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료원이 노조파업에 따른 병동폐쇄라는 초강수를 두자,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속초의료원 노조원들은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 7일 속초의료원을 찾아 함준식 속초의료원 노조지부장을 만났다.

 
 

김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함준식 지부장: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저나 노조원 모두 힘들죠.

김소희 기자: 속초의료원 노조는 몇 명인가요? 전체 의료원 근무자도 궁금하네요.

함준식 지부장: 노조는 80여명입니다. 의료원에서 집계한 전체 근로자는 174명인데, 수치가 매일매일 달라지네요.

김소희 기자: 현재 의료원의 상황은 어떤가요?

함준식 지부장: 51병동 일부와 중환자실, 소아물리치료실, 외래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폐쇄병동이나 성인물리치료실은 컴퓨터를 다 빼버리고 불도 다 끈 상태입니다.

김소희 기자: 오늘(7일) 의료원과 13차 교섭이 이뤄졌다고 들었습니다. 교섭 상황은 어땠나요?

함준식 지부장: 파업을 유도하는 교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원에서는 전혀 교섭할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외부 노무사 2명에 의료원 근무가 채 1년도 되지 않은 노무사 출신 총무계장까지, 노무사만 3명이 나왔습니다. 이건 교섭할 생각이 없다는 거죠. 결국 노조파업을 하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김소희 기자: 1차부터 12차까지 교섭도 마찬가지였나요?

함준식 지부장: 별반 다르지 않았죠. 의료원장은 교섭을 회피했고요. 그러니 1년 동안 교섭이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거겠죠.

김소희 기자: 협상은 물론, 교섭자체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말씀 같네요. 현재 노조 측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무엇인가요? 1층이나 외부를 보면 단순히 임금만이 문제는 아닌데요.

 
 

함준식 지부장: 현재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네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2011년 기본급표를 적용한 임금인상입니다. 2008년 6.8% 인상 후 지금까지 기본급이 오르지 않았죠. 15년 근무한 간호사의 기본급이 158만원입니다.

두 번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입니다. 2013년 10월 이사회를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으나 의료원은 현재까지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직원 사기진작을 위한 승진 및 승급입니다. 사무직 직원은 채용 1년도 되기 전 총무계장과 혁신계장으로 승진했으나 15년 이상 근무자들은 변함이 없습니다.

네 번째 간호사 피복지급 등 근무조건 개선입니다.

김소희 기자: 하지만 의료원 측에서 생각해본다면 노조 측의 요구안을 모두 들어주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공공의료원이 현재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속초의료원도 적자일 테고요. 지부장님께서 근무하는 동안 항상 적자였나요?

함준식 지부장: 21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항상 경영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경영상황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2010년 말 속초에 동급 수준의 민간병원이 생기면서 경영상황이 악화됐죠. 이후 2012년에 속초의료원은 현대화사업을 하게 됩니다. 신축과 리모델링, 최신장비 도입 등 많은 부분이 개선됐습니다.

속초의료원은 현대화사업으로 2013년에 경상수지비율 112.1%, 병상이용률 106.8%, 환자 1인당 입원지료수입 107.8%, 환자 1인당 외래진료수입 118.6%, 1일 평균 입원환자수 110.7%, 1일 평균 외래환자수 126.3%, 직원 1인당 환자수 111.9% 등 모든 부문에서 2012년보다 증가했습니다.

김소희 기자: 하지만 속초의료원에서는 임금체불 13억원을 이야기하며, 노조의 요구안을 들어주기 어렵다고 합니다. 수익만 개선됐다고 해서 가능한 것 같지는 않네요.

함준식 지부장: 지금까지 임금과 관련된 모든 체불금이 13억원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속초의료원은 지역개발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강원도로부터 86억원을 지원받아 직원 퇴직금 중간정산(26억원)을 했습니다. 의료원이나 강원도는 돈이 없죠. 하지만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자체에서 86억원을 빌리게 된 거죠. 그리고 그걸 노조가 갚고 있는 겁니다. 6년째 임금이 동결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의료원은 부채만 이야기를 하지 병원 건물, 땅 등 자산에 대해서는 말이 없습니다. 그냥 13억원이 임금관련 체불이라고만 합니다.

김소희 기자: 임금체불과 부채가 상당하네요. 그럼에도 속초의료원은 34개 지방의료원 중 적자가 적은 순위 상위권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요?

함준식 지부장: 적자가 적은 순위에서 강원도 소재 5개 의료원이 모두 10위 내에 들었습니다. 이건 임금동결로 적자를 줄인 것입니다. 속초의료원 말고도 다른 의료원들 역시 힘든 거죠.

 
 

김소희 기자: 혹시 강원도청 앞에서 5개 의료원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함준식 지부장: 그건 강원도에서 지난 2014년 1월 25일 발표한 경영혁신대책 때문입니다. 이때 핵심은 원장삼진아웃제입니다.

강원도가 공공의료원에 공공성이 아닌 수익 중심의 경영, 경영 효율성을 강조하며 원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죠. 도에서 수익을 강조하니, 의료원에서는 직원들을 압박하겠죠. 고스란히 임금동결, 높은 노동강도 등 직원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건의료노조 강원본부가 이와 관련된 규정을 고쳐야 한다며 면담을 요청하기 위한 농성을 하게 됐습니다. 노조는 대책을 철회하고 5개 의료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도지사를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만나진 못했습니다.

김소희 기자: 산 넘어 산이네요. 마지막으로 속초의료원 또는 의료원장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함준식 지부장: 의료원장의 역할은 직원들을 쥐어짜고 환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아닌 도청을 찾고 도의원을 설득하는 등 공공의료를 지키는 것입니다. 또한 의료원 회생방안으로 도에서 관할 5개 의료원 지원 약속을 속히 이행해달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의료원이 몇 년 동안 같은 임금으로 2배가 넘는 노동강도를 참아가며 죽도록 일만 하는 직원들의 바람막이가 돼 줘야죠.

박승우 의료원장은 공공의료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인력을 충원하고, 단체협약의 내용을 실행해야 하며, 경영상태 개선에 따른 임금인상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독단경영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김소희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함준식 지부장: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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