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의사와 영업사원의 관계를 갑을 관계라고 한다.

의사는 일감을 주는 사람(갑)으로, 영업사원은 일감을 받는 사람(을)으로 비유하고, 마치 의사가 영업사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자인 양 바라보는 시각이다.

정말 의사들이 영업사원과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을까.

요즘엔 영업사원이 결제를 독촉해 힘들다고 토로하는 의사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고,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욕설을 퍼붙거나 폭행하는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동아제약과 녹십자의 영업사원 사례를 보자.

2년 전 여름, 국내 굴지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이 전공의를 폭행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모 대학병원 신경외과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가 사소한 말다툼 끝에 전공의를 폭행한 것이다.

해당 전공의는 안와골절이 발생했고, 복시 등의 후유증이 남았다. 섬세함을 요구하는 신경외과 특성상 이 같은 후유증은 수술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이 폭행 사건이 전년도 연말 회식 때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영업사원은 9개월 째 동아제약에 근무했다.

동아제약은 사건 발행 후 해당 영업사원을 내근직으로 전환 배치했지만 그 뿐이었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에도 폭행은 잘못했지만 당사자가 많이 반성하고 있다며 두둔했다.

결국 의사들이 불매운동에 나서려고 하자, 해당 영업사원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정리했다.

지난달 26일 녹십자 영업사원은 의약품 반품 건으로 의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A 원장이 대상포진 백신인 ‘조스타박스’와 수막구균 백신인 ‘멘비오’ 반품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녹십자 영업사원은 이를 거부했다.

녹십자 영업사원은 ‘생물학적 제제는 반품이 불가하다’며 반품요구를 거부하고, 막무가내로 결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의사들은 모든 백신이 생물학적 제제라고 반발하며, ‘생물학적 제제는 반품 불가’라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보관방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아닌 경우, 반품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확인해 줬다.

시간 차는 있지만 두 건의 사례에서 영업사원의 태도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사를 갑으로 봐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영업사원은 소위 잘나가는 의사에게는 을이 되지만, 모든 의사에게 을이 돼주진 않는다.

무엇보다 갑을 관계를 떠나서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의사와 제약사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신뢰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례를 영업사원의 개인 문제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업사원의 이러한 태도는 오롯이 그들이 속한 조직의 책임이다. 직원 교육은 제약사의 몫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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