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지난 24일 38대 집행부 인선을 발표했다.
추무진 회장은 강청희 상근부회장, 김길수 기획이사 등 전 집행부 인사를 다수 기용했다. 그가 평소 주장해 온대로 회무 연속성과 회무 안정에 무게를 두고 집행부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태욱 부회장 대우 정책이사 발탁이라는 파격카드도 꺼내들었다.
유 부회장 대우는 지난 회장선거에 출마해 추무진 회장과 경쟁했다. 그는 대통합 리더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어 1,577표(15.09%)라는 적지 않은 표를 얻었다.
당선권과는 거리가 먼 결과였지만, 양강 구도로 진행된 선거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유 부회장 대우는 개표 당일 추무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현장에서 축하를 건네는 통 큰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추무진 회장은 집행부 인선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유태욱 전 후보를 모실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추 회장은 당선 직후 대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직역의 인사를 가리지 않고 발탁하겠다고 밝혔고, 선거에서 경쟁한 분이라도 추천한다면 함께 일하겠다고 말해 왔다고 상기시켰다.
추 회장은 유태욱 카드가 그동안 갈라져 있던 회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추 회장의 바람대로 유태욱 카드가 현 집행부가 회무를 수행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는 미지수다.
유 부회장 대우는 회장선거 당시, 노환규 전 회장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노환규 전 회장이 저질러 놓은 많은 문제들을 바로 잡아나가는데 주력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가 바로 잡겠다고 꼽은 문제들은 좌편향 투쟁아젠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의료민영화 반대 등이었다.
이는 노환규 전 회장의 회무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당선된 추무진 회장과는 대치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유 부회장 대우는 과거 노 전 회장이 1차 의정협상 결과를 거부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사퇴할 당시, 비상대책위원들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며 강도높게 비판한 전력도 있다.
노 회장의 1차 의정협상 거부와 대정부 투쟁 선언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추무진 회장은 유 부회장 대우가 노 전 회장의 개혁적인 정책 기조에 반대한 게 아니라, 회무를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추 회장과의 노선 충돌이 불거지지 않는다면 유태욱 카드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추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번 선거가 20%대 라는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대표성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경쟁자였던 유태욱 전 후보가 집행부에 참여하면서 추무진 집행부는 산술적으로 과반을 훌쩍 넘는 지지를 얻은 집행부로 구색을 갖추게 됐다.
유태욱 카드가 약으로 작용할 지, 독으로 작용할 지를 지켜보는 것도 추무진 집행부를 바라보는 관전포인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