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 회장이 최근 3주 동안 비상대책위원회와 각을 세우면서 의사협회 주위에 전운이 감돌았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지나친 안전제일주의 행보로 무소신, 무원칙, 무대응 등 이른 바 ‘무’ 시리즈로 비난을 받아왔던 터라 그의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추 회장이 지난 4일 변영우 대의원의장과의 만남 후 예전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변영우 의장이 회원 화합과 안정을 강조하자 추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추 회장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자. 그는 지난 10월 15일부터 11월 4일까지 21일 동안 매우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5일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조인성 비대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정합의 이행추진단 이름으로 협의한 과정을 부적절하다고 비판한 것은 집행부의 정통성을 훼손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추 회장이 비대위 인사를 비판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어, 추 회장은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비대위의 의사결정과 비용 지출에 대해 법적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비대위의 비용집행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비대위가 요청한 집행내역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날 추 회장은 회무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재무업무규정 등 회계처리 절차에 따라 집행돼야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추 회장은 하루 뒤인 22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비대위 파견위원 철회’를 긴급 안건으로 올려 의결했다.

집행부는 파견위원 철회에 대해 원격의료를 막기 위해 국회에서 총력을 다하려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조인성 위원장의 발언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상임이사회를 눈앞에 둔 10월 16일 비대위가 원격의료 및 시범사업 협상단을 구성하기로 했다며 집행부 인사 3인을 추천해 달라고 요구한 것에서 확인된다.

추 회장은 10월 29일 다시 기자브리핑을 열고 “집행부의 노력으로 원격의료를 어느 정도 막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라는 단정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추 회장은 비대위의 국회 활동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대국회 활동이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비대위는 투쟁을 하고 집행부는 협상을 한다고 합의했는데 최근 이것이 무너져 갈등이 일어난 것 같다.”라며, “비대위가 투쟁에 매진한다면 집행부가 적극 돕겠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을 뒤집어 보면 추 회장은 지금까지 비대위가 투쟁에 매진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투쟁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돕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파견위원 철회’와 ‘예산 집행내역 승인 유보’ 등 초강수 카드를 선보이던 추 회장은 변영우 의장과의 만남 직후 입을 닫았다.

또, 비대위의 의사결정과 비용 지출에 대한 법적 검토가 이미 끝났음에도 결과를 함구하고 있다.

오히려 비대위의 예산 집행내역 승인을 검토하고 있고, 비대위 파견위원의 재파견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일련의 과정에서 비대위는 연일 집행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상단을 꾸리겠다며 집행부에 3명의 인사를 추천해 달라고 요구해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격의료 반대 투쟁에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보였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라는 말이 있다. 정통성을 훼손당했다며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해 놓고, 변변한 사과 한 번 듣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화합을 선택한 추 회장의 모습이 회원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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