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약사가 존재한다. 흔히 아는 유명 제약사는 물론, 전문 분야에서 해당 의약품만을 출시하는 제약사도 있다. 이때 문제는 제약업계를 위협하는 ‘무늬만 제약사’도 버젓이 제약사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CMG제약의 시작은 피혁회사
최근 15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CMG 제약은 차바이오텍의 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CMG제약의 시작은 제약사가 아니다. CMG제약의 전신은 지난 2001년 에머슨퍼시픽에서 인적분할해 설립된 피엠케이라는 상호의 피혁회사다.

이후 피엠케이는 2006년 스카이뉴팜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2008년 2월부터 쎌라트팜코리아 흡수합병한 뒤 의약품 제조 및 판매 사업을 개시했다. 물론 이 당시에도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제네릭 생산에 전념했다.

CMG제약은 2008년 3월 대웅제약과 위장질환 치료용 의약품조성물의 통상실시권을 부여받는 특허권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지 제고를 위해 2013년 3월 현재의 CMG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하는 등 제약사의 조건을 갖추는 듯했다.

하지만 CMG제약은 직원 수가 150여명에 불과하고, 대표이사 등 임원의 경력도 제약사와는 무관해 제약사라고 부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한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CMG제약의 대표이사 경력은 전기회사 팀장이며, 이사는 창업투자부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한 CMG제약의 홈페이지를 보면 연구분야나 연구개발현황을 알 수 있는 페이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분야의 신약개발을 통해 R&D 중심의 글로벌 제약사’라고 말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처음부터 제약사가 아닌 곳, CMG제약 말고 또 있다
25일 본지가 12월 결산의 비상장 제약사 78곳의 시초를 확인한 결과, 풍림무약과 덕산약품 등도 처음에는 다른 업종으로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풍림무약은 1974년 3월 ‘풍림무역주식회사’라는 상호로 설립됐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무역업(갑류)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풍림무약은 코딩기계 및 부형제 원료, 화장품용 계면활성제 원료 등의 에이전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의약품 제조 및 판매와는 전혀 무관한 업무를 담당했다.

풍림무약은 1989년 7월 풍림무약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고, 같은 해 12월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획득했다. 풍림무약은 1990년 1월에 의약품 소분업 허가를 받고, 1991년 12월이 돼서야 제약공장을 준공했다.

덕산약품의 경우, 1970년 5월 창업될 당시 ‘삼성화학공업사’라는 상호였으며, 주력 품목 역시 유기용제(어떤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상태의 유기화학물질)였다.

덕산약품은 1980년 6월에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획득했으며, 그 후부터 현재까지 초산나트륨 등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덕산약품의 대표 품목은 분석시약과 고순도용매다.

∇제약사?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판매업체
상호에 ‘제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실상은 의약품을 제조ㆍ판매하지 않는 ‘무늬만제약사’인 곳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사건으로 이슈가 됐던 한국제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제약은 ‘제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만 건강식품을 제조해 판매하는 식품회사다. 지난 4월 유병언 전 회장과의 특수관계에 있는 측근들이 한국제약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보도 후, 한국제약이 식품회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한국제약협회는 당시에 “한국제약의 제약협회 회원사 여부 등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라며, “제약사라는 명칭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의약품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비상장 제약사 중 하나인 녹십초제약 역시 의약품을 제조ㆍ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십초제약은 질병없는 사회 구현을 위해 신설된 녹십초그룹의 사업브랜드다. 녹십초제약 홈페이지를 보면 의약품 연구개발을 끊임없이 하고 있으며, 최첨단 제조시설 및 오랜 경륜의 제제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녹십초제약의 제품소개 메뉴에는 의약품이라고 분류된 제품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한편, ‘석면 검출 베이비파우더’로 논란이 된 바 있는 한국모니카제약의 경우, 의약품 목록이 검색되지 않는 것은 물론 홈페이지조차 없다.

∇신약 개발 없이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의약품 제조 및 판매가 아닌 다른 업종으로 시작을 했던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에 집중한 제약사들과 비교해 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형 및 중견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줄이거나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틈새를 공략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및 중견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쌍벌제와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시행으로 현금 및 상품권을 제공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대신 구매해주던 과거의 영업방식에서 탈피했다.

대신 약사법에서 허용한 범위 내에서 학술대회 및 심포지엄 등을 통한 영업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소규모 제약사는 이들 제약사와 비교해 매출이 적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들 제약사는 기존의 영업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제약사는 1년 매출에 해당하는 돈을 투자해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50만원, 100만원 등 소액을 의사와 약사에게 주는 기존의 영업방식을 유지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금품을 받아오던 의사나 약사 중에 계속해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 틈새를 소규모 제약사가 공략하는 것이다.”라며, “신약을 개발하지 않고 의약품을 유통하는 것만으로도 회사가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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