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처음으로 외상심리치유센터가 문을 열어 눈길을 끈다. 명지병원은 지난 4월 29일 외상심리치유센터를 열었다. 이 센터는 신체적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질환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체계적이며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전문적인 진료시스템을 갖췄다. 배활립 센터장을 만나 외상심리치유센터 개소 배경과 향후 운영방안을 들어봤다.

 
 

장영식 기자: 안녕하세요, 센터장님.

배활립 센터장: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장영식 기자: 심리외상 치유를 전문분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배활립 센터장: 한양대를 졸업했는데 한양대가 이 분야를 다른 곳보다 잘 하고 있어요. 안구운동 민간소실 및 재처리요법(EMDR)이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특수 치료법이 있는데, 한양대병원은 이 치료법이 처음으로 생긴 병원입니다. 수련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선택하게 됐다.

장영식 기자: 외상심리치유센터를 개소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배활립 센터장: 정신과 내에서도 여러 가지 세부 전문 분야가 있어요. 저는 정신 외상학을 전공했어요. 이곳에 오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클리닉을 열려고 했는데,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계획보다 좀더 빨리 오픈하게 됐습니다.

장영식 기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Healing Center; PTSD)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며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배활립 센터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트라우마를 겪고 난 사람들에게 생기는 불안장애입니다. 심각한 사고를 겪으면 처음에는 많이 힘들어 합니다. 반 이상의 환자들이 힘들어하기 때문에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하고,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죠. 대부분 한 달 정도면 좋아지는데, 한달이 넘었는데도 증상이 있으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진단합니다. 사고 후 1~2주 동안 힘들다고 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보기는 어려워요.

장영식 기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배활립 센터장: 외상평가 면담과 심리학적 평가, 신경생물학적 평가 등을 토대로 2차 외상평가 면담을 거쳐 최종 평가 및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됩니다.

장영식 기자: 치료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배활립 센터장: 치료과정은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합니다. 정신치료는 인지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 인위적으로 안구운동을 시켜 부정적이고 기분 나쁜 생각을 감소시키는 치료방법인 EMDR, 가상현실 치료, 인지치료, 바이오피드백 치료, 명상 인지 치료 등의 개인 치료와 안정화 집단치료와 외상처리 집단치료 등을 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예술치유센터의 전문 치료사들이 음악, 미술, 동작 등 다양한 장료의 예술치유활동을 통해 심리적인 회복을 돕죠.

장영식 기자: 센터에는 어떤 환자들이 주로 오나요? 세월호 관련 환자도 찾아 오나요?

배활립 센터장: 세월호 관련 분들은 지역이 멀다보니까 그다지 많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방문합니다. 아직 일반인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진단기준에 맞는 환자들이 소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장영식 기자: 명지병원 외상심리치유센터의 장점이 있다면요?

배활립 센터장: 외상심리치유센터에서 다각적 진료를 할 수 있어요. 정신과 안에 임상심리실이 있고, 자율신경계를 담당하는 부서도 따로 있죠. 이완이나 호흡, 바이오피드백실, 예술치유센터도 있어요. 기존대학병원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별화가 돼 있어요.

장영식 기자: 우리나라의 외상심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치료 수준, 그리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배활립 센터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어요. 이 병으로 힘들어해도 병원을 찾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해서 시기를 놓칩니다. 조기 치료가 중요해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제대로 치료하는 시스템이 없어요. 전문가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병원도 부족해요. 미국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립센터가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인 셈이죠.

 
 

장영식 기자: 외상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예술치유센터 등이 다학제 진료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다학제 진료에 대한 수가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죠? 센터운영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배활립 센터장: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요. 비급여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도 경제적으로 힘들어 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줘야 해요. 수가나 이런 부분을 조정해주고 정신과적인 특수성을 감안해서 복지부나 심평원에서 해줘야 합니다. 한 과에서 입원한 환자를 다른 과에서 보려면 협진을 통해 해야해요. 여러 과에서 볼 수 있게 만드는 방안이 학회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학회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배활립 센터장: 보상 체계에 대해 학회에서 연구를 시작했어요. 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위원회에서 연구를 진행중인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단계는 아닙니다.

장영식 기자: 명지병원은 외상외과와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명지병원 내 다른 파트와 외상심리치유센터가 연계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배활립 센터장: 외상컨퍼런스를 같이 하고 있어요. 외과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도 함께 진행할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외래에 알아서 찾아오는 환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권역응급의료센터라든지 외상외과와 연계해서 그쪽으로 부상을 입고 오는 환자들이 PTSD에 해당하는 트라우마를 겪기 때문에 아예 처음에 왔을 때부터 심리적 응급처치를 해서 PTSD로 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게 소방관이나 응급구조사들이 PTSD 증상을 많이 겪습니다. 소방서와 협약을 맺고 있어서 그쪽에 미리 개입해서 예방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장영식 기자: 병원 측의 지원은 잘 되고 있나요?

배활립 센터장: 전담 직원들을 뽑아야하는데 계속 연기되고 있어요. 기존 인력이 일을 나눠서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력 보강이 시급합니다.

장영식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문가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활립 센터장: 국내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전문가가 별로 없는데, 클리닉이 많이 생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학회 차원에서 교육도 많이 했고, 자료도 공유했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라면 신뢰가 갑니다. 그런데 타과 전문의라면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죠. 특히, 의사가 아닌 배경을 알 수 없는 분들, 그러니까 음악치료사, 심리치료사, 심리상담사 등 비의료인들이 PTSD 전문가를 자초하고 있는 부분은 매우 우려가 됩니다. 검증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태거든요.

장영식 기자: PTSD 클리닉의 시설기준이 있나요?

배활립 센터장: 시설은 중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신체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애 재활센터 등이 함께 있는 종합병원을 찾게 되죠. 개인병원에서 치료받던 분들도 검사나 진단서 때문에 큰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아요.

장영식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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