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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안압측정기 외 대부분 판결 패소…확대해석 우려 목소리
최미라 기자 / 헬스포커스뉴스 | 승인2014.06.10 6:12

해묵은 논란거리인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이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안압측정기 판결 이후 다시 확대되는 모양새다. 한의계는 안압측정기 등 일부 의료기기에 대해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한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들며, 다른 의료기기들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또한 보건당국 관계자도 헌재의 판례를 무시할 수 없다며, 향후 유권해석 시 이를 참고하겠다고 말해 의료계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 동안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판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패소한 것을 알 수 있다.

▽행정법원ㆍ헌재 “한의사 초음파는 불법 의료행위”
서울행정법원 6부는 지난 1월 24일 한의사 J 씨가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면허자격정지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성장클리닉 전문한의원에서 초음파 방식 골밀도검사기기를 사용하는 모습

앞서 J 씨는 지난 2012년 경북도지사로부터 ‘초음파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의료행위’라는 통보를 받은 이후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복지부로부터 의료법 위반에 따른 45일간의 한의사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J 씨는 초음파골밀도측정기의 결과만으로 처방을 내린 것이 아니라 환자의 나이, 안색, 체형 등을 고려해 처방을 내려 정당한 한방의료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한의사가 초음파골밀도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하는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의료법과 한의학의 이론적 기초, 진단방법을 기준으로 볼 때 한의사의 초음파골밀도측정기 사용은 불법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본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해 성장판검사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한의사의 골밀도 측정과 그 검사결과를 토대로 한 한약처방 등 치료행위는 한의학적 지식이나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것이라고 봤다.

또, 초음파 진단기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기초로 진단을 내리는 것 역시 영상의학과 전문의 또는 의과대학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의 업무영역에 속한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을 불법으로 판시했다.

▽행정법원 “X-선 성장판 검사ㆍ뇌파검사기도 불법”
한의사가 X-선을 이용한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환자의 성장판 상태를 검사하는 행위와 뇌파검사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서울행정법원은 불법으로 결론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의료행위를 진단과정과 치료과정으로 구별, 한의사의 진단방법을 다시 진찰과 진단으로 구별, 망진, 문진, 절진, 맥진의 4진법의 한의학 진찰법으로 나열했다.

그러면서 서양의학은 해부학, 생물학 등 서양과학에 기초를 두고 인체의 특정 부위의 증상을 실험적, 분석적으로 보는 반면, 한의학은 인체를 하나의 소우주로 보고 신체의 기능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등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도 달라 진단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토대로 해부학적으로 뼈와 성장판의 상태를 확인해 성장가능성 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한의학적 방법이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뇌파검사기 사용과 관련, 해당 진료행위가 학문적 원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판단을 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따라 뇌파계는 뇌세포 활동 등에 의해 생기는 전기생리학적 변화, 즉 환자의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해 증폭기를 통해 뇌파를 증폭한 후 컴퓨터로 데이터 처리를 해 뇌의 전기적인 활동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서 신경계 질환, 뇌질환 등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고 있고,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해 환자를 진단하는 행위를 한의학적 지식을 기초로 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한의사 IPL 사용 불가”
한의사가 IPL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3심까지 진행됐다.

1심 재판부는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은 하지 않고, 보건복지부의 질의회신에서 한방의료기관에서 사용이 허용되는 기기는 초음파치료기, 극초단파치료기, 적외선치료기, 레이저침치료기, 헬스트론 냉습포, 온습포 등이 포함될 뿐, IPL은 구체적으로 열거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의사는 사용 불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2심은 IPL의 사용이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것이 한의학적 원리에 의한 것인가에 따라 판단, 어떤 의료기기가 서양의학 분야에서 개발됐다 하더라도 그 기기를 고대로부터 존재하던 동양의학의 원리에 따라 사용한다 해서 이를 서양의학 원리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의사가 IPL,을 사용한 것은 환자의 피부에 발생한 병변에 대한 외과적 처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병변을 인체의 균형이 무너짐으로 인해 생긴 경략의 울체로 보고, 여기에 한의학에서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빛을 사용해 이를 해소하고 온통경락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해 사용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IPL이 적외선이나 레이저 침을 이용해 경락에 자극을 줘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외선치료기나 레이저 침 치료기와 작용원리가 같다고 보거나, IPL을 사용한 피부질환 치료가 빛을 이용해 경락의 울체를 해소하고 온통경락을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한의사들은 사용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용한 IPL의 개발 및 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했는지 심리했어야 했고, 토대로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과 관련해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CT기기 촬영도 한방의료행위 아냐
한의사가 방사선사로 하여금 CT 촬영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의료법 제25조1항(현행 의료법 제27조1항)에 위반되는지 여부도 논란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한의사의 방사선 진단행위는 한의사의 면허범위 외의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환자의 용태를 관찰하는 진찰의 방법 또는 수단은 의학이나 한의학 모두 인간의 오감을 이용하는 것이어서 여기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다만, 한의사가 방사선사로 하여금 CT기기를 촬영하게 하고 이를 이용해 방사선 진단행위를 하는 것은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기기의 사용이 곧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관련된 것으로 판단, 한의사의 CT기기 촬영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안압측정기는 한의사 ‘勝’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법정 다툼에서 계속해서 패소하던 한의계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헌재가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의 사용을 한의사의 면허범위로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의료법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제1조)으로 하고 있는 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의 해석 또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둬 해석돼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헌재 판결 이후 서울행정법원 3부도 지난 3월 21일 한의사 H 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복지부가 H씨에 대해 3개월간의 한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H씨는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청력검사기와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로 환자들을 검사하고 이를 토대로 한방약물치료, 침치료, 교정치료, 물리치료 등을 시행했고, 이에 대해 복지부는 H 씨에게 3개월의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기기들을 사용해 환자들의 상태를 진단하고 나아가 한약처방을 한 것은 의료법상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라며, “환자들의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았고, 기기를 사용한 것도 일종의 진단방법으로 오히려 의료법의 목적에 부합하다.”라고 판결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가 기기들을 사용해 환자들을 진료한 행위는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한의계ㆍ복지부, 안압측정기 판결이 기준점?
헌법재판소의 안압측정기 판결 이후 한의계는 물론, 보건당국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지난달 14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전향적 방향을 제시한 만큼, 입법부는 물론이고 보건복지부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법령 제시를 통해 현재의 관련 제도의 불안정으로 인한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기획이사는 또, 한의사에 대한 의료기기 사용 제한은 법률적 근거가 없으며, 발전된 한의학을 통해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만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민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장도 같은 토론회에서 “헌법재판소가 의료법 해석 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의료법 목적이 중시돼야 하고, 보건위생 상 위해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자격 있는 의료인에게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하라고 판시한 것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복지부도 앞으로 이번 헌재 판시를 중심으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의료법 해석에 대한 논의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과장은 또, “의사-한의사 간 고소고발 등 법정다툼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계속 사법부에만 판결을 맡길 것인지, 헌재 결정을 어떻게 의료법에 반영할 것인지 책임 있게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침소봉대 우스워”
한의계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의료계는 침소봉대 하지 말라며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조정훈 위원은 “X-레이, IPL, 초음파 등 한의사 의료기기 소송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입장에서 보면, 헌법재판소에서 안경사도 쓰는 자동안압측정기 정도를 허용해 줬다고 해서 마치 한의사들이 모든 의료기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초음파 헌법소원 당시 결과가 불리하게 나왔을 때는 가만히 있더니, 이번 안압측정기 판결 이후 기다렸다는 듯 그러는 것이 우습다는 지적이다.

조정훈 위원은 “헌재가 비의료인인 안경사들도 사용하며, 자동으로 측정되는 안압측정기 정도를 허용하는 차원에서 판결한 것을 한의사들이 너무 침소봉대해서 확대 해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복지부 역시 확실하게 팩트에 근거해 활동해야 한다.”면서, “복지부도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이) 안 되는것을 알면서 괜히 그런다. 특히 국회 토론회에 나온 복지부 과장은 한의약정책과 소속으로 중립적 위치가 아니었다.”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은 거듭 “한의사들이 헌재의 안압측정기 판결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측면이 크다.”라며, 의사들이 거기에 넘어가 의료기기가 한의사들에게 넘어갈 것처럼 절망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한의사들을 도와주는 것 밖에 안 되는 만큼, 계속해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미라 기자  mil07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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