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차례 폭풍이 의사협회를 휩쓸고 지나갔다.

지난 17일 집행부는 상임이사회에서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5억원을 투쟁기금에서 납부하는 것으로 결정하자, 비상대책위원회가 반발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과징금을 납부하면 회원들의 투쟁 의지가 꺾여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투쟁기금 5억원을 과징금으로 미리 사용하면 비대위의 활동에 실무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대위는 과거 비대위의 회계를 물려받은 바 없다며 절차적 적법성을 따지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의사협회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비대위 이철호 공동위원장도 상임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결국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대전까지 내려가서 이철호 위원장을 설득하고 나서야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이철호 위원장은 사퇴의사를 철회했고, 집행부는 상임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비대위와 조율하기로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아쉬운 대목이 눈에 띈다.

지난 19일 집행부는 사전에 상임이사회에서 결정한 과징금 납부 방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대의원회에 보냈다.

마치 집행부가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한 사안을 대의원회의 재가를 받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집행부 관계자는 상임이사회의 결정사항은 절차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재의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대의원회에 질의서를 보낸 것은 단순한 의견 수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견 수렴은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하기 전 이루어졌어야 한다. 대의원회가 상임이사회의 결정 사항에 문제가 있다고 회신할 경우,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행부의 이번 질의서는 대의원회가 상임이사회의 결정에 동의해 주면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질의서는 상임이사회의 결정사항에 대한 의견과 대의원회의 대안을 묻고 있다. 상임이사회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려면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으로 비쳐진다.

이번 사안은 ‘의견을 모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집행부가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상임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이 반발에 부딪힐 때마다 대의원회에 의견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무진 회장의 신중한 판단이 아쉽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