합동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도 파견지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됐다.

선발대는 현지에서 에볼라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선발대원 전원에 대한 안전 교육을 진행했으며, 선발대 현지 파견시 필요한 개인보호구를 지참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전문가들, 신종감염병 국가적 방역체계 강조
전문가들은 에볼라 대유행을 계기로 체계적인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위원장 김형규)는 지난 8월 6일 기자회견에서 에볼라출혈열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과 신종감염병에 대한 국가적인 방역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최근 다양한 병독성 및 전파력을 가진 예기치 못한 신종감염병 출현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출혈열 유행을 계기로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해외유입 신종감염병에 대한 항구적이고 체계적인 대응ㆍ대비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허술한 대응상황에 대한 지적은 이미 여러 차례 이어진 바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등 고위험 병원체를 검사하고 백신개발에 필요한 실험실인 ‘BL-4 실험실’ 건립이 기획재정부의 예산 삭감과 부처간 떠넘기기로 1년 이상 지연된 것도 그 사례다.

BL-4 실험실은 별도 설계된 독립 건물로 짓도록 돼 있으며, 샤워실이 반드시 필요하고 방역복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에볼라 바이러스 등 신종 고위험 병원체의 진단과 조사, 백신개발에 필요한 검사를 담당하는 특수복합 실험시설인 ‘생물안전 4등급(BL-4) 실험실’ 건립 예산 383억원이 기획재정부의 대폭 예산 삭감으로 268억원으로 감액됐을 뿐만 아니라, 수 년 동안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및 기획재정부 간 예산의 증액-삭감 핑퐁으로 인해 BL-4 실험실 완공이 1년 이상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경 완공될 예정인 BL-4 실험실은 올해 10월 말 경 완공됨에 따라 지금 당장 에볼라 바이러스를 안전하게 진단할 실험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완공 후 실험실 및 장비 검증에 1년 가까이 소요됨에 따라 실제 BL-4 실험실 운영은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김성주 의원은 “2009년 당시 대 유행했던 신종플루로 76만명 이상이 감염되고, 270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국가재난을 겪은 정부가 에볼라와 같은 고위험 병원체를 검사할 특수 실험실을 조속히 건립할 생각보다는 예산을 삭감하며 부처간 핑퐁을 한 탓에, 실험실 완공이 1년 이상 지체된 것은 문제다.”라며, “이 때문에 국내에서 에볼라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BL-4 실험실을 보유한 일본이나 미국 등에 검체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 의심환자 신고는 다행히 한 건도 없지만, 향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올해 연말에 완공될 BL-4 실험실이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의 각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향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사업은 계획된 기간 안에 완료될 수 있도록 예산당국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기모란 교수(예방의학)도 “에볼라 바이러스는 병원체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장 높은 단계인 생물안전 4등급(Bio-safety level 4, BL-4) 실험실에서만 다뤄야 하는 병원체다.”라며, “그러나 아직 국내엔 BL4 실험실이 없으며, 조만간 충북 오송에 BL4 실험실이 완공될 예정이지만, 주변에 격리 병상을 운영 중인 대형 병원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기 교수는 “현 상황에선 이보다 낮은 단계인 BL-3 실험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라며, “당분간 BL-3 실험실을 이용하되, 최대한 실험자의 안전을 보장한 상태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BL-4 실험실 뿐 아니라, 국내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 환자를 다룰 전문 격리 병상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병상 시설’은 사람 및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생물안전 개념의 기반 위에 건축(밀폐), 설비(음압/차압), 격리병상용 감염관리 표준가이드에 대한 총체적 지식이 적용돼 설치 운영되는 입원 치료 시설로, 현재 전국 17개 지소에 총 544병상이 구축돼 있다.

2014년 12월과 2015년 8월, 충북과 부산에 추가 구축될 예정이며, 이들 ‘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병상’은 에볼라출혈열 등 신종감염병 감염환자 발생 시 격리치료에 활용된다.

그러나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지난달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 행사 중 2개 행사의 개최 지역에 이들 ‘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병상’이 없거나, 개최지역과 동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불측의 사태 발생 시 이에 대한 즉각적 대처가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도 “국내엔 국가 지정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병원이 17곳 있지만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호흡기 감염병을 가정해 만든 시설이며, 에볼라처럼 혈액ㆍ체액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를 고려해 환자가 격리된 곳에서 환자의 혈액ㆍ체액 등 모든 가검물을 검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병상은 아직 없다.”라고 우려했다.

기 교수는 “에볼라 환자의 가검물은 환자의 격리 병상 밖으로 절대 나가선 안 되는데, 국내 병원에선 격리 병상에서 채취한 에볼라 환자의 가검물을 외부로 보내 검사해야 하는 형편이다.”라고 꼬집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환자를 격리시킨 뒤 여기서 치료ㆍ검사가 함께 이뤄진다. 방역복을 입은 의사와 검사 전문가가 같은 공간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각종 검사를 실시하며, 의료진과 검사 인력은 방역복에 달린 공기 튜브를 통해 외부 공기만으로 숨을 쉰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우려 속에 우리나라는 최근 3년간 법정감염병 발생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기선 의원(새누리당)이 대한민국의 법정감염병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52종에 달하는 법정전염병의 발생건수는 2012년 9만 1,908건에서 2013년 11만 2,850건으로 22% 이상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14년 7월말 현재 6만 9,395건(잠정통계, 에이즈 제외)으로 역시 증가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과 2013년 법정감염병 발생 현황을 비교하면 12종의 전염병 발생건수는 감소했고 19종은 증가했으며, 3종은 신규로 발생했다. 이 중 홍역, 성홍열, 라임병, 세균성이질,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등 5종은 2배 이상 발생건수가 늘었다.

특히, 홍역의 경우 2012년 3건에서 2013년 107건으로 대폭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14년 7월말 현재 이미 예년 수준의 5배에 달하는 550건이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14년 7월말까지 1,000건 이상 발생한 전염병은 수두(2만 3,645건), 결핵(2만 3,163건), 유행성이하선염(1만 2,918건), 성홍열(3,589건), B형간염(2,777건) 등으로, 발병률이 높은 전염병에 대해선 상시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기선 의원은 “정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에 따라 2013년 8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발표ㆍ시행하고 있지만 범정감염병 전체 발병수가 증가하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기본계획에서는 2017년까지 세균성 이질을 박멸하고 홍역 환자 발생수를 100만명당 1명 미만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질과 홍역 환자 모두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급증하고 있는 A형 감염과 같이 시대 변화에 따라 감염병별 특징을 충분히 고려해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정ㆍ보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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