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대 대한의사협회 선거가 막바지에 오면서 한 후보 캠프의 이메일 해프닝이 시선을 끈다.

지난 15일 박종훈 후보 캠프 황진철 대변인은 48명의 기자에게 ‘(급)박 후보 의료계를 향한 통 큰 화합메시지에 노환규 집행부 이사 3명 화답’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이메일로 보냈다.

박 후보 대변인은 이 보도자료에 페이스북 글을 캡쳐한 사진 두 장을 첨부했다.

박종훈 후보는 의사협회 송형곤 대변인과 이주병 대외협력이사를 한 학술대회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본인과 생각이 같아, 당선되면 이들과 함께 할 생각이라는 글을 남겼고, 해당 글에 송형곤 대변인과 이주병 이사가 의협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공감을 표시했다는 내용이다.

또, 두 인사는 남은 선거기간 건강을 챙기라는 덕담도 건넸다.

박 후보 대변인은 관련 내용을 전하며, 이들이 SNS를 통해 모두가 하나되는 의협을 향한 화합의 메시지와 덕담을 전하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며 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약 한시간 후 박 후보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두번째 이메일을 보냈다.

스스로 훈훈한 장면이라고 판단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박 후보에게 보고했더니, 박 후보가 선거에 이용돼 본질이 왜곡되거나 해당 이사들의 선한 뜻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꾸짖었다는 것이다.

박 후보 대변인은 보도자료 철회를 요청했지만 해당 보도자료는 일부 언론에 의해 소개됐고, 박 후보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회원들이 박 후보의 글과 관련 기사를 퍼날렀고, 해당 이사들은 공식 제안을 받은 것으로 오해를 샀다. 해당 인사들은 정식 제안을 받은 바 없다며 당혹스러워 했다.

이번 이메일 해프닝은 두가지 관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먼저, 대변인은 선거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인물 중 하나다. 선거기간 동안 지근거리에서 후보와 호흡을 함께 한다.

대변인이 후보와 현 집행부 인사가 온라인으로 덕담을 주고 받은 내용을 수 십 명의 기자에게 보도 협조를 요청하면서 후보와 상의없이 독단으로 결정했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

박 후보가 보도자료를 사전에 인지했어도 문제이고, 몰랐다면 인사관리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박종훈 후보가 송형곤 대변인과 이주병 이사를 중용할 마음이 있다고 해도, SNS에 공개적으로 함께가고 싶다는 글을 올리는 방법은 옳지 않다.

송 대변인은 노환규 전 회장이 이끈 37대 집행부에서 상근부회장을 겸임하기까지 했다. 그는 박 후보가 쉴새 없이 비판했던 노 전 회장의 최측근이다.

이주병 이사는 전국의사총연합 공동대표 출신이다. 박 후보는 과거 의사커뮤니티 닥플에서 자신을 비난한 회원을 고소한 전력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 전국의사총연합 회원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도 박 후보가 송 대변인과 이 이사를 중용할 마음이 있다면 선거가 끝난 후 정식으로 제안하는 방법을 택해야 했다.

박 후보도 자신이 두 인사와 덕담을 나눈 내용이 선거에 이용돼 본질이 왜곡되거나 해당 이사들의 선한 뜻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변인을 꾸짖었다고 하지 않았나.

박 후보 캠프의 이번 보도자료 해프닝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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