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의사와 안경사가 국회에서 ‘안경사법’ 제정을 두고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쟁점은 시력검사의 의료행위 여부와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 허용 문제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과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명수ㆍ김성주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안경사법,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안경사들이 조직적으로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으며, 발제자와 토론자들도 안과의사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경사법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정확한 눈검사ㆍ국민 안건강 위해 안경사법 필요”
안경사법 제정에 찬성하는 측은 국민 대부분이 안경원에서 안경처방을 받고 있는 만큼, 정확한 눈검사를 위해 타각적 굴절검사를 허용하는 등의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발제에 나선 김재도 아이필 안경원장(검안학 박사)은 “1987년 안경사 제도가 시행된 지 28년이 지났지만, 1987년 개정된 의료기사법 상 안경사 업무범위는 한 차례도 개정된 바 없다.”라며, “현행 의료기사법의 일부 조항은 안경사의 업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시대법이므로 현 실정에 맞는 안경사 독립법률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기사법 상 안경사가 타각적 굴절검사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올바른 안경을 교정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안경 착용자의 대부분은 안경원의 안경사에게 안경처방을 받고 있는 만큼, 안경사가 지금보다 눈검사를 정확히 할 수 있도록 눈검사에 대한 업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도 원장은 “국민 안보건을 위해 안과와 보완관계의 안경사법이 필요하다.”라며, “안경원에서 안경을 위한 눈검사를 실시하는 단계에서 부가적으로 안과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고, 안과 질환 발견 시 신속히 안과로 후송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안경원에서 안경처방을 위한 눈검사 중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기타 안과질환이 발견될 경우 안경사가 안과의원 또는 병원으로 보내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김상현 광주보건대학교 교수 역시 “’굴절 이상’은 원어로 ‘refractive error’다.”라며, “즉, ‘질환(disease)’이 아니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김상현 교수는 “굴절 이상은 질환이 아닌데 현재 굴절검사를 급여항목에 넣어 안과의사들에게 수가를 주고 있는 것 뿐이므로 이걸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안경사들이 타각적 굴절검사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현재 많은 안과의원이 안경사를 고용해 많은 검사를 시키는 사실을 꼬집었다.

그는 “구인사이트에 검안사 직종을 찾아보니 업무내용에 녹내장, 백내장, 라식, 라섹 수술 전후 검사 등이 나오더라.”면서, “그렇게 중요한 타각적 굴절검사를 안과의사들이 해야지, 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안경사들에게 맡기느냐.”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안경착용자의 70%가 안경사를 통해 교정 안경의 도수를 조정 받고 있는 현실에서 현행법은 안경착용자들이 쾌젹한 안경을 착용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라며, “국민에게 더 좋은 안보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경사법 제정이 절실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민수 법무법인 태웅 변호사는 안경사법 제정의 당위성, 특히 타각적 굴절검사 허용의 당위성으로 ▲안경착용자의 70% 이상이 안경처방에 필요한 굴절검사를 안경원에서 안경사에게 받고 있다는 점 ▲정확한 안경 등의 조제 및 판매는 안경사의 법적 의무인데, 현재 허용되는 굴절검사만으로는 눈에 맞는 정확한 안경 등을 조제ㆍ판매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 등을 꼽았다.

양민수 변호사는 또, ▲타각적 굴절검사기기 중 검영기ㆍ각막경ㆍ각막곡률계 등은 인체에 접촉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가 실시되고, 검사용 매체로 가시광선 또는 근적외선을 이용하므로 인체 위해성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 ▲안경사는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의 법제도는 안경사에게 안경 등의 조제ㆍ판매 등을 전적으로 안경사에게 맡기고 있다는 점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안경사의 굴절이상도 검사를 의료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안경사가 행할 수 있는 타각적 굴절검사의 범위는 한층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행사장 좌석과 복도를 꽉 채울 정도로 많은 안경사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날 토론회는 행사장 좌석과 복도를 꽉 채울 정도로 많은 안경사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국민 안건강 측면에서 절대 타협 불가”
의료계 측 패널은 제도적, 의학적, 법률적, 경제적 측면 등에서 안경사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의료의 특성상 굴절검사 등을 제도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생각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김영진 대한안과학회 검안이사는 “안과의사들은 국민의 안건강이 침해 받는 요소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명제”라고 전제했다.

김영진 이사는 먼저 의료제도적 측면에서 시력검사는 급여청구코드에 굴절검사 수가가 규정돼 있는 만큼,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경사법이 제정될 당시 1987년에는 전국 안과의원수가 501개, 안과 전문의가 500여 명에 불과해 비도심 지역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안경사에게 자동굴절검사기기에 의한 검사만 일부 허용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하지만 현재 안과 전문의는 3,000명에 이르고, 이 중 2,000명 이상이 안과의원을 개업해 복지부가 안과의사 정원 감축을 시도하는 상황이다.”라며, “당연히 안과 전문의가 없는 군 단위는 이제 없으며, 면 단위까지 진출했기 때문에 안과의사를 못 만나니 안경사가 시력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안경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력검사는 원래 안경사들이 가졌던 권리가 아니라, 부족한 의료인력을 메우기 위해 시대적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김 이사는 “안과 의원이 문을 빨리 닫으니 안경원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대부분 직장이 주5일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많은 안과의원은 토요일, 심지어는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상황”이라며, 접근성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거듭 “시력검사는 의료행위이고, 본디 안경사에게 시력검사의 권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여건에 의해 일부 허용했던 것이므로 모든 시력검사는 이제는 안과를 먼저 들리는 것이 합당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의학적 측면에서도 안경사와 안과의사의 시력검사 목적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안경원의 시력검사 목적은 안경을 맞추기 위한 것이지만, 안과의 시력검사는 안건강 상태 진단을 위한 여러 검사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눈건강에 대한 의학적 판단 없이 안경사가 안경을 처방한다면 질병유무를 확인하지 않고 안경을 처방해 치료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경원에서 안경처방을 위한 눈검사 중 안과질환이 발견될 경우 안과의원에 보내면 된다는 발제자의 주장에는 “의료는 산업이 아니며, 의료행위는 경제적 이익이나 효율성보다는 안전성과 보편타당성이 담보돼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안경사법에 따르면, ‘안경사 업무 중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 거의 없거나 낮은 타각적 굴절검사기 사용 가능’이라는 조항이 있는데, 검사과정 상의 위해가 아니라, 검사결과의 해석상의 위해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또, 법률적 측면에서도 안경사법을 제정하면 다른 단체들도 저마다 독립법을 요구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혼란스럽고 개인의 자유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경사들은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인의 임무를 담당하려면 책임과 처벌, 의무에 대한 규정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관련된 많은 교육을 받았는데 왜 할 수 없느냐는 주장은 옳지 않다. 그렇게 따진다면 세상의 모든 면허제도는 의미가 없다.”라고 일침했다.

특히 그는 갈수록 안경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이유는 법률의 문제가 아닌, 의학발전에 따른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주장했다.

20년 전만 해도 시력교정이라고 하면 좋은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었지만, 오늘날의 시력교정은 의학발전과 함께 달라져 안경 외에도 어린아이는 드림렌즈, 성인은 라식ㆍ라섹 수술, 어르신들은 노안수술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좋은 안경, 바른 안경을 맞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안경을 빼고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할 것이다.”라며, “안경의 수요와 발전은 의학적 발전에 따른 사회적 패러다임의 문제이지, 법률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플로어 발언에서 안과의사회 보험이사는 김상현 교수가 “굴절 이상은 원어로 ‘refractive error’이므로 ‘질환(disease)’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질환과 증상 및 사인은 별개의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굴절 이상(refractive error)은 증상, 사인으로 받아 들이고, 그러한 사인 뒤에는 근시, 원시, 난시 등의 질환이 있으므로 의사가 다루는 것이고, 급여코드로 등재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근시나 난시의 원인은 각막 뿐 아니라 수정체, 망막에서도 올 수 있다.”라며, “굴절 이상은 사인이지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사인이 나타나게 된 것은 그 뒤에 질환이 있다는 뜻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정부 측 패널로 참석한 임을기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오늘 다양한 의견 잘 들었다. 앞으로도 관련학회, 전문가 집단 등과 충분히 논의를 하는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