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양심 없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진료를 포기하고 피켓을 들었습니다.”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에게 ‘과거에 깊이 존경했던 정형근 이사장님께’라는 제목으로 보낸 편지에서 피켓 시위에 대한 심정을 이 같이 밝혔다.

우편과 팩스를 통해 전달한 편지에서 노환규 대표는 “언론에서 드러난 정형근 이사장님의 생각처럼 의사들이 과연 ‘더 큰 밥그릇을 얻기 위해서’ 혹은 ‘모종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난을 감수하고 외국인들의 연수 행사에 피켓을 들고 나선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노환규 대표는 “우리는 대한민국 건강보험제도가 결코 ‘항구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바람직한 구조가 아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사들은 ‘양심 없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진료를 포기까지 하면서 그곳에 나선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의사들의 기본권과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는 이 위태한 제도를 해외에 선전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며, 국가적 망신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기에 그들 앞에 서게 됐다고 노 대표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노 대표는 스스로를 노예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대표는 “이사장님의 표현대로 인텔리전트한 의사들이 왜 스스로를 이름 붙이기도 부끄러운 ‘노예’라고 칭했을지 생각해 달라”고 서두를 꺼냈다.

노 대표는 “요양기관강제지정제라는 제도를 통해 의사들의 지불기관과의 계약관계 유지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은 상태에서 불합리한 일방적 삭감과 행정조치의 횡포를 감수해야 하는 의사들을 노예가 아닌 그 무엇으로 표현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최선의 치료를 임의비급여라는 불법으로 규정해놓아 언제든지 처벌받을 수 있는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린 의사와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할까 봐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감히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의사들을 노예가 아닌 그 어떤 다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냐”라고 재차 물었다.

이어 노 대표는 정형근 이사장에게 균형적인 시각으로 의료제도를 해석하고, 운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환규 대표는 “단일 직종에 종사해 의료제도의 한쪽 편만을 바라보고 있는 의사들과 달리 이사장님은 한 국가의 의료제도를 총체적으로 해석하고 균형감 있게 운영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고 상기시키고, “소위 전문가 그룹에 의견만 듣지 말고, 균형적인 판단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작권자 © 헬스포커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