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자신들이 정한 강의주제에 따라 자료를 준비했을 뿐, 몇 편의 강의가 제작되고 강의 한 편 당 얼마가 지급되는지는 알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1단독 재판부(재판관 송영복)는 지난 28일 서관 508호 법정에서 동아제약으로부터 동영상 강의료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약식기소된 의사 91명에 대한 18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마지막 증인심문 공판으로, 동영상 강의(M 라이브러리)를 제작하고 설문조사(M 리서치)를 실시한 J 컨설팅의 C 씨의 심문이 진행됐다.

C 씨는 동아제약으로부터 추천받은 의사에게 연락을 하고, 병원을 찾아가는 등 실무를 담당한 J 컨설팅 소속 직원이다.

C 씨는 “동아제약으로부터 수강료 명목으로 전체 프로그램비를 받았고, J 컨설팅이 M 라이브러리 등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개발비 명목으로 비용을 지불했다.”라며, “개발비라 칭한 것은 동영상 강의 개발에 참여했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C 씨는 동아제약에서 J 컨설팅에 지급한 1편 수강료 300만원의 경우,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기로 한 동아제약 영업사원의 수(200명)와 1만 5,000원(영업사원 1명 당 2개월 수강 기준)을 곱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J 컨설팅이 의사들에게 지급한 편당 강의료는 동아제약에서 받은 300만원의 80%인 240만원으로, J 컨설팅의 몫(편당 60만원)을 제외한 후 지급했다는 게 C 씨의 설명이다.

계약서와 관련해 C 씨는 “특약 중 특정제약사 단독 수강 체크는 동아제약에게 동영상 제작 의뢰를 받았고, 의사들도 동아제약의 소개로 알게 돼 미리 표시한 것이다.”라며, “동아제약이라 명시하지 않은 이유는 이미 사용하던 계약서였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넘겨 받은 자료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해 M 라이브러리의 목적 등에 대해 설명한 후 강의를 하겠다고 한 의사들을 찾아가 계약서를 작성하고 동영상 강의를 촬영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병원명, 의사명, 강의편수, 연락처가 기록돼 있는 자료가 동아제약이 제공한 것인지, J 컨설팅의 대표 G 씨가 작성한 것인지는 모른다고 C 씨는 주장했다.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을 교육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설명했는지 묻는 질문에 C 씨는 “의사들이 물어보면 J 컨설팅에 저작권이 있지만, 개발 원작자인 의사에게도 의견을 묻고 추가 계약을 한 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라고 답했다.

특히, 동영상 강의 편수와 주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정해졌는지에 대한 집중 심문이 이뤄졌다.

C 씨는 “강의 편수에 맞춰 몇 시간 정도 촬영할 것이라고 의사들에게 설명하기 때문에 분량은 알 수 있으나, 이게 몇 편으로 나눠 제작되는지에 대해서는 의사들은 알지 못한다. 오히려 M 라이브러리 촬영시간이 더 길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C 씨는 “강의주제는 강의를 할 의사들에게 먼저 물어보고 정하며, 정확하지는 않지만 동아제약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중복되는 주제가 많은데 검수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C 씨는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서 학술적인 부분보다는 임상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의사마다 쓰는 약이 다르고 환자상태도 다르다. 의사들의 경험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강의주제가 같다고 해서 내용이 모두 같은 게 아니며, 의사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게 C 씨의 주장이다.

C 씨는 “동아제약으로부터 소개를 받았으며,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수강하는 것 외에 동아제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동아제약과 J 컨설팅, J 컨설팅과 의사가 별개의 계약관계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M 리서치에 대해 C 씨는 의사들이 병원 경영에 있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했으며, 설문조사 결과의 경우 각 병원에 일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C 씨는 “의사들은 환자들의 성향을 알수록 경쟁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영업사원들은 그 병원의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면 의사와 보다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유기적인 관계가 되는 데 유리하지 않을까.”라고 주장했다.

한편, 19차 공판은 오는 8월 11일 같은 법정에서 진행된다. 이날 공판에서는 동영상 강의가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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