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공급자단체들의 혼란과 불만도 극을 향해 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유형별 수가협상이 올해로 9년 차를 맞으면서 이러한 상황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가협상에서 공급자단체들은 자신들의 전략이 통할 여지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공단 역시, 이미 정해진 재정과 가이드라인 내에서 조율하는 역할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근거와 데이터에 기반한 극적인 협상은 시작부터 불가능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가협상 당사자들 사이의 정보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시장에서의 각 거래 주체가 보유한 정보에 차이가 있을 때 그 불균등한 정보 구조를 정보 비대칭이라고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하는 용어는 미국의 이론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가 1970년 발표한 논문 ‘레몬시장(The Market for Lemons)’으로 처음 등장했다. 레몬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 비대칭에서 발생하는 시장으로, 중고차 시장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중고차 구매를 고려할 때 소비자는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엉망인 차를 사게 될까 걱정하게 되는데, 판매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 때문에 질 낮은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이 같은 정보 비대칭은 어느 한 쪽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때 발생한다.

레몬시장을 수가협상에 대입해보면 가입자를 대표하는 재정운영소위원회와 이를 대리하는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정보를 ‘제공하는 자’이며, 공급자단체는 정보를 ‘제공받는 자’에 속한다.

이로 인해, 공급자단체는 협상의 시작점에서부터 대등한 위치에 서지 못한다. 특히, 제로섬게임의 형태로 진행되는 유형별 협상의 한계로 인해 정보를 가진 자들이 짜 놓은 틀 안에서 파이가 큰 공급자들 사이의 눈치싸움에 협상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정보 제공자들은 밴딩폭(추가소요재정)과 부대조건이라는 별도의 무기도 갖추고 있어 공급자단체의 혼란과 불만은 협상이 진행될수록 커지게 된다.

일례로, 올해 수가협상에서 공단이 제시한 부대조건인 ‘진료비 목표관리제’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공급자단체들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그렇다. 이쯤 되면 정보 제공자들의 패 가리기는 이미 협상전략의 수준을 벗어난 것이다.

올해 수가협상을 앞두고 진행된 공단 이사장과 공급자단체장의 상견례에서 김종대 이사장은 수가협상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가협상 당사자들의 정보 비대칭이 개선돼 수가협상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며, 제도의 장기적 발전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로 진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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