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할인경쟁은 개원가의 오랜 숙제다. 보건소, 복지의원, 의료생활협동조합은 물론, 대형병원까지 할인 접종에 나서는 통에 개원의사들의 근심은 더해만 간다. 그동안 의사단체마다 예방접종 할인을 근절하겠다고 나섰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시의사회가 예방접종 할인전쟁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임수흠 서울시의사회장을 만나 예방접종 할인경쟁의 원인과 현황,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회장님 안녕하세요?

임수흠 회장: 네,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예방접종 할인경쟁으로 개원가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임수흠 회장: 과거에는 소아청소년과 외에는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적었어요. 환자가 많고 자신의 전문과 환자만 진료해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의약분업 이후 보험수가가 낮아지고 정부의 의료정책으로 인해 개원의사들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지자 여러 과가 관여하게 됐죠.

장영식 기자: 예방접종 할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수흠 회장: 의원의 수입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의사들에 대한 인식을 나빠지게 해요. 단순하게 백신의 공급가 만으로 접종비를 셈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원은 백신 공급가 외에 인건비, 임대료, 세금, 카드수수료를 모두 더해서 마진을 고려해야 합니다. 적정한 마진을 남겨야 접종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하는 복지의원의 경우 건물도 있고, 사람도 있어요. 임대료, 인건비가 예방접종 여부와 별개로 고정지출이기 때문에 접종만 하면 수입이 발생하는 거죠. 예를 들어 백신이 개인병원에 6만원에 들어오면, 10만원은 받아야 2만원이 남는 셈인데, 복지의원은 6만원에 들여와서 7만원만 받아도 남죠.

장영식 기자: 경쟁이 되지 않겠군요.

임수흠 회장: 과거 서울 광진구에 있는 복지의원에 경기도 안양에서 엄마들이 택시를 타고 와서는 접종을 받고 가기도 했죠. 택시비를 내도 이득이라는 거죠.

장영식 기자: 의사들에 대한 인식은 왜 나빠지죠?

임수흠 회장: 의사들이 매도를 당할 수 밖에 없어요. 복지의원 같은 곳에서 접종을 받은 엄마들이 의사를 도둑놈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개인의원에서 접종을 하기 위해 비용이 드는 건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너무 많은 폭리를 취한다고 비난하는 거죠. 게다가 매출이 많아지면 세금이 누진되기 때문에 무작정 고가백신 접종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장영식 기자: 그렇군요. 예방접종 할인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임수흠 회장: 공정거래위원회에 저촉되는 문제가 가장 큽니다. 의사들이 지위를 이용해서 압박한다는 건데요. 이는 통큰 치킨에 비유해보면 상식적으로 맞지 않아요. 대형마트에서 싼 값에 치킨을 팔면 동네 작은 가게들이 망하는 것과 같아요. 대형병원이나 준 공공기관이 백신을 할인 접종하면 동네의원들은 폐업위기에 처합니다. 대형기관의 할인 행위를 지적해야 하는 게 공정위의 할 일이 아닌가요? 동네상권 살리겠다고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까지 규제하고 있는 마당에 왜 의료계는 거꾸로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백신 할인 접종을 통큰 백신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통큰 백신이란 표현이 재밌네요. 예방접종 할인이 근절되지 안는 또 다른 이유는요?

임수흠 회장: 복지부 약무정책과에서 인구보건복지협회 등의 요구를 받고 제약사를 압박하는 문제가 있어요. 백신을 공급하라고 압력을 넣는 거죠. 또, 복지의원이나, 의료생협, 종교단체에서 접종하는 문제를 지적해도 법적인 제제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이고요. 그 밖에 회원들끼리 할인하면서 싸우는 문제 등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수요도 있고 공급도 원할하니 개선하기가 어려운 거죠.

장영식 기자: 가격경쟁도 안되는데 제재 수단도 없으니 답답하겠어요.

임수흠 회장: 복지의원 외에도 건강관리협회, 의료생협 등에서 예방접종을 하면 주위 의원들이 초토화됩니다. 먼 곳에 택시까지 타고 가는데 동네사람들은 당연히 가죠. 그러니 의사들도 견디지 못하고 가격을 낮추죠. 결국 제살깎아먹기가 되는 겁니다. 내가 마진을 못남겨도 억울해서라도 복지의원이 접종하는 꼴은 못보겠다며 원가보다 낮게 접종하는 의사들도 있어요.

장영식 기자: 과거 한 대형종합병원에서 예방접종 할인을 하자 문제를 제기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까지 받으셨죠? 어떤 상황이었나요?

 
 

임수흠 회장: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 두가지가 있는데, 시장점유율 때문에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요. 2011년에 S병원이 직원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백신 단체할인 접종을 했어요. 그런데 직원의 가족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당연히 주위 개원의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죠. 당시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었는데 다들 관심이 없길래 제가 나섰습니다. 양 회사의 본부장과 마케팅 담당자를 불러서 개원의사들이 홍보하고 도와줘서 오늘까지 왔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환자들은 대학병원보다 비싼 개인의원을 매도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죠.

장영식 기자: 공정위에는 어떻게 가게 된 거죠?

임수흠 회장: 당시 기억으로는 공정위에서 다른 건으로 MSD를 덮쳤는데 서류를 뒤지다 보니 서울시의사회와의 회의 내용이 나온 겁니다. 공정위에서 서울시의사회를 찾아와서 회의 자료뿐만 아니라, 주고 받은 공문과 상임이사회 회의록까지 가져갔어요. 과징금을 때리겠다며 회원수까지 조사해 갔죠.

장영식 기자: 공정위에서 출석을 요구할 때 주무이사나 직원이 조사받아도 되는 것 아닌가요? 직접 출석한 이유가 있나요?

임수흠 회장: 의무이사나 직원이 출석했다가 제대로 답을 못하면 과징금이 확정됩니다.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갔어요. 당시 4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어요. 독방에서 조사받았는데, 주무관이 수사하는 것처럼 행동해 불쾌했죠.

장영식 기자: 결말이 궁금한데요?

임수흠 회장: 몇 개월 지나서 공문이 왔는데, 과징금도 없고, 주의도 없었어요. 서울시의사회 명의로 회원들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 하길래,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서신을 회원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됐어요.

장영식 기자: 예방접종 할인 경쟁의 문제점은 잘 알겠습니다. 현재 예방접종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임수흠 회장: 현재 약 5,700여억원으로 추산됩니다. 독감 약 1,700억원, 폐렴구균(PCV) 1,100억원, 폐렴구균(PPV) 180억원, 자궁경부암 1,000억원, 대상포진 470억원 등이죠. 자궁경부암 백신은 부작용 논란이 방송에 보도된 이후 350억 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개원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데 어느 정도 인가요?

임수흠 회장: 과마다 다르지만 보험과이면서 예방접종 비율이 높은 곳은 수입의 2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그런 곳은 예방접종 할인 경쟁으로 타격이 크겠는데요. 이제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볼까요?

임수흠 회장: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와 국회를 꾸준히 설득해 나가야죠. 구체적인 방안이라면, 공급가가 낮은 백신의 경우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임수흠 회장: 정부는 영유아 예방접종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만 12세 이하 소아를 대상으로 2009년 3월부터 필수예방접종 국가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요. 초기에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다가 올해부터는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접종 받을 수 있게 지원합니다. 의료기관이 필수예방접종지원대상 백신을 접종한 후 질병관리본부 시스템에 접속해서 접종사항을 올리면 한 달 내에 비용을 지급합니다.

장영식 기자: NIP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임수흠 회장: 접종비용을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니까 보건소와 의원, 의원과 의원 간 경쟁이 사라집니다. 그러다 보니 보건소 접종률이 감소하고 개인의원 접종률이 눈에 띄게 증가합니다.

장영식 기자: 비급여인 백신을 정해진 가격으로 받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죠?

임수흠 회장: 그렇죠. 처음 NIP가 시작될 때 찬반 의견이 분분했어요. 득과 실이 있죠. 그래서 공급가가 낮은 독감과 A형 간염을 NIP 대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이 대상인데다 공급가가 낮아서 할인 논란이 가장 많은 백신이거든요. 내년쯤이면 NIP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장영식 기자: 확정된 것인가요?

임수흠 회장: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만 명분도 있고, 정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반기는 일이고요. 실제로 국회에도 적극적으로 예방접종 문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논의됐는데 폐렴구균이 쪽지예산으로 포함되는 바람에 후순위로 밀렸죠.

장영식 기자: 고가 백신도 NIP 지원 대상으로 고려하나요?

임수흠 회장: 고가 백신은 NIP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이 더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진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요. 정부에서도 비용 부담 우려 때문에 고가 백신을 지원대상으로 포함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현재 급한 것은 독감 백신입니다. 모든 의사들이 다루고, 모든 국민이 대상이기 때문입이죠.

장영식 기자: 병원협회라든지 타 단체와의 공조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임수흠 회장: 최근 한 대학병원이 대상포진 백신의 접종비를 대폭 낮춰 접종한 것으로 포착돼 협조를 요청했어요. 바로 조치를 취하더군요. 이어 회원 병원마다 공문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고, 서울시병원회에도 공문을 보냈어요. 대형병원도 예방접종으로 개원가와 경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대형병원 입장에서는 예방접종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거든요.

장영식 기자: 대형병원이 주위 개원가와 마찰을 빚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임수흠 회장: 병원협회나 대학병원도 자체적으로 개인병원과 척질 일은 하지 말자는 분위기입니다. 지역에서 모 대형병원이 예방접종 할인행위를 한다면 의협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지역의사회 차원에서 대화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어요.

장영식 기자: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병원계와는 대화로 풀어가겠다고 설명해 주셨는데요, 복지의원 등은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임수흠 회장: 인구보건복지협회도 우리와 문제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과거 문제가 됐을 때 협회 본부장과 만나 문제를 지적했더니 바로 백신 가격을 올렸어요. 복지의원 문제는 법적인 제재수단이 마땅치 않으니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의사가 현장을 찾아가 주사기와 솜을 위생적으로 처리하는지, 접종 후 5분 이상 관찰하는지를 촬영해서 보건소에 고발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쉽지 않죠.

장영식 기자: 그래도 과거에 이들 기관으로 파견되는 공보의 문제를 지적해서 실효를 거두었죠?

임수흠 회장: 2011년으로 기억합니다. 건강관리협회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 공보의들이 파견나가 있는 겁니다. 공보의협의회와 공조해서 국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어요. 당시 파견된 공보의가 30명이었는데 다음해 13명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죠.

장영식 기자: 반토막을 내셨군요. 회장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결론적으로 예방접종 할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되겠는데요.

임수흠 회장: 그렇죠. 어느 한 곳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 병원계, 준 공공기관 등에서 개선하도록 꾸준히 압력과 설득을 해야 합니다. 서울시의사회가 중심에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홍보할 계획입니다.

 
 

장영식 기자: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얼마 전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에 대해 여쭤볼게요. 추무진 회장과 비상대책위원회에 쓴소리를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였나요?

임수흠 회장: 추무진 회장에게 중심을 잡아 달라고 조언한 겁니다. 의견 수렴을 한다고 하는데, 리더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머뭇거려서는 안되죠. 또, 비대위에는 본연의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어요.

장영식 기자: 대회원 서신을 보낸 후 반응은 어땠나요?

임수흠 회장: 주로 적절했다는 평을 들었어요. 주위에서 할 말 했다고 이야기 해 줬어요.

장영식 기자: 최근 대통합 혁신위원회가 구성돼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혁신위의 역할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임수흠 회장: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단순히 정관 일부를 고치고, 대의원수를 어느 조직에 더 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관의 모든 걸 손봐야 하니까요. 범위가 너무 넓어서 조정이 될 지 걱정이 됩니다. 무엇보다 현재 위원들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또, 첨예한 사항은 회장이나 의장이 총대를 메고 나서야 합니다. 책임있는 자세로 나가야 희망이 있어요. 모든 걸 버리고 노력해야 말 그대로 대통합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영식 기자: 서울시의사회장은 의료계의 2인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의협 회장과의 관계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죠?

임수흠 회장: 서울시의사회장이 어려운 게 협회장을 적극 도우면 아바타라고 하고, 거리를 두면 책임이 모두 날아옵니다. 서울시의사회가 협조를 하지 않아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거죠. 스탠스가 어렵습니다.

장영식 기자: 마지막으로 의료계 대표와 회원들에게 대해서 한마디 해주세요.

임수흠 회장: 의료계 상황이 혼란스러워요. 책임은 의료계를 이끌고 있는 대표들에게 있어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대표들이 책임의식,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판단, 정치적이지 않은 솔직함을 가지고 중심을 잡고 회원들을 끌고 가야 합니다.
또, 회원들은 지금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 좀 더 알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현실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의료계에 희망이 있으려면 현실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환경이 어렵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고, 나와 의견이 같지 않으면 나쁘다고 간주하는데,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집행부가 어떠한 결정을 내렸을 때는 적극 따라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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