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에 창간호로 발간된 ‘전라남도립 광주의원 연보’ 원본을 보관해온 일본인이 28일 열린 100주년 기념식장에서 이를 전남대병원에 기증했다.

또 가지고 있던 1980년 발간 ‘광주회지’ 원본과 광주의원과 관련된 사진 및 당시 신문기사 50점도 함께 제공했다. 이로서 공백상태에 있던 전남대병원의 초기 30년간의 역사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

연보를 기증하기로 한 주인공은 1940년 광주의원에서 근무했던 시라베 라이스케 (調 來助) 원장의 딸인 시라베 초코(調 朝子)씨.

시라베 초코씨는 지난 7월 말 일본에서 전남대병원의 과거 자료를 추적하던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김병인 교수팀에게 연구와 복사를 위해 ‘광주의원 연보’ 원본을 대여했다.

그러다가 전남대병원 박물관건립위원장인 이삼용 교수(성형외과)가 지난 9월 27일 광주에 온 시라베씨 가족에게 “귀중한 자료를 전남대병원에서 소장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이를 승낙하고, 이날 기념식장에서 기증하게 됐다.

‘전라남도립 광주의원 연보’는 1940년 창간호로 출간됐으며, 1910년 광주자혜의원으로 개원한 당시부터 1939년 ‘전라남도도립 광주의원’까지의 입원 및 외래환자의 통계는 물론 근무했던 일본인 의사들의 병원생활, 당시 광주의 풍경 등도 함께 기술돼 있다.

이 연보는 그동안 마이크로 필름 자료로 국사편찬위원회에 확보돼 있었으나 원본은 일본의 한 대학이 소장한 것만 확인됐을 뿐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았었다.

시라베 원장은 외과의사이면서 1937년부터 1942년까지 광주의원 원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1940년부터 광주의학전문학교 설립에도 다각도로 노력하다가 1942년 일본으로 돌아간 뒤 나가사키 의과대학에서 학장을 지내면서 1945년 원폭이 떨어져 많은 시민들이 숨지고 부상을 당하자 부상자 치료에 노력했다.

또 광주의원 생활을 잊지 못해 1968년 전남대병원을 직접 방문했고, 1980년에는 당시 병원 근무자들의 글을 모아 일본에서 ‘광주회지’를 발간하기도 했다.

또 손자인 시라베 스스무(調 潮)씨도 현재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가사키 의과대학 부학장으로 재직중이다.

전남대병원은 이 연보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일부 밝혀지지 않았던 개원 초기의 병원의 역사를 재정리하기로 하는 한편, 광주의 근대지방사를 정리하는데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연보번역을 완료하는대로 관련 전문기관에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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