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과 약사들의 소속 단체와 상대 단체에 대한 평가가 달라 사뭇 흥미롭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대해서는 실리를 챙기지 못하고, 회원 정서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회무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반면 상대 단체에 대해서는 회무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 회원들은 경만호 집행부가 원격의료나 건강관리서비스 등 의사 회원들이 반대하는 정부의 정책에 확실한 반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질타해 왔다.

또 경 회장 개인적으로도 공금 횡령 의혹과 요양병원 건립문제 등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은 점도 불만을 사고 있다.

약사협회 김구 집행부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심야응급약국 시범사업은 약사와 국민들에게 동시에 뭇매를 맞고 있다.

약사회 회원들은 의약품 약국외 판매 대책과 약대 신설문제, 금융비용 법제화 범위 등 산재한 현안에 대해 미흡한 대처모습을 보여 회원들의 성토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복지부의 금융비용 2.5% 인정안 입법예고 소식에 약사들의 집행부에 대한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약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대한약사회가 일선에 있는 약사들의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사 회원과 약사 회원 모두 자신들의 수장은 탐탁치 않아하면서 상대방 집행부의 행보는 칭찬하고 있다.

그동안 의협 회원들은 종종 “약사회의 정치력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약사회가 상대적으로 정치인들과 교류가 잦은 것으로 비춰지면서 의협도 이처럼 친분을 쌓고 로비를 해서라도 의견을 적극 관철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례로 지난 5월에 개최된 약사대회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여야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을 두고 의사들은 약사들의 영향력과 정치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약 회원들 입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들의 수장인 김구 집행부에 대한 불만은 크면서 의협의 집행부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약사들은 “정부는 목소리 큰 사람의 말을 들어주게 돼 있다”며, “의협의 경만호 회장처럼 다소 과격하더라도 우리들의 의견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집행부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상대방 집행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일처리를 잘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더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한 의료계 관계자는 “막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갈등과 고민이 있을 것이다”면서 “남이 떡이 커보이는 게 아니겠냐”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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