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16일 의정합의 이행추진단 회의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여부를 일주일 안으로 결정하라고 의사협회를 압박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가 오는 24일까지 결정을 미루면 단독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날 이행단 회의는 추무진 집행부 출범 후 첫 회의였다는 점에서 더 놀랍다.

노환규 전 회장이 투쟁 날짜를 못 박고 복지부를 압박하던 모습과는 정반대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김정곤 위원장이 지난 16일 돌연 사퇴했다. 갑작스런 그의 결정에 비대위는 물론이고 집행부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복지부는 5월 말에도 원격의료 시범사업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단독 시범사업 카드를 고려한 적이 있다.

당시 김정곤 위원장에게 복지부가 의정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비대위가 투쟁에 돌입하는지 여부를물었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김 위원장의 대답은 “복지부가 의정합의 무효 선언을 할리 없다.”였다.

양측이 합의한 아젠다들은 당장 코앞에 있는 게 아니라, 차후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모두 무효라고 할리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답할 것으로 기대했던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로부터 50여일 후 복지부가 의사협회에 최후통첩을 하던 날 오전 김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비대위 SNS에 ‘자신의 무능력함과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어 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 비대위가 더 이상 지지부진해서는 안되겠다는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이니 혜량바란다’고 부탁했다.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던 그는 이후 수 일 동안 전화기를 꺼놓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투쟁을 하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사퇴했을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투쟁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사퇴했을 가능성이다. 아쉽게도 그의 행보를 후자로 평가하는 시각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떤 시각으로 보든 그의 사퇴가 시기적으로나 방법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자신이 투쟁의 일선에 서겠다고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위원장이 사퇴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대위의 역할은 중요해 졌다. 비대위는 지난 4월 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들로부터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았다. 비대위의 할일은 회원들을 조직화해서 투쟁을 준비하는 일이다. 지금이야먈로 강력한 투쟁체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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