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기 원장(오산시의사회 명예회장, 현안과의원)은 지난 6월 치러진 제38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추무진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도왔다. 추 후보가 평일에 기자회견을 할 때도, 주말에 학회장을 돌며 인사를 할 때도 그는 함께 했다.  당시 적극적인 선거운동으로 집행부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는 추 회장으로부터 집행부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부담을 주기 싫다며 고사했다고 한다. 선거가 끝난 지 3개월이 지난 현재 현병기 원장은 추무진 집행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두차례 오산시의사회장을 역임한 그에게 지역의사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원장님, 반갑습니다.

현병기 원장: 네, 반가워요.

장영식 기자: 지난 6월 의사협회 보궐선거에서 추무진 후보를 적극 도왔죠? 두 분은 언제부터 알게 됐나요?

현병기 원장: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오산시의사회장을 6년 동안 했어요. 그때 추 회장과는 경기도 보험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어요. 심평원 모임에서도 많이 만났고, 당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10년 정도 됐죠.

장영식 기자: 2년 전 경기도의사회 선거에도 참여했죠? 당시 어떤 역할을 했나요?

현병기 원장: 선대본부장을 맡았어요. 하지만 당시 선거에서 100여표 차이로 아쉽게 석패했죠.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을 지근 거리에서 도와 왔는데, 추 회장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현병기 원장: 강점은 치밀하다는 겁니다. 무엇을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끝까지 해내요. 추진력이 상당하죠. 회원들이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을 추진력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추진력과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다릅니다. 현안이 있을 때 이를 잘 마무리 하는 게 추진력이 있는 거죠. 추 회장은 머리가 좋고 추진력이 있어요. 돕는다기 보다는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장영식 기자: 현재 집행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현병기 원장: 공식적인 역할을 하진 않고 빠져 있어요. 외곽에서 조언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장영식 기자: 집행부의 일원으로 회무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안해보셨는지요?

현병기 원장: 선거에 관여한 사람들이 들어가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빠졌어요. 성종호 원장(전 전국의사총연합 대표)도 그런 이유로 도와만 주고 빠졌고요. 사실 성 원장이 일을 많이 했죠.

장영식 기자: 추무진 회장이 당선 후 이사진에 참여해 달라고 제의하지 않던가요?

현병기 원장: 나와 성 원장에게 제의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병원 일도 있고, 우리가 나서면 논공행상 같은 느낌이 나기 때문에 빠져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걸 맡아야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게 없어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어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죠.

장영식 기자: 이번 의협회장 선거에서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이 있다면요?

현병기 원장: 좋았던 점은 선거 결과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했다는 거에요. 추 회장이 노환규 전 회장을 대신해서 나와서 노 전 회장 표를 가져온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죠. 실제로 노 전 회장을 동조하는 회원이 상당히 많아요. 개표 초기 예상만큼 표 차이가 나지 않아 긴장하기도 했지만 투표함보다는 온라인투표에서 큰 차이를 냈죠.

장영식 기자: 나빴던 점은요?

현병기 원장: 회원들의 무관심이 아쉬웠어요. 병원이 망해가니 관심이 있을 수가 없죠. 경기가 안 좋으니까 모임이 안 되고,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어요. 의사회 모임을 오래해 봤는데 경기가 안 좋으면 관심도가 떨어져요. 내가 망해가는데 누구 찍는 거에 관심이 있겠어요?

 
 

장영식 기자: 추무진 집행부가 출범한지 3개월이 지났는데요, 당초 추무진 집행부에 기대한 바가 있었을텐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현병기 원장: 우리 기대만큼 할 수 있는 집행부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기대치보다 다 못했죠. 노환규 전 회장 말대로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겁니다. 우리 마음대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룰 수는 없어요. 만족도를 딱히 몇 %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나는 추 회장이 내 사고방식 틀 내에서는 잘할 거라고 봅니다.

장영식 기자: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해 말이 나온 김에 여쭐게요. 노환규 집행부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현병기 원장: 노환규 전 회장이 큰 틀을 잡아줬어요. 복지부, 국회, 시민사회단체와 대화하면서 의사협회의 위상을 다졌죠. 잘했다고 평가합니다. 그걸 이어받은 추 회장도 정통성이라고 할까요? 나는 그걸 의협의 정통성이라고 보는데 그걸 잘 이어받았어요. 그런 면에 있어선 노 전 회장이 큰일을 했죠. 다만, 노 전 회장은 혁명가 스타일인데 우리나라에선 혁명가가 성공하기는 힘들어요. 튀어나온 돌이 정을 한 번 더 맞는다는 속담이 있잖아요?

장영식 기자: 추무진 집행부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현병기 원장: 의협의 위상을 올려야 합니다. 의사들은 국내 최고의 엘리트들입니다.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의사들이 그런 걸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사들이 개업을 해서 동네북처럼 됐어요. 우스갯소리로 의사된 게 죄냐는 말이 팽배해 있는 현 상황을 타파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세요.

현병기 원장: 노환규 전 회장 말대로 모든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데 과거 의사협회 집행부 중에서 상대를 인식하고 정책을 편 적이 없어요. 우리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놓기만 했죠. 노 회장은 진보 단체에 협조를 구한 최초의 회장이죠. 의사들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추 회장도 노 전 회장의 정책방향을 이어받았어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장영식 기자: 이제 화제를 돌려볼게요. 개원은 언제하셨어요?

현병기 원장: 1993년에 했어요. 21년 정도 됐네요.

장영식 기자: 개원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요?

현병기 원장: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었어요. 개원지를 이곳(오산)으로 선택한 이유는 인근 수원비행장에서 군생활을 한 인연 때문이에요. 당시 병원이 10개 가까이 있었는데 다 떠났어요. 혼자만 남았더니 기가 세다는 말이 있어요.

장영식 기자: 과거 6년간 지역의사회장을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회장을 맡게 됐나요?

현병기 원장: 의약분업 당시 오산의사회장님이 저에게 총무를 맡겼어요. 총무를 하고 대외적인 일을 하니까 회장을 맡으라고 하는 겁니다. 오산시의사회장단이 내정했어요.

장영식 기자: 회장 재임 시 최대 현안은 무엇이었나요?

현병기 원장: 회장을 맡기 전 의약분업이 최대 현안이었고, 그 후 계속 혼란의 연속이었죠. 회장 재임 시 의약분업 만큼 큰 사건은 없었어요.

장영식 기자: 지역의사회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현병기 원장: 지역의사회에서 신규 개원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의사회가 힘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징계권이 있어야 합니다. 의사협회는 물론이고 지역의사회도 일정부분 회원을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의사협회가 징계권을 갖는 것에 대해 회원들은 동의하지 않잖아요?

현병기 원장: 의사협회가 징계권을 갖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기본 개념이 부족한 겁니다. 그것을 모르고서는 전투가 안 됩니다. 일본에서는 의협회장을 십 수 년 동안 한 사람이 있어요. 당시 지역 국회의원들은 그 의사회장을 통해야지만 당선이 됐어요. 그게 결국 뭐냐? 의사협회의 재정이 튼실해야 하고, 정치력을 키워야 하는 거죠.

장영식 기자: 정치세력화를 말씀하는 건가요?

현병기 원장: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의협의 정치세력화는 신상진 전 회장 때부터 외치던 겁니다. 정치력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노조를 생각해 보세요. 노조는 합리적 대화를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결국은 정치 세력화입니다.

장영식 기자: 추무진 집행부는 대국회 활동을 하며 지역의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요. 지역의사회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라고 권유하고 있죠. 이점에 대해 동의하시죠?

현병기 원장: 물론이죠. 의사들만 주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정치 논리로 대입이 돼야 해요.

장영식 기자: 현재 지역의사회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현병기 원장: 오산은 지역의사회가 잘되고 있어요. 지역이 좁은 이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주 모이고 의견을 공유합니다. 회원은 160여명 정도이고, 90% 이상 회비를 내고 있어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도 많아요. 지역의사회가 개선할 점이요? 회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합니다.

장영식 기자: 중앙회와 지역의사회의 상생방안이 있다면요?

현병기 원장: 중앙회가 우선이고 지역의사회는 하부 조직입니다. 일사분란하게 되려면 중앙회가 잘되게 적극 도와줘야 해요. 중앙회와 지역의사회가 따로 놀면 오합지졸이 됩니다. 조직이란 게 뭔가요? 구심점으로 뭉쳐야 조직입니다.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내면 오합지졸이 됩니다. 상생이 아니고 중앙회가 잘되면 지역의사회도 잘되기 마련입니다. 중앙회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해요. 중앙회가 힘이 없으면서 지역의사회가 힘이 있는 경우는 없어요.

 
 

장영식 기자: 20여년 이상 개원가에 몸담으셨는데 정부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하신다면요?

현병기 원장: 가장 좋은 정책은 정부와 의료계가 윈윈하는 정책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의사들을 죽이고 재정 절감을 한 것을 좋은 정책이라고 판단해요. 그것은 착각입니다. 협상 중의 최고 협상은 서로 윈윈하는 겁니다. 협상을 하고 났더니 한쪽이 망가졌다면 그건 협상이 아닙니다. 그동안 정책은 재정절감 위주로 추진됐기 때문에 의사들이 정부를 믿지 않아요.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됐어요. 정부가 자초했죠.

장영식 기자: 잘못된 정부정책의 예를 든다면 역시 의약분업이겠죠?

현병기 원장: 의약분업은 우리 나라 상황에서 할 필요가 없었어요. 의약분업하면서 항생제 처방이 줄었다는 보고도 없어요. 병원에서 약을 주는 게 잘못됐다는 걸 이해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약을 주는 건 좋은 제도죠. 환자의 시간도 절약하고 이중부담도 줄이고요. 국민건강을 위한다고 시작했는데 효과가 하나도 없죠.

장영식 기자: 원격의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현병기 원장: 설문조사를 했을 때 절대 다수가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했죠? 의사들이 생각을 많이 하다가 악수를 놓습니다. 의협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됩니다. 의협에 힘을 모아줘야 해요. 그게 의협의 정치세력화이고, 의사들의 힘을 키우는 겁니다. 단체의 힘은 일사분란함에서 나옵니다. 중앙회를 믿고, 중앙회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서 대처해야죠.

장영식 기자: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한 것 같아요. 그동안 환자를 진료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현병기 원장: 두 달 전 50년 동안 앞을 못 본 한 사람을 보이게 해줬어요. 여자분인데 합병 백내장이었죠. 대학병원조차 해 봤자 안 보인다고 포기했던 환자인데 욕심이 나서 도전했어요. 다행히 수술 후 시력이 0.4 정도 나오더라고요.

장영식 기자: 정말 다행이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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