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집행부 모 인사가 비상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서를 보고 어이없고 화가 난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이 인사는 왜 울분을 터트렸을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성명서의 제목은 ‘원격의료 반대 투쟁에 정부 협상은 있을 수 없다’이다.

내용을 보면 비대위는 ‘지난 6개월 간 정부와의 협상에 단 한 차례도 나간 적이 없고, 주무 부서 담당자와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원격의료 반대는 협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지금은 협상의 시기가 아니라 투쟁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단 한 차례도 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주장은 맞는 말이지만, 원격의료 반대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은 틀린 말이다.

하나의 사례를 보자. 조인성 비대위 위원장은 지난 7월 2일 수원호텔캐슬에서 열린 제27차 경기도병원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다음 주부터 정부와의 협상이 시작된다고 예고했다.<관련 동영상 뉴스 바로가기>

이어 조 회장은 “최근 의사협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세번째로 구성됐다.”라며, “비대위 협상단의 단장을 맡게 됐다.”라고 소개했다.

특히 조 회장은 “다음 주부터 원격의료와 영리법인 등 병원계와 의료계의 수가문제를 포함한 여러가지 제도 개선 문제에 있어서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정부와의 줄다리기가 있을 예정이다.”라며, “비대위에 병원협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나의 사례를 더 들어보자. 비대위는 지난 10월 16일 ‘협상 관련 협상위원 추천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추무진 의사협회장에게 보냈다.

공문 내용에서 비대위는 지난 6월 28일 회의에서 협상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협상단장으로 조인성위원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월 9일 회의에서 비대위원 4인과 집행부 3인으로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협상단이 대화창구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속히 구성하기로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원격의료 및 시범사업 관련해 협상 업무를 담당할 3인의 위원 추천을 요청하고,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시간이 촉박하다며 10월 21일까지 회신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18일 후 비대위는 지금은 협상의 시기가 아니라 투쟁할 시기라며 원격의료 반대 투쟁에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결론은 비대위는 원격의료 투쟁에서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협상에 나서지 않은 것이 아니다.

여러 차례 협상에 나서려고 했으나, 투쟁은 비대위, 협상은 집행부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집행부에 의해 협상을 시작하지 못한 것이다.

비대위가 협상위원 추천을 요구한 회신일은 10월 21일이고, 원격의료 투쟁에서 협상은 있을 수 없다며 성명서를 발표한 날은 11월 3일이다. 불과 13일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는 상황이 급박하게 변해서 입장을 바꿨다고 변명하기도 짧은 시간이다.

성명서는 사전적 의미로 정치적ㆍ사회적 단체가 그 책임자나 일정한 사항에 대한 방침이나 견해를 공표하는 문서다.

따라서 성명서가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는 주장이 일관되고, 허위의 사실이 없어야 한다.

투쟁보다 협상을 우선하는 비대위, 사실을 호도하는 비대위를 누가 믿어 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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