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유태욱 정책이사(부회장 대우)가 지난 22일 갑자기 사퇴했다. 그는 지난 7월부터 파견 비대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유태욱 이사의 사퇴 소식을 들었을 때 그가 파견 비대위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책임을 통감해서 사퇴한 줄 알았다. 그의 ‘사퇴의 변’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유 이사는 ‘사퇴의 변’을 통해 상임이사회에서 파견 비대위원 철회를 의결했기 때문에 사퇴한다고 밝혔다.

유 이사는 비대위와 집행부가 서로 견제할 시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치 집행부의 이번 결정을 ‘비대위에 대한 견제’라고 규정한 듯 보였다.

그가 내놓은 사퇴이유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집행부는 파견 비대위원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대국회 활동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18차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비대위가 유출한 것도상당 부분 작용했다.

당시 운영위 회의에는 집행부와 비대위에서 각각 참석해 활동 방향과 서로의 갈등 상황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회의 후 비대위는 변영우 의장의 발언을 정리한 회의 결과라는 문건을 내놓는다. 이 문건을 보면 ‘비대위는 통상의 결재 계통을 밟지 않는다’거나, ‘집행부는 비대위의 미결재된 비용이나 향후 활동비용을 속히 지급하라’거나, ‘비대위의 결정사안은 상임이사회에서 논의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운영위원회 김영완 위원은 “비대위가 회의 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라며, “그날 회의는 무엇을 결정하고 확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변영우 의장도 집행부와 비대위의 소통을 강조했다.”라며, “비대위에 파견된 집행부 위원을 가교 삼아 활발히 소통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날 대의원회 운영위원들은 비대위의 주장과는 달리, 집행부와 비대위가 좀 더 소통하라고 조언을 한 것이다.

이는 유태욱 이사를 비롯한 파견 비대위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파견 비대위원의 역할은 집행부와 비대위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집행부가 상임이사회에서 파견 비대위원을 의결하던 당시로 돌아가 보자.

집행부는 지난 7월 2일 상임이사회에서 비대위에 상임이사를 파견할 지 여부를 논의했다.

당시 김경수 부회장과 송후빈 보험이사는 정부와의 협의는 집행부가 진행하고, 비대위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게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부와 비대위의 역할을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성구 감사도 비대위가 집행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정관에 위배되는 상황이라면서 비대위의 목적부터 분명히 하라고 지적했다.

상임이사들은 비대위원 파견에 거부감이 강했지만 추무진 회장은 추천 비대위원이 집행부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라며 상임이사들을 설득했다.

결국 비대위원 파견 여부를 표결한 결과, 참석이사 25명 중 13명이 찬성해 과반수를 가까스로 넘겨 파견이 결정됐다.

이때 상임이사들은 유태욱 이사를 비롯한 파견 비대위원들이 집행부와 비대위 간 소통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서로 이견이 있을 때는 집행부의 입장을 대변해 주기를 바라면서 파견에 찬성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상임이사회에서 파견 비대위원의 철수를 결정했다면, 이는 파견 위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집행부와 비대위가 좀 더 소통하라고 조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유태욱 이사의 ‘사퇴의 변’이 “파견 비대위원으로서 집행부와 비대위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결심했다.”라는 내용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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